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문명의 종말

등록날짜 [ 2007-12-11 16:54:55 ]

국제유가 100달러 시대가 기정사실화되어가는 듯하다. 세계 경제가 더 성장하고 석유생산에 조금이라도 차질이 빚어지면 내년 유가가 110달러까지도 갈 수 있다고 한다. 또 가정이긴 하지만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면 유가가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협박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55달러에서 65달러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국제유가가 왜 이렇게 치솟는 걸까?
아주 단순하게 말하자면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계 에너지 소비량만큼 생산이 안 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기름 소비가 늘어난 원인으로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이로 인한 에너지와 원자재의 블랙홀 화, 중동지역을 비롯한 산유국들의 정정불안 등이 가장 빈번하게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단기적인 설명만으로 지금의 유가 급등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현재 생산량을 늘리는 데 한계를 보이면서 유가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논쟁의 중심에는 ‘석유 생산 정점’ 논란이 있다. 석유 생산 정점 이론은 지구상에 매장된 석유 생산이 더 이상 늘지 않거나 줄어들고 있다는 것으로 이 이론을 두고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하게 대립해 왔다. 낙관론자들은 지구에 매장된 석유는 중동지역과 아프리카, 아메리카 외에도 극지와 오지, 오일샌드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무진장 매장돼 있으며 인류가 앞으로 수백 년 쓰기에도 부족하지 않다고 말한다. 또 낙관론자들은 석유의 가채 연수가 41년이라는 비관론자들의 주장은 70년대에도, 80년대에도, 지금도 마찬가지로 41년이며 이런 주장에는 신빙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비관론자들은 중국과 인도의 경제성장을 필두로 세계 경제가 성장하면서 석유소비가 급속히 늘고 있고 이를 방치하면 석유의 가채 연수는 이보다 더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고유가로 인해 비관론에 더 힘이 실리고 있고 지난 10월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세계 석유회의에서는 지난해 생산 정점이 이미 2006년에 지났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낙관론자든, 비관론자든 석유는 언젠가 고갈될 것이라는 데는 모두 동의하고 있으며 다만 시기를 두고 다투고 있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석유 고갈 사태를 일찍 인식한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들은 이미 대체 에너지와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국가적 힘을 쏟고 있다. 태양력과 풍력, 수소, 바이오 에너지 등 개발에 일찍 뛰어들어 지금은 상당한 기술수준에 이르렀으며 새로운 산업으로 육성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국가적으로 대체에너지나 신 재생에너지 분야는 걸음마를 떼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정부든 국민이든 에너지 위기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빈약한 자원으로 세계 11위의 경제성장을 이뤄냈지만 우리는 석유 소비 7위국의 에너지 과소비국이다. 세계 경제 전문가들은 에너지 위기가 닥칠 때 가장 큰 타격을 볼 나라로 한국과 일본 두 나라를 꼽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73년과 78년 석유파동을 겪은 이후 에너지 절약과 대체 에너지 개발에서 우리보다 한참 앞서가고 있으며 석유 의존도를 크게 낮춰가고 있다.
석유는 이르면 몇 십년 길어도 1,2백 년 안에 고갈될 것으로 예상하는 유한자원이다. 석유의 고갈은 현대 석유문명의 종말을 의미한다. 수송과 난방은 물론 음식에서부터 옷과 컴퓨터, 자동차, 각종 첨단산업에 이르기까지 모두 석유에서 뽑아낸 물질로 만들어지거나 석유가 투입되어 생산되기 때문이다. 에너지는 대통령 선거보다도, 남북통일보다도, 경제발전보다도 더 고민하고 대비해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

위 글은 교회신문 <12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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