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전 목사와 함께하는‘성서의 땅을 가다’(190)] 바울이 에베소 장로들 불러 마지막 고별 설교를 한 ‘밀레도’
사도 바울의 길을 따라서 ⑺

등록날짜 [ 2020-05-02 11:15:55 ]

에베소 남쪽에 위치한 활발했던 항구도시

유월절 전 예루살렘으로 급히 돌아가던 길에

자신에게 닥칠 고난 생각하면서 장로들에게

주님께서 세우신 교회 잘 지키라 최후의 당부



밀레도 원형경기장 유적. 평지에 건물 형태로 지은 로마식 극장으로, 밀레도 도시인의 유흥과 문화 활동을 위해 사용됐다.  



인공 항만 기념비. 바울 당시 밀레도가 활발한 항구였다는 것을 보여 준다.    



밀레도 항구의 안내판을 보고 있는 윤석전 목사(왼쪽)와 이원희 목사. 



밀레도 지도. 에베소에서 남쪽으로 45km 지점에 있는 옛 항구도시. 현재는 충적토가 쌓여 육지가 돼 항구의 기능을 상실했다. 



밀레도에 남아 있는 회당 터.  



미가엘 교회 터. 밀레도 내 기독교 유적은 현재 미가엘 교회 터만 남아 있다.


윤석전 목사: 이번 호에서는 바울이 3차 전도여행 중에 들렀던 밀레도(Miletus)로 가 보겠습니다.


순례 팀은 에베소에서 남쪽으로 45km 지점에 있는 밀레도로 향했다. 바울은 3차 전도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에베소(Ephesus)에 들르지 않고 밀레도로 향했다. 하루라도 빨리 예루살렘으로 돌아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바울은 유대인의 핍박에도 눈물과 순종으로 자신을 섬겨 주던 에베소 교회를 잊지 못했고, 에베소 장로들을 밀레도로 초청해 만나 눈물의 해후를 했다. 밀레도는 충적토(沖積土)가 쌓여 내륙지역이 됐지만, B.C. 2세기경 세운 인공 항만 기념비 초석과 선명하게 남은 물고기 부조(浮彫)를 보아 이곳이 항구였음을 알 수 있다. 세계 복음화 역사(歷史)에 바울의 발길이 잠시 머물렀기에 밀레도는 성서의 땅이 되었다.


윤석전 목사: 바울의 3차 전도여행 경로와 밀레도에 관해 말씀해 주세요.


이원희 목사: 바울은 수리아 안디옥(Antioch of Syria)에서 파송받아 3차 전도여행을 떠납니다. 전도 일행은 바울의 고향 다소, 더베, 루스드라, 이고니온, 비시디아 안디옥을 지나 에베소로 갑니다. 처음 에베소에 갔을 때, 바울은 복음의 큰 효과를 얻지 못하고 그저 변론만 했습니다. 다시 배에 올라타 에게해(Aegean Sea) 북쪽으로 올라간 바울은 유럽에 첫발을 내딛은 네압볼리, 감옥에 갇혔던 빌립보를 거쳐 암비볼리, 데살로니가, 베뢰아 등지에서 복음을 전하고 아덴과 고린도까지 갑니다. 고린도에서 왔던 길로 되돌아갔고, 네압볼리에서는 배를 타고 드로아에 들렀는데 드로아는 2차 전도여행 때 마케도니아 사람들의 환상을 본 곳입니다. 바울은 드로아에서 앗소(Assos)로 가면서 일행에게는 배를 타고 먼저 앗소에 가 있으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육로로 가며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바울은 앗소에서 일행과 다시 만나 함께 배를 타고 미둘레네, 기오, 사모스섬을 거친 후, 에베소에 들르지 않고 바로 밀레도에 다다릅니다. 밀레도에서 배를 타고 두로(Tyre)를 지나 가이사랴(Caesarea)로 온 것이 바울의 3차 전도여행 마지막 여정이었습니다. 당시 밀레도는 활발한 항구도시였지만 현재는 항구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옛 항구 터부터 밀레도 유적지까지 무려 8km 달하는 긴 거리가 퇴적층으로 메워졌기 때문입니다.


