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죽음을 올바르게 직면하는 삶

등록날짜 [ 2011-10-11 13:13:30 ]

#1. 인터넷 포털에 속보가 떴다. 애플컴퓨터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났다는 기사다. ‘아, 갔구나!’ 깊은 탄식이 새어나온다. 인류의 삶에 크나큰 영향을 끼친 시대의 인물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죽음 뒤로 퇴장한 것이다.

‘정보산업(IT)의 전설’, ‘혁신의 구루(스승, 거장)’, ‘프레젠테이션(PT)의 달인’, ‘애플 세상의 창조자’, ‘감각 디자인의 귀재’, ‘기상천외한 발명가’ ‘성공적인 기업가’라는 수많은 별칭을 달고 다닌 그는 1977년 세계 최초로 개인용 컴퓨터를 개발해 PC시대를 연 이후 매킨토시 컴퓨터와 아이팟(iPod), 아이튠스(iTunes), 아이폰(iPhone), 아이패드(iPad) 같은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으며 한 시대의 문화와 삶의 변화를 주도한 인물이었다.

2004년 췌장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은 이듬해인 2005년 그는 스탠퍼드대 졸업식 강연에서 이렇게 회고했다.

“그때만큼 죽음에 가까이 가본 적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죽음’을 머리로 알았을 때보다 나는 더 정확히 말할 수 있습니다.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그건 다른 사람이 생각한 대로 사는 것입니다. 진정 당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아마도 잡스는 죽음에 직면한 후에도 2007년 아이폰, 2010년 아이패드를 잇달아 성공하며 혁신의 신화를 이어갔으니 2009년 간이식 수술을 받는 등 긴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자신이 말한 대로 내면에서 들리는 ‘혁신’의 소리에 귀 기울였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는 2011년 10월 5일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2. 스티브 잡스는 죽음과 직면해서 끊임없이 죽음에 대해 성찰했을 것이다. 그는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말하면서 “죽음은 삶의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동력이다. 죽음은 낡은 것을 없애고 새로운 것에 길을 내어준다”고 말하며 죽음에 초연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곧 죽을 거란 사실을 안다는 것은, 인생에서 커다란 선택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는 가장 중요한 도구이다. 죽음 앞에서 외부의 기대나 자부심, 좌절과 실패 등은 덧없이 사라지고 정말로 중요한 것만 남는다.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은 뭔가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의 함정을 피하는 최고의 방법이다”라는 말도 남겼다.

#3. 삶과 죽음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고 살아가는 다수 사람들에게 잡스가 보여준 죽음에 대한 겸허하고 진지한 성찰과 실천의 삶은 큰 교훈을 남겼다. 하지만 대학을 중퇴하고 인도여행을 통해 불교와 동양사상을 접하고 심취했던 잡스가 미처 몰랐던 것이 있었다. 우리의 호흡도 맥박도 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라는 것, 오늘 밤이라도 내 영혼을 불러가실 수 있는 그분 안에 비로소 내 삶도 죽음도 의미가 있다는 것 말이다.

이 시대의 위인 스티브 잡스가 이 땅의 세계에서 찾는 ‘i’(나)가 아니라 영원한 세계를 바라보며 ‘in Him’(그분 안에서) 할 수 있는 삶의 교훈을 우리에게 남겼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히9:27)


/오미정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26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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