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용어 알파와 오메가·22] 침륜, 찌끼같이 가라앉은 믿음

등록날짜 [ 2018-04-10 12:43:38 ]

우리 주님은 “자비로우시며 은혜로우시며 노하기를 더디 하시며 인자하심이 풍부하신”(시103:8) 하나님의 본체(本體)로서 육신을 입고 오셨다. 하나님이 “노하기를 더디하시며 인자하시다”는 표현은 구약성경에 9번 나온다. 그 성품 그대로 섬기러 오신 예수께서 인간을 향해 꾸짖고 분노하시는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고 대부분 불쌍히 여기셨다.

혹자는 ‘주님이 노끈으로 채찍을 만들어 성전에서 장사판을 뒤엎으시며 분노하셨지 않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기도 장소인 ‘아버지 집’이 이윤 추구의 사업장으로 변질돼 하나님께 예배드리지도 못하고 발걸음을 돌이키는 가난한 자들을 향한 양보할 수 없는 긍휼하심 때문이다. 그런 중에도 비둘기 상인의 비둘기만큼은 양이나 소와 달리 날아가 버려 낭패를 볼까 채찍을 휘두르지 않으시고 “이거 가져가라”(요2:16) 하시는 섬세한 마음 씀씀이가 사랑스러우시다.

주님은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혀 온 여자에게조차 “너 왜 그랬냐?”라고 나무라지 않으시고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치 말라”(요8:11) 하셨다. 그런데 그런 주님이 꾸짖으시는 대목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주님이 꾸짖거나 책망하신 경우는 (1) 믿음 없을 때, (2) 사랑 없을 때, (3) 회개치 않고 외식할 때다. (1) 주님과 함께 있으면서도 바람과 파도에 휩쓸려 목숨을 잃을까 겁먹을 때(마8:26), “믿으면 영광을 보리라”고 그토록 말씀했어도 죽은 나사로가 살아난다는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을 때(요11:38), 부활하신다고 그토록 말씀하시고 이를 목격한 사람이 증언해도 안 믿고 완악할 때(막16:14), 주님이 오병이어의 이적을 베푸시기 전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라고 말씀하셔도 믿음 없이 돈 계산만 하고 있을 때(마16:16) 등. (2) 사마리아 사람들이 박대한다고 야고보와 요한이 “하늘에서 불을 내려 여기를 쓸어버립시다”라고 했을 때(눅9:55). (3) 권능을 베풀어도 믿지 않고 회개치 않을 때(마11:20)나 바리새인과 같이 외식할 때 등이다. 가장 큰 죄는 믿지 않는 것이다. “죄에 대하여라 함은 저희가 나를 믿지 아니함이요”(요16:9).

하나님께서는 믿음 없는 자는 반드시 발본색원(拔本塞源) 한다고 하셨다. “그때에 내가 등불로 예루살렘에 두루 찾아 무릇 찌끼같이 가라앉아서 심중에 스스로 이르기를 여호와께서는 복도 내리지 아니하며 화도 내리지 아니하시리라 하는 자를 벌하리니”(습1:12).

모든 일의 되어지는 것이 하나님의 경영에 달려 있지 않고 재수나 우연, 혹은 노력의 결과라고 여기는, 믿음 없이 교회만 다니는 사람이 많다. ‘기도하나 마나 마찬가지’라는 사고가 은연중에 배어 있다. ‘어차피 복(福)도, 화(禍)도 다 결과론이고, 되면 좋고 아님 말고’라는 식의 ‘찌끼같이 가라앉은 믿음’은 등불을 밝혀서라도 반드시 찾아내신다. ‘찌끼같이 가라앉다’와 같은 표현이 히브리서에 나온다. “믿음이 없이는 기쁘시게 못하나니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는 반드시 그가 계신 것과 또한 그가 자기를 찾는 자들에게 상 주시는 이심을 믿어야 할찌니라”(히11:6)고 기록한 히브리서 기자는 “우리는 뒤로 물러가 침륜에 빠질 자가 아니요 오직 영혼을 구원함에 이르는 믿음을 가진 자”(히10:39)라고 기록했다.  ὑποστολῆς εἰς ἀπώλειαν(휘포스톨레스 에이스 아폴레이안; shrink toward perishment, 사망으로 움츠러들다).

한자 침륜(沈淪)도 “논 밑바닥으로 가라앉다”라는 의미로 찌꺼기처럼 사망의 밑바닥으로 가라앉는 영적 상태를 뜻한다. 하나님을 무시하고 은연중에라도 ‘기도하나 마나’라는 믿음 없는 것이 침륜이다. 믿음으로 나아오면 기뻐하시고 반드시 상주시고 부르짖을 때 응답하신다고, 믿지 않고 복도, 화도 하나님과는 관계없다는 무지, 혹은 불신앙이 기도하지 못하게 한다. 마귀처럼 스스로 주인 돼 헤쳐나가려는 사람들의 공통점이다.





위 글은 교회신문 <570호> 기사입니다.


    아이디 로그인

    아이디 회원가입을 하시겠습니까?
    회원가입 바로가기

    아이디/비번 찾기

    소셜 로그인

    연세광장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