윤석전 목사: 배를 타면 편히 갈 수 있는 여정을 힘들게 육로로 가면서 복음을 증거했던 바울. 한시도 쉬지 않고 생애를 바친 바울의 여정을 보면 그의 구령 열정이 얼마나 뜨거웠을지 가히 짐작됩니다. 바울이 돌아온 길을 보면 틀림없이 에베소에 들러야 했는데 곧바로 밀레도로 향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원희 목사: 유월절 전에 하루라도 빨리 예루살렘에 도착하려 했기 때문입니다(행20:16). 한편 바울은 에베소에 있는 장로들도 꼭 만나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밀레도로 가는 동안 에베소 장로들을 밀레도로 오게 합니다. 바울이 밀레도에서 미리 와 있는 에베소 장로들을 만나면, 하루라도 빨리 예루살렘으로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윤석전 목사: 에베소 교회 장로들을 초청하는 바울의 심정과 초청받은 장로들의 바쁜 발걸음을 생각하면 큰 감동이 됩니다. 성경에 나온 바울과 장로들의 만남과 이별이 가슴 찡한데 그 일을 말씀해 주세요.


김광수 교수: 에베소는 바울의 3차 전도여행에서 큰 사역을 감당한 곳입니다. 사도 바울을 통해 말씀의 역사가 흥왕하고, 병자를 고치고, 귀신을 쫓아내는 등 성령의 역사를 보였습니다(행19:11~12). 바울도 에베소 교회의 장로들을 다시 만나 교제하고 싶었지만, 예루살렘으로 급히 가야 했기에 장로들을 밀레도로 초청합니다. 장로들을 만났을 때, 바울은 자신이 3년간 에베소 교회에서 얼마나 눈물로 사역했는지 일깨워 주고, 장차 교회를 어지럽힐 거짓 선생이 나타날 것이니 그들을 주의하고 하나님이 세우신 교회를 잘 지키라고 당부하며 함께 기도합니다. 장로들과 목을 끌어안고 울며 입을 맞추고 항구로 떠난 바울은 예루살렘으로 향합니다.


윤석전 목사: 장로들이 나름대로 에베소 교회를 잘 이끌겠지만, 복음을 전해 교회를 세운 바울의 입장에서는 혹시라도 주의하지 않아 에베소 교회에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했습니다. 저도 성회 인도차 교회를 비울 때는 섬세하게 교회 일을 당부한 다음 다녀오기에 바울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또 장로들이 바울의 목을 끌어안고 울며 이별하는 모습을 보면, 예루살렘에 가면 틀림없이 유대인에게 붙들려 죽임을 당하게 될 바울과 최후 이별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밀레도로 가 보겠습니다.


순례자들은 에베소 장로들이 바울을 만나러 걸어갔을 여정을 따라갔다. 고대 그리스 원형극장에 로마 건축 기술이 더해진 야외극장은 당시 밀레도가 얼마나 큰 도시였는지 짐작하게 한다. 밀레도 시민은 이곳에서 화려한 헬라 문화의 향연을 즐겼고, 검투사가 목숨 걸고 싸우는 피의 축제에 빠져들었다. 이 세속의 도시 한 모퉁이에서 바울과 에베소 장로들은 거룩한 이별을 했다.


윤석전 목사: 산지를 통과하고 도로를 지나 눈앞에 펼쳐진 원형경기장을 보면서 밀레도가 얼마나 번화한 도시였는지 느꼈습니다. 당시 밀레도 원형경기장의 특징과 역할이 궁금합니다.


