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믿음의 아비가 되길 소원하며

등록날짜 [ 2011-12-27 13:41:40 ]

10여 년 전, 교회학교 중고등부 교사로 임명받던 날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평생 찬양하며 살리라며 성가대에서 기쁨과 감사로 충성하던 시기여서 교사 임명은 뜻밖이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교사 임명장을 받고 나니 나도 모를 책임감이 생겼다. 뜨겁게 충성하던 성가대에 대한 사모함이 이제는 중고등부를 향했다. 주님께서는 그 사모함을 여태껏 부어주셔서 지금까지 교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적이 없다. 사람의 계획과 생각보다 하나님의 기쁘신 뜻을 따라 순종하기를 원하신다는 깨달음과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시작한 교사의 길은 해가 갈수록 참으로 값진 일뿐이었다.

교사 첫해는 중학교 1학년생을 맡았다. 갓 시집 온 새댁처럼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분주하기만 했다. 아이들과 어떻게 친해져야 하는지도 몰랐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맡은 아이들에게 참으로 미안한 일도 많았다. 그러나 그저 감사함으로 그리고 열심히 하려는 마음으로 눈코 뜰 새 없이 아이들과 지지고 볶고 부대끼며 뒹구는 동안 한해가 지나가 버렸다.

세월은 유수(流水)와도 같다던가. 어느덧 10여 년이 흘러 당시 갓 중학교에 올라왔던 아이들이 이제 20대 중반이다. 마냥 어리기만 하던 아이들이 훌쩍 자라 교회 각 기관에서 값지게 충성하며 신앙생활 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참으로 심령 깊은 곳에서 감사가 넘쳐 나온다. 반면, 그 해에 맡은 우리 반 아이 중에 현재 교회에서 얼굴을 볼 수 없는 이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내게 아비의 마음이 없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열심히는 했지만 영혼 사랑하는 마음 없이 그들을 맡은 것은 아니었는지…. 주님께서 깨닫게 하시는 자성의 소리가 무섭게 나를 채찍질한다.

종종 유치원 아이들이 나들이하는 광경을 본다. 교사가 앞장서서 병아리 같은 아이들을 인솔하고, 아이들은 교사에게 시선을 집중한 채 종종걸음으로 신이 나서 따라간다. 조금 가다보면 뒤처진 아이들이 있는데, 교사는 어서 따라오라고 계속 손짓하며 앞으로만 간다.

‘저러다 아이를 잃어버리면 어떻게 하나?’
걱정 어린 눈길로 계속 보다가 보면 과거의 내 모습이 보여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지난날 내가 아이들을 인도한 모습도 저와 같지 않았는가!’

물론 유치원 교사는 아이를 한 명도 잃지 않고 무사히 목적지까지 데리고 가겠지만, 나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아이를 놓쳤는가? 내게 진정 아비의 마음이 있었다면, 영혼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어서 오라고 손짓만 할 것이 아니라 뒤처진 아이들의 손을 꼭 잡고 주님께로 데려가지 않았을까.

이제는 지난날 같은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함으로 진정한 아비로 살리라고, 아이들이 생명 되신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 믿음 생활의 승리자가 되기까지 그들을 주님처럼 섬기며 살리라 다짐해 본다.

교사로 지낸 세월만큼 더 중고등부에 있으면, 나의 첫 제자들의 자녀가 중고등부 학생이 되어 나와 함께할 날이 올 것이다. 오늘따라 나의 기도는 더욱 간절해진다.

‘주여, 예수 그리스도의 피에 젖은 섬김으로, 참으로 믿음의 아비가 되어 그들을 온전히 섬기게 하소서.”


이존 부장
(고등부)

위 글은 교회신문 <27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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