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전 목사와 함께하는‘성서의 땅을 가다’(197)] 엔게디…다윗이 사울을 피해 몸을 숨긴 유대 광야 속 오아시스
이스라엘·요르단 편 ⑷

등록날짜 [ 2020-06-20 11:03:56 ]

광야 속 도피처에서 하나님 주신 풍부한 물을

마시며 믿음과 최고의 왕이 될 자질을 키운 곳

자신을 죽이려는 자라도 ‘하나님이 기름 부어

세운 지도자’라는 믿음으로 사울을 살려줘


엔게디 지도. 사해(死海, Dead Sea) 왼편에 길게 펼쳐진 유대 광야의 동쪽에 있다. 


엔게디 폭포 앞에 서서 하나님을 찬양하고 있는 윤석전 목사.


윤석전 목사: 유대 광야에 있는 엔게디의 여러 폭포는 연간 300만L의 물을 뿜어냅니다. 사울을 피해 도망 온 다윗은 언제든지 마실 물을 구할 수 있는 이곳에 오랫동안 숨어 지냈습니다. 하나님께서 다윗의 믿음을 훈련시키고 왕이 될 자질을 기른 좋은 훈련장, 엔게디(En Gedi)로 가보겠습니다.


순례팀은 구약시대 유다 지파의 땅이었던 엔게디로 가기 위해 광야 동편으로 달렸다. 황량한 유대 광야의 샘터이자 다윗왕(재위 B.C. 1010~970)의 역사가 깃든 엔게디에 순례자가 가득하다. 이스라엘의 초대 왕 사울(재위 B.C. 1030~1010)의 칼날을 피해 도주한 다윗에게 엔게디의 동굴은 안전한 은신처였다. 다윗은 엔게디에서 흐르는 풍부한 물로 갈증을 해소하며 피곤한 삶을 견뎌냈다. 구약시대부터 풍부한 물로 각종 동식물에게 생명수를 제공한 엔게디는 ‘새끼염소의 샘’이란 뜻이다. 바위산을 올라 눈앞에 펼쳐지는 오아시스 샘물을 보면 한량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을 위해 광야 속에 물줄기를 보관하셨다. 다윗은 그 물을 마시며 생명수이신 하나님을 뼛속 깊이 체험하고, 이스라엘 역사 속 최고의 왕이 될 자질을 키워갔다.


윤석전 목사: 성지에 갔을 당시 많이 지치고 피곤한 상태였지만, 엔게디를 보려는 마음에 골짜기를 쉬지 않고 오르내렸습니다. 엔게디의 지리와 역사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이원희 목사: 엔게디는 사해 왼편에 길게 펼쳐진 유대 광야의 동쪽에 있습니다. 이곳 사막에 몇 개 없는 오아시스 중 여리고 근방에 있는 에네글라임 지하수와 엔게디가 유명합니다. 역사적으로 엔게디는 B.C. 6세기경 바벨론에 의해 파괴됐다가 이후 이스라엘 백성이 바벨론에서 귀환해 재건했습니다. 신·구약 중간기 마카비 혁명시대(B.C.166~143)에 유대인이 정착했습니다. 하지만 유스티니아누스 1세(Justinianus I, 재위 527~565) 시대에 정착지가 화재로 소멸했고, 14세기 이후 유대인이 정착지 없이 지낸 곳입니다. 이스라엘 독립 1년 후인 1949년, 유대인의 새로운 정착촌이 엔게디에 건설됐고, 오늘날 사해와 함께 관광 사업이 이루어져 많은 휴양객이 찾는 곳입니다.


윤석전 목사: 엔게디에서 일어난 성경의 사건을 소개해주세요.


