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보배롭고 존귀한 아이들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 보면 즐거워

등록날짜 [ 2011-07-20 14:16:37 ]

처음 중등부 교사로 지원하고 얼마 되지 않은 때에 일어난 일이다. 교사 2년 차로 접어든 지금은 그런 일이 종종 발생한다는 것을 알기에 담대히 넘길 수 있지만, 그땐 그 일이 무척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예배 시간에 잠깐 화장실 다녀온다던 아이가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예배시간 내내 안절부절못하며 기다렸지만 그 아이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예배가 끝날 때쯤에야 직감적으로 도망(?)갔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날 밤 기도하는데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그 아이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도 있었지만, 아이의 모습에서 하나님 앞에 불순종하고 그분의 사랑을 외면하고 무시하던 내 모습이 보여 뼈가 저릴 만큼 가슴 아팠다. 그날 주체할 수 없는 눈물과 함께 하나님 앞에 지금까지 살아온 내 모습을 얼마나 회개했는지 모른다.

하나님은 그렇게 교사라는 직분으로 먼저 나 자신을 보게 하시고, 그 이후 아이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게 아이들의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을 부어주셨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아이들을 대하는 것이 서투르고 부족한 풋내기 교사다. 하지만 처음과 달리  아이들을 향한 내 마음은 많이 달라졌다.

내가 맡은 아이들은 중등부 1학년인데 한창 사춘기라 그런지 몇몇 아이는 남녀가 섞인 중등부 예배 때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무척 서투르기만 하다. 찬양도 제대로 부르지 않고 가사를 입안에서 웅얼거리는 모습도 사실 내겐 충격이었다. 처음 그런 모습을 봤을 땐 답답하고 애가 탔다. 함께 찬양하자고 아이를 자리에서 일으켜 세우면 마지못해 입을 열어 웅얼거리는 그 모습이라니!

하지만 이젠 아이들의 그런 서툰 자기표현도 예쁘게만 보인다. 갓난아이가 조금씩 자라서 옹알이를 할 때, 그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아마도 그 옹알이 소리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감탄을 자아내며 뛸 듯이 기뻐할 것이다. 나도 요즘 아이들의 그런 서툰 찬양 모습이 마치 갓난아이의 옹알이를 듣는 부모의 마음처럼 그저 예쁘게만 보인다.

예전엔 열정도 성의도 없어 보여 실망의 눈으로 아이들을 봤다면, 지금은 그 아이들 안에서 그들 나름대로 하나님을 향한 뜨거운 열정과 사랑이 숨어 있다는 확신이 생긴다. 그렇게 아이들을 향한 내 눈과 마음이 바뀌는 만큼, 주님 안에서 조금씩 성장해 가는 아이들을 보며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더욱 경험한다. 찬양도, 기도도 힘들어하던 아이가 어느새 기도모임도 참석하고 몇 주 전에는 기쁨으로 헌금송까지 하며 열정적인 예배 모습으로 바뀐 것을 보면서, 요즘은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향한 아버지의 마음을 더욱 바라보게 된다.

자신들 안에 보배롭고 존귀한 것이 있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던 아이들이 차츰 자신 속에 감추어진 가장 보배로운 것을 발견하고, 자신들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기뻐하며 감사하며 마음껏 하나님의 사랑을 표현하는 사람으로 아름답게 성장하길 기도한다.

위 글은 교회신문 <25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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