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갈등해결을 위한 기본 원리

등록날짜 [ 2012-02-08 13:29:16 ]

갈등은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갈등은 그 원인이야 어찌 됐든 긴장, 불화, 대립의 형태를 취하므로 서로 관계 유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은 갈등에 수동적 자세로 방관하거나 표면에 드러난 문제에만 치중해 그 상황을 대충 수습하려 한다. 이런 태도는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나 갈등을 잘만 다룬다면 서로 관계를 급진전시켜 생산적인 결과로 윈윈(win-win)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갈등 당사자의 ‘본연의 요구(needs)’가 정확히 무엇인지를 통찰해야 한다. 본연의 요구 핵심이 파악되고 충족돼야 갈등을 없앨 수 있다.

1979년 이집트.이스라엘 평화조약 체결은 양자 간 갈등해결에 이런 원리가 적용된 대표적 예다. 이스라엘은 1948년 국가 수립 이래 이집트와 대립관계 속에서 여러 차례 중동전쟁을 벌여 이집트 땅인 시나이반도를 점령하였다. 양국은 전쟁 종식과 시나이반도 문제를 두고 미국(당시 카터 대통령)의 중재를 통해 첨예한 대립관계를 끝내고자 했다. 그러나 타협점에 다다를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는 이스라엘이 점령한 시나이반도를 고르게 양분하자는 다소 원초적인 제안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시나이반도는 예부터 이집트 영토였으므로 분할안은 이집트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상하게도 이스라엘 또한 이 제안을 수락하지 않았다. 시나이반도를 함께 분할 받는다면 점령한 영토를 굳힐 기회인데도 말이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것은, 이를 통해 이스라엘의 실질적인 최대 관심사이자 본연의 요구가 진정 무엇인지를 비로소 파악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이스라엘 본연의 요구 핵심은 바로 ‘안보’였던 것이다. 시나이반도를 양분한다 할지라도 이집트 군대가 이스라엘의 새로운 국경지대 바로 인근에 배치된다면 영토가 늘어났어도 이스라엘은 여전히 안보가 위협받는다고 생각했다.
 
두 나라의 갈등 원인을 파악한 후에는 합의가 순조롭게 진행됐다. 이스라엘은 시나이반도 반환 조건으로 시나이반도와 이스라엘 땅 접경 사이에 양국이 비무장지대를 설치하는 데 전폭 합의했다. 이집트에는 영토 회복이라는, 이스라엘에는 무력충돌을 피함으로써 안보보장이라는 본연의 요구사항이 일시에 달성되어 30년간 해묵은 갈등관계를 청산하는 계기가 됐다.

이같이 양국 간 갈등 해결 사례가 하나의 특수한 경우로 치부될 수도 있지만, 그 해결의 기본 원리를 양자 간 다툼과 대립 상황에 적용한다면 갈등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갈등의 주체가 대인관계에 따른 개인 간이든, 이해관계 상충에 의한 집단 또는 국가 이익이 충돌하는 나라 간의 갈등이든, 해결의 출발점은 그 문제 이면에 흐르는 본질적 이슈와 본연의 요구를 잘 간파하는 것이다. 만일 누구든 일상생활 속에 사람과 갈등이나 긴장 관계가 풀리지 않는다면, 표면상 잘 드러나지 않는, 상대의 주된 관심사와 필요가 정확히 무엇인지 자세히 들여다보아 관계 회복을 위한 해결의 돌파구를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문심명 성도
제28남전도회
국회사무처 재직

위 글은 교회신문 <27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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