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사랑의 능력
어떤 불의도 품는 넉넉함

등록날짜 [ 2011-09-07 11:03:38 ]

‘사랑합니다, 사랑해요’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우리에게 삶의 에너지를 충전해 주며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사랑이란 하면 할수록 커지고, 많이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그 사람은 더욱더 겸손해진다.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이런 사랑을 할 마음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 몸속 혈액에 있는 백혈구와 적혈구라는 성분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선 이 백혈구는 우리 몸에 더러운 병균이 들어오면 그 병균을 처리하는 일을 한다. 그런데 백혈구가 병균을 처리할 때 아주 강력한 방법을 쓸 것 같지만 절대 무력을 쓰거나 학대하지 않는다. 넌 왜 그렇게 더러우냐고, 넌 왜 이렇게 지저분하냐고 나무라지 않고 그저 병균에게 가까이 다가가 자신의 가슴을 활짝 열어 품 안에 꼭 껴안아 버린다. 결국 그 병균은 백혈구의 사랑에 감동해서 그 안에서 녹아버리고 만다. 보기 싫든, 지저분하든 가리지 않고 백혈구는 모두 다 껴안아 준다.

또 적혈구는 어떤가. 적혈구는 우리 몸속 구석구석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산소가 필요한 곳이 있으면 아낌없이 자신을 다 내준다. 자신 것을 조금도 남겨두지 않고 100% 다 줘 버린다. 그리고는 4일쯤 살아 있다가 몸 어느 구석에서 조용히 숨을 거둔다. 자기 것을 조금 남겨 두면 좋을 텐데 적혈구는 그런 계산적인 사랑을 하지 않는다. 참으로 백혈구와 적혈구의 사랑은 놀랍기만 하다.

이렇게 우리의 몸속에서는 따뜻한 사랑의 희생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데도, 우리는 이러한 깊이 있는 사랑을 드러내지 못하고 살 때가 참 많다. 왜 그럴까?

미국의 유명한 정신과 의사 M. 스콧 펙(Morgan Scott Peck, 1936~2005) 박사는 재미있게도 사랑의 반대말을 게으름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우리 각자 내부에는 하나님의 경지에 이르고자 하는 끈질긴 소망이자 본능이 있지만, 또 한편으론 인간을 퇴행시키고 영혼의 성장을 방해하려는 강한 힘이 있는데 그것은 게으름이다.

게으름은 여러 가지 핑계로 자신을 합리화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는 자신의 뜻을 알지 못한, 즉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고 인정한 한 달란트 받은 자에게 이 악하고 게으른 종을 바깥 어두운 데 내어 쫓으라고 하셨던가?(마25:26~30)

하나님은 조건 없이 우리를 사랑하신다. 그리고 우리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을 조건 없이 사랑하길 원하신다.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남을 위해서 바칠 수 있는 사랑, 나보다 남을 더 생각하고 상대방을 살리려고 자기 목숨까지 바치는 뜨거운 사랑을 원하신다. 마치 우리 핏속에서 유유히 흐르는 백혈구와 적혈구처럼 말이다.

사랑하는 것을 방해하며 자신을 합리화하는 게으름을 이기고 내 가까이 있는 사람부터 사랑하는 마음을 드러내자. 악하고 게으른 자가 되지 않게 말이다.


/황연희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25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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