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더 섬겨주지 못해 미안

등록날짜 [ 2012-03-06 18:12:04 ]

소망부 교사를 한 지도 올해로 4년째에 접어듭니다. 제가 소망부 교사를 지원한 계기는 순전히 아내 문옥자 집사의 권유 때문입니다. 아내는 1998년도부터 8년 동안 교회복지실 교사로 충성하다가 2009년도에 성회접수실로 충성의 자리를 옮기면서 제게 장애인부서 교사를 하라고 적극 권유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참 많이 망설였습니다. 돌이켜보면 부끄러운 생각이지만, 당시에는 ‘장애인과 같이 있으면 혹시 나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어쨌든 지금 생각해보면 교회복지실 교사로 충성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뿐입니다. 지금은 우리 소망부 지체들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을 섬기는 일이 정말 기쁘기만 합니다.

소망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은 단연 한호선(40세) 형제입니다. 올해 4년째 제가 담임하는 호선 형제는 1급 정신지체 장애인데, 부모님 외에 다른 사람들과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질문해도 대꾸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호선 형제는 예배시간이면 자기 혼자 대성전에 들어가서 지정한 자리에 앉아 찬양합니다. 누구를 의식해서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만을 향해 찬양합니다. 두 손을 번쩍 들고 전심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그의 순진무구한 모습을 보면, 그 순간은 누구보다도 아름답고 멋져 보입니다.

3년 전, 제가 호선 형제 심방을 하면서 식당에서 둘이 밥을 먹은 적이 있습니다. 호선 형제의 어머니께서는 호선 형제가 밥을 많이 안 먹는다며 걱정하셨습니다. 실제로 많이 말랐기도 했고요. 그런데 뜻밖에도 저와 식사할 때는 얼마나 밥을 맛있게 많이 먹던지...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과 사뭇 다른 호선 형제의 행동에 놀라긴 했지만, 그만큼 호선 형제가 저를 편안하게 생각하고 마음을 열었다고 생각하니 정말 기뻤습니다.

저는 요식업, 구체적으로는 중국식당에서 주방장 일을 합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밤늦게 퇴근하기에 평소에는 따로 시간을 내서 소망부 지체들을 심방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주일 하루만이라도 맡은 지체 4명에게 온 힘 다해 섬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피곤함에 지쳐 그렇게 하지 못할 때는 지체들에게 미안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렇지만 담당하는 지체들과 부모님께 항상 전화로 심방합니다. 또 주님의 은혜로 우리 반 지체들이 아프지 않고 주일마다 나와서 하나님께 찬양하며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멋지고 사랑스럽습니다.

직장 때문에 힘들고 지쳐 있을 때가 잦지만, 그래도 제가 소망부 교사로 충성하면서 우리 지체들을 섬기며 기도하고 심방하는 일들이 있기에 저의 신앙생활도 뒤처지지 않았고, 또 소망부 지체를 섬기려 노력하는 제 모습을 보고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가 얼마나 큰지 감사할 때가 많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귀한 직분을 제게 주신 것은 더 기도하라고, 영혼 사랑하라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지금보다 더 주님 심정으로 지체들을 섬기고 또 그런 마음으로 직분을 감당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28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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