이원희 목사: 원형경기장 규모를 보면 도시 규모가 보입니다. 당시 원형경기장은 로마식과 그리스식으로 나뉘는데, 로마식 원형경기장은 건물 형태로 가파른 경사면에 좌석이 있는 극장이고, 그리스식 원형경기장은 자연의 지형지물을 최대한 활용해 언덕의 경사면을 깎아 만든 극장이었습니다. 밀레도에 있는 원형경기장은 평지에 건물 형태로 지은 로마식입니다. 원형경기장은 대부분 도시인이 유흥을 즐기는 용도로 쓰였는데, 목숨을 건 검투대회를 열거나, 때로는 유명인 연설이나 문화적인 일을 진행했습니다.


윤석전 목사: 밀레도에 장로들을 초청해 에베소 교회를 부탁하고 당부한 바울이 예루살렘에 들어가면 죽을 수도 있고 다시는 장로들을 못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바울의 심정이 어땠을지 궁금합니다.


김광수 교수: 바울이 한 당부에는 유언처럼 절실하고 절박한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바울은 먼저 자신이 그동안 에베소 교회에서 얼마나 간절하게 진심으로 눈물로 사역했는지 말하면서 개척해 세운 교회를 향한 안타깝고 절실한 마음을 보입니다(행20:17~27). 그리고 하나님께서 피로 사신 교회를 돌보라고 세운 감독자인 장로들에게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교회를 지킬 것을 당부하고(행20:28~31), 하나님의 교회를 하나님께서 말씀과 은혜 안에 지키실 것이라는 확신과 신뢰를 보입니다(행20:32).


윤석전 목사: 교회를 개척하고 지금까지 교회와 함께 살아온 저는 교회에 애착이 큽니다. 성도가 은혜 안에서 벗어나 육신의 정욕을 따라 방종하고 신앙생활에 전념하지 못할 때 느끼는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 마음으로 설교할 때, 오늘 내가 마지막 말을 하다 죽어도 좋으니 성도들이 신앙생활 잘해 주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내 유익이 아니라 그들이 신앙생활 잘해서 얻을 영적인 유익을 위해 애절한 심정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내 안에 계신 주님께서 성도와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하시는 것 같습니다. 바울은 예루살렘에 들어가면 당할 고난과 자신의 앞길을 생각하면서 장로들에게 최후의 부탁을 합니다. 밀레도에서 바울의 애절한 당부가 오늘날 성도와 특히 목회자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요?


김광수 교수: 사도 바울은 겸손과 눈물로 교회를 섬기고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목회자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또 유익한 것은 거리끼지 않고 성도들에게 제공하고, 성도들이 하나님 앞에 회개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신앙의 축복을 받으며 살도록 항상 설교 속에 가르치고 목회한 바울의 모습을 배울 수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밀레도에 바울과 관련된 유적이 있나요?


이원희 목사: 밀레도 유적지를 다녀보면 안타깝게도 바울과 직접 관련 있는 유적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다만 밀레도에 회당 터가 있어서 회당 중심으로 사역한 바울의 전도여행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 지금은 밀레도가 내륙이 됐지만, 바울이 배를 타고 들어왔던 당시 항구 터에 인공 항만 기념비와 바울 이후 복음의 영향을 받아 세워진 미가엘 교회 터 유적, 아데미 신전 등을 보며 바울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바울이 예루살렘에 가기로 결심한 의미는 무엇인가요?


김광수 교수: 사도행전은 기본적으로 예수님의 생명의 역사와 예수님이 받으신 고난과 박해가 어떻게 사도들을 통해 계승되고 재현되는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 처형을 받은 장소인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실 때, “예수께서 승천하실 기약이 차가매 예루살렘을 향하여 올라가기로 굳게 결심하시고”(눅9:51)라고 말씀하셨는데, 사도 바울도 예루살렘을 향해 갈 때 예수님이 행하신 생명의 역사를 재현하고자 했을 것입니다.


윤석전 목사: 오늘날 우리가 보는 성경은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이루어진 말씀입니다. “나가서 복음을 전해라.” 복음 증거에 핍박이 없는 곳은 없습니다. 우리도 바울의 심정을 가지고 복음 증거에 임한다면, 아마 오늘날 한국 교회와 전 세계 교회에 순식간에 복음이 전파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21세기 바울’이 됩시다. 감사합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67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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