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그리스도 향기 가득하길

등록날짜 [ 2011-11-29 13:46:48 ]

이어받은 사랑의 사명
학생들에게 이어지길

고등부 교사로 지원한 동기는 10년 전 군대 시절 이야기로 돌아간다. 나는 수원전투비행단에 자대 배치된 후, 그곳에서 공군기지교회에 갔는데, 당시 소령인 전투기 조종사 한 분(故 오충현 대령)이 나를 안아주시며 “김명성 형제님! 어서 오게. 반갑네! 여기는 교회니까 그렇게 긴장 안 해도 되네. 앞으로 제대할 때까지 기지교회 안에서 영육 간에 강건하게 신앙생활 잘했으면 좋겠네” 하며 격려하시고 환하게 맞아 주셨다.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려웠던 군 시절, 교회에서 그분은 신우들의 멘토였고 선생님이셨다. 그분은 항상 하루를 마지막 날처럼 열심히 사셨다. 교회에 어려운 일이 있으면 팔을 걷어붙이고 누구보다 솔선수범하셨고, 비행이 끝나고 피곤한 상태에서도 기도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으셨다. “군인은 오직 ‘충성’, 이것만을 생각해야 한다. 특히 크리스천 군인은 세상이 변하고 타락해도 변하지 말아야 한다”며 조언해주신 멋진 분이셨다.

공군기지교회에서 오충현 선생님을 비롯한 많은 이가 선배군인이자 선생님으로 진실하게 섬겨주었기에 나는 군 생활 속에서 예수님의 사랑을 뜨겁게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받은 사랑을 나눌 교회학교 교사가 되겠다고 다짐하며 공군복무를 무사히 마쳤다.

제대 후에는 연세중앙교회라는 생명의 강단을 만나 신앙생활 하게 된 것도 감사한데, 하나님께서 부족한 자를 택해 고등부 교사로 세워주셔서 받은 사랑을 학생들에게 나눌 기회를 주셨다. 

하나님께서 양 떼를 옳은 길로 인도하라고 나를 교사로 세워주시고, 지팡이와 막대기를 주셨다. 교사 생활 2년을 되돌아보면, 사랑이라는 핑계로 지팡이를 써야 할 때 막대기를 쓰고, 막대기가 필요할 때 지팡이를 써서 학생들에게 때론 상처를 준 것 같아 후회된다. 기도해 주어야 할 때 더 기도해 주지 못하고, 사랑해 주어야 할 때 더 사랑하지 못한 것이 생각날 때마다, 무척 마음 아프다. 그럼에도 감사하게 학생들은 부족한 나를 잘 따라주었다. 오히려 학생들의 순종과 신뢰에 힘입어 지금까지 내가 교사 직분을 감당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에 믿을 수 없는 뉴스를 접했다. 대대장인 오충현 선생님께서 강원도에서 고난도 비행 교육을 하던 중 순직하셨다는 뉴스였다. 지휘관이면서도 비행훈련교관으로 직접 비행에 나서 후배를 교육하다가 사고로 순직한 것이다.

‘아직 할 일이 많으신데… 두 아이 아버지신데…’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사명자가 자신의 사명을 다하고 죽으면 그 사명은 또 하나의 씨앗이 된다. 선생님께서 평소 그리스도의 사랑을 군인에게 나타내신 것처럼, 나도 오늘이 마지막 날처럼 내가 맡은 학생들을 사랑하는 일에 온 힘을 기울이고 싶다.

확실한 국가관과 신앙관과 인생관을 심어주신 故 오충현 선생님같이 그리스도의 향기가 가득한 교사가 되고 싶다. 그리고 내 삶이 또 누군가에게 복음의 씨앗으로 남겨지기 원한다.

내 인생의 때는 무엇을 위해 소모되고 있을까? 주님이 나를 향해 품으신 기대의 분량과 그에 못 미치는 아쉬움의 분량을 생각하니, 주님 앞에 나의 부족함이 아쉽기만 하다. 이제 새롭게 시작하는 한 해는 주님 앞에 값지게 쓰이길 원한다.


김명성 교사
(고등부)

위 글은 교회신문 <26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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