이원희 목사: 엔게디는 아골 골짜기 엘 부케아(el-Buqe’ah)의 세 성읍(밋딘·스가가·닙산)과 함께 유다 지파에 분배됐습니다(수15:61~62). 엔게디에서 일어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다윗이 사울을 피해 도망쳐 온 것입니다(삼상23:29). 암몬과 모압이 연합해서 남유다의 여호사밧을 치러 왔을 때, 하사손다말 곧 엔게디에 거한 일도 성경에 기록돼 있습니다(대하20:2). 한편 성경에 중요한 말씀이 하나 있습니다. “또 이 강가에 어부가 설 것이니 엔게디에서부터 에네글라임까지 그물 치는 곳이 될 것이라 그 고기가 각기 종류를 따라 큰 바다의 고기 같이 심히 많으려니와”(겔47:10)라는 구절인데 이스라엘이 회복하는 황금시대를 언급하면서 엔게디가 등장합니다.


윤석전 목사: 엔게디에서 사울은 어떻게든 다윗을 죽이려 하지만, 다윗은 사울을 죽일 수 있던 순간에도 살려줬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형원 교수: 다윗이 블레셋의 장수 골리앗과 싸워 승리한 뒤, 왕이었던 사울보다 더 큰 인기를 얻습니다. 그러자 사울은 다윗을 시기하게 됐고, 정신병 현상을 경험하게 되는데 성경은 여호와의 부리신 악신이 사울에게 임했다고 표현합니다(삼상19:9). 사울은 백성을 다스리는 일보다 다윗을 죽이는 데 온 노력을 기울입니다. 결국 다윗은 심복(心腹) 몇 명을 데리고 도망하다가 엔게디 동굴에 숨게 됩니다. 사울왕도 다윗을 잡으러 쫓아다니다가 다윗이 숨은 곳에 가게 됩니다. 성경에 “사울이 그 발을 가리우러 들어가니라”(삼상24:3)고 기록했는데, 히브리식 표현으로 “용변을 본다”는 뜻입니다. 다윗의 신하들은 굴에 들어온 사울왕을 죽이자고 부추기지만, 다윗은 “내가 손을 들어 여호와의 기름 부음을 받은 내 주를 치는 것은 여호와의 금하시는 것이니 그는 여호와의 기름 부음을 받은 자가 됨이니라”(삼상24:6)라고 말합니다. 자신을 죽이려는 자라도 하나님이 기름 부어 세운 지도자를 존경하고 보호하는 다윗의 충성심과 원수를 갚지 말라(레19:18)는 모세 율법의 명령을 지키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또 “여호와께서는 나와 왕 사이를 판단하사 나를 위하여 왕에게 보복하시려니와 내 손으로는 왕을 해하지 않겠나이다”(삼상24:12)라고 말하며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살았습니다.


윤석전 목사: 자신이 처한 상황보다 하나님을 먼저 생각하는 다윗의 모습에 감동합니다. 엔게디 폭포는 이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이원희 목사: 엔게디 폭포의 물은 유대 광야를 흘러 사해로 갑니다. 엔게디는 물이 풍부해서 1000년 이상 대추야자(종려나무)를 재배했고, 주위에 염소와 산양 같은 동물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또 동굴이 많아 도피처로 적합했습니다.


윤석전 목사: 엔게디에 있는 동굴을 보면서 ‘다윗이 어디에 숨었을까?’ 생각했습니다. 다시 엔게디로 가보겠습니다.


당시 도망자의 신분으로 다윗이 누볐던 엔게디에 현재 다윗의 역사를 좇는 순례자의 발걸음이 가득하다. 곳곳에 자리 잡은 바위산 동굴은 어떤 상황에도 하나님의 판단을 우선시한 다윗의 믿음이 담긴 현장이다. 다윗이 도망 중에 갈증을 해결한 물줄기에서 자기 백성을 한없이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낀다. 신앙이란 언어와 인종을 초월하고, 사람들의 단절된 마음을 연결하는 힘이 있다. 믿는 자들은 이것을 은혜라고 부른다. 성경 속에 기록된 다윗의 역사는 믿는 자들의 신앙을 비추는 거울이 됐고, 엔게디는 거룩한 땅으로 남겨졌다.


