잃어버린 영혼 /장선화 기자

등록날짜 [ 2004-12-24 17:37:27 ]

복순할머니는 난쟁이 키에 정신연령은 다섯 살, 어릴 적부터 폐쇄된 공간에서 생활해 언어소통도 어려운 장애우였다. 오갈 데 없는 할머니의 딱한 사정을 안타깝게 여긴 나의 남편은 우리가 모시고 살았으면 하는 눈치였고, 고민 끝에 그녀를 가족으로 맞게 됐다.
아무도 믿을 수 없어 마음의 문 꼭꼭 닫아 걸고 하루종일 말 한마디 않는 그녀지만, 신기하게 남편 앞에선 소리내어 웃고 흔들리는 곡조로 알아들을 수 없는 옛타령을 읊어대기도 했다. 화장실을 가는 일 외엔 꼼짝 않고 지키는 방문 옆 그녀의 지정석이 반질반질 닳아지도록 세월이 흘렀지만 나는 할머니에게 살갑게 대하는 남편을 흉내조차 내지 못했다.
어느날 그녀는 새벽녘 숨어든 3인조 강도에게 덤벼들다가 무자비하게 발로 짓밟혀 만신창이가 되었다. 병원에선 삼일을 넘길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살려내셨다. 몇 년이 지나 우리 부부가 시댁에 다니러 간 사이 쓰러진 그녀에게 중풍이 덮쳤다. 병원에선 내일조차 보장할 수 없다는 진단을 내렸지만 그런 그녀를 하나님께서 또 살려주셨다. 반신불수의 몸으로 누워있는 신세. 하나님께선 그녀의 구원을 위해 나에게 기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이다. 하지만 70평생 남편도 자식도 없이 손가락질 당하며 모진 인생을 살아 온 그녀를 위해 살 찢고 피 흘려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의 사랑을 나는 최선을 다해 전하지 못한 채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날이 갈수록 기력이 쇠해지는 그녀가 “예수는 나의 구원주”를 진실한 믿음으로 고백하지 못해도 난 오히려 무거운 생활고, 아이들 셋 치다꺼리, 그녀의 3년여 병수발을 탓하기만 했을 뿐이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부터 유독 불안해하며 밤마다 허공을 향해 소리치는 모습도 무심코 지나쳤다. 예수 믿지 않아 지옥의 고통을 피할 수 없어 너무나 다급했을 그녀의 영혼. 작은 몸 뒤뚱거리며 집앞마당을 오가던 그녀의 모습이 오늘따라 자꾸만 눈앞을 흐리게 한다.
어느덧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연말연시가 되면 대중매체나 공공기관 등을 통해 불우한 이웃과 온정을 나눈다. 편벽된 이기심으로 메마른 요즘 세태에 버림받은 고아와 노인, 그리고 장애우들을 거두어 보살피는 삶이 있다면 그 인간애를 칭찬하며 눈물짓기도 한다.
그러나 그 사랑은 단회적이고, 상황에 따라 자주 변질되며 끝까지 책임지지 못한다. 구비구비 죄 많은 인생길 수고와 슬픔을 이고 지고 가더라도, 우리 죄를 사하시려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의 피 묻은 살점 뚝뚝 떨어진 그 사랑길에 이름 석자 새겨 천국의 영원한 생명을 예비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준다면 세상의 어떤 사랑과 견줄 수 있을까.
혹 곁에 잃어버린 영혼이 있는지, 내가 아니면 못 살 그 누군가를 도무지 사랑하기가 어렵다고 포기하진 않았는지... 예수를 모르는 한 영혼을 향한 구령의 심정을 절박하게 내품으며 이제 그에게 다가서야 하지 않을까.

위 글은 교회신문 <6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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