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용어 알파와 오메가·36] 회개하면 우리 죄 ‘기억조차 않으시는’ 하나님

등록날짜 [ 2018-11-03 12:29:10 ]

만약 사람의 기억력이 컴퓨터 저장 장치처럼 세월이 많이 흘러도 처음 그대로 유지된다면, 살아남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어릴 때 바지에 실례를 하고 망신당했거나, 지하철 계단에서 넘어져 수많은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킨 기억이 마치 방금 전의 일 같다면 그렇게 쌓인 스트레스를 견뎌 낼 정신력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 내가 의도하지 않은 허물과 망신도 그럴진대, 하물며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온갖 죄악들이랴! 그렇다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둘 중 하나다. 죽거나 미치거나. 결국 그 기억장치를 파괴하려 들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이 희미해진다는 것은 하나님 주신 축복이다. 더 큰 축복은 죄와 허물을 예수의 십자가 피 공로를 믿고 회개함으로 깨끗이 없앨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기억을 조절하지 못한다. 잊고 싶은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희미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 반면, 놀랍게도 하나님은 전능하셔서 기억을 스스로 완벽하게 조절할 능력이 있다고 말씀하신다. 이는 자기 방식으로 기억을 조작하는 ‘편리한 거짓’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을 정확하고 정의롭게 기억하시고, 심지어 생명책 옆에 우리의 행위가 모조리 적힌 책을 보관하고 계시지만(계20:12), 하나님께서 지워 없애지고 망각하신다면, “괘씸해도 내가 봐주고 넘어간다”가 아니라 “나는 도무지 그 일을 모른다”고 기억과 기록을 완전히 소멸시키신다는 의미다.

“또 저희 죄와 저희 불법을 내가 다시 기억지 아니하리라 하셨으니 이것을 사하셨은즉 다시 죄를 위하여 제사드릴 것이 없느니라”(히10:17~18). “다시 기억지 않음”의 헬라어 뜻은 분명하고 강력하다. μ? μνησθ?σομαι ?τι(메 므네스테조마이 에티)로 영어로 직역하자면 “not remember ever (any more)”로 “더는 전혀 기억하지 않음”을 뜻한다. 그러니 용서해 달라고 제사를 지내 봐야 요즘 말로 치면 생뚱맞은 ‘’o미?’(‘뭐임’의 오타)가 된다.

지금도 사역하는 J 목사님은 전에 예수를 대적하던 사람이었다. 그러다 몸이 아파 입원했는데 그 병실 안의 권사님 한 분이 전도를 했다. 그때 자기 지식과 언변으로 심하게 면박을 주고 예수님을 대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그 권사님이 화장실을 몹시 가고 싶어 했는데 도울 사람이 없어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 도와드렸다. 세월이 지나 예수 믿고 목회자까지 된 어느 날, 주님께서 음성을 들려주셨다. “그 밤에 네가 내 딸을 도와주어서 너무나 고마웠단다. 내가 잊지 않고 있어.” 그러자 그 권사님을 면박을 준 일이 생각나 몸 둘 바를 모르고 죄송해하는데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무슨 면박? 나는 알지 못하겠는데?” 그것은 주께서 모르는 척하시는 것이 아니었다. 회개하여 보혈의 공로를 입는다는 것은 그 죄를 완전히 삭제해 버리고 당신의 기억에서도 지워 버리셨다는 뜻인 줄 성령으로 깨달은 것이다.

“나 곧 나는 나를 위하여 네 허물을 도말하는 자니 네 죄를 기억지 아니하리라”(사43:25). 부귀영화를 쥐었던 다윗왕은 진짜 복이 무엇인지 알았다. “그 불법을 사하심을 받고 그 죄를 가리우심을 받는 자는 복이 있고 주께서 그 죄를 인정치 아니하실 사람은 복이 있도다”(롬4:7~8). 회개하는 성령의 열매를 받으면, 누군가 내게 악한 짓을 했어도 참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이 나와 상관없어지고 상처도 안 되고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가 우리 죄를 사하여 준 것같이 사함받고 천국 간다. 그러나 한(恨)과 분노(忿怒)를 밤이 넘도록 풀지 않는 사람은 자신도 괴롭다. 그러므로 회개도 주님의 은혜로만 할 수 있다. 해가 지도록 풀지 못할 분(忿)은 없다(엡4:26). 

위 글은 교회신문 <59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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