윤석전 목사: 군사들을 이끌고 간 사울이 눈앞에 다윗을 두고도 못 죽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원희 목사: 사울이 군사들을 이끌고 다윗을 찾으러 갔을 때, 폭포 반대편에 있는 다윗을 보고도 쫓아가지 못했습니다. 험한 지형인 엔게디에서 전쟁에 능한 다윗을 이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윗이 동굴에서 사울을 살려줬을 때, 사울은 내가 잘못됐고 네가 옳다고 말했지만 다윗은 그 말을 믿지 못해 도피생활을 이어갑니다(삼상24:16~22).


윤석전 목사: 다윗의 삶 속에 담긴 하나님의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형원 교수: 첫째, 삶의 어려움 속에도 쉽게 포기하지 말고 항상 하나님만 바라보며 의지하고 하나님 안에서 인내하라는 것입니다. 둘째, 자신을 죽이려는 사울 왕이라도 하나님이 세우신 사람으로 존중하는 다윗을 보면서 하나님이 명하신 삶의 도리를 지키고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분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셋째, 사울 왕을 살려주고 “그런즉 여호와께서 재판장이 되어 나와 왕 사이에 판결하사 나의 사정을 살펴 신원하시고 나를 왕의 손에서 건지시기를 원하나이다”(삼상24:15)라고 고백한 다윗의 모습에서 엔게디는 다윗에게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확신을 준 곳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다윗은 하나님께서 삶의 재판장이 되어주시고 항상 그의 사정을 들어주시고 구원해주신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우리도 다윗처럼 하나님 보시기에 늘 올바르게 살고 하나님께서 지켜주시고 구원해주신다는 것을 믿으며 살아야 합니다.


윤석전 목사: 다윗의 이야기를 들으니 요셉이 생각납니다. 요셉은 하나님께서 주신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어려움에도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했고, 하나님의 사랑과 보호 가운데 애굽 총리가 됐습니다. 우리도 어렵고 힘들수록 오직 하나님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하나님만 섬겼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소망이 가슴 속에 벅차오릅니다. 현재 엔게디에 어떤 동물이 서식하고 있나요?


이원희 목사: 성경을 보면 지명과 인명의 뜻을 중요시합니다. 벧엘은 ‘벧’이 집이고 ‘엘’이 하나님, ‘야곱이 하나님을 만났다’는 뜻입니다. 엔게디는 ‘엔’은 샘을 말하고 ‘게디’는 염소, 지명의 뜻처럼 오늘날도 염소가 많이 삽니다. 또 물이 있어서 산양과 사반이 살고 있습니다. 사반은 지혜로운 동물 중 하나로 쥐와 토끼의 중간 모습을 가졌는데, 집을 바위 사이에 짓는다(잠30:26)는 성경 구절처럼 바위가 많은 엔게디에 서식하고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구약성경에 엔게디와 관련된 또 다른 사건이 있나요?


이형원 교수: 역대하 20장에서 남유다 여호사밧왕(재위 B.C. 872~847)이 통치할 때, 모압과 암몬 족속이 쳐들어옵니다. 여호사밧왕은 금식을 선포하고 하나님의 도움을 구하며 기도합니다. 다음날 여호사밧왕은 군사들 앞에 노래하는 자, 지금으로 말하면 찬양대원을 앞세워 전쟁에 나갑니다. 신기하게도 하나님께서 복병을 두어 남유다를 치러온 모압과 암몬 족속이 서로를 치게 됩니다(대하20:1~30). 엔게디는 하나님께 기도하고 간구하는 백성에게 응답하시는 곳이 되었고, 우리도 기도와 금식으로 간구할 때 하나님께서 이적을 베푸신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윤석전 목사: 힘들고 어려울 때 기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나님을 원망하며 떠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우리는 다윗처럼 하나님을 신뢰하고 하나님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믿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다윗의 믿음과 시편의 고백을 기억하면서 혹시 하나님과 멀어진 분이 있거든 즉시 돌아와 하나님의 은혜로 살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68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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