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영혼 살리는 희락을 느껴
전도의 삶을 살아가는 기쁨을 누려

등록날짜 [ 2012-03-29 14:11:28 ]

교통사고로 큰 아픔을 겪은 후, 서울로 이사하면서 우리 가족은 연세중앙교회에 등록했다. 얼굴에 난 상처가 가여웠는지 주위 어른들이 나를 각별히 챙겨주며 섬겨주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별 어려움 없이 밝고 건강하게 신앙생활하며 살았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신앙이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한 느낌이었다. 매주 그 시간 그 장소에서 들려오는 찬송과 말씀은 반복되는 삶의 일부로만 느껴질 뿐.... 육신은 습관과 형식에 지쳐갔지만 내 영혼은 살고 싶었다.

2010년, 무언지 모를 힘에 이끌려 유아유치부 교사로 지원했다. 유아유치부에 가면 살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 해에 일곱 살짜리 아이들을 맡았다. 반을 맡다 보니 주일날 교회에 가기 싫어도 가야 했다. 손이 많이 가는 아이들을 다른 교사에게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억지로라도 교회에 가면 아이들은 눈물 흘리며 찬양하고 있고, 나 같이 부족한 자를 선생님이라고 웃으면서 안아주었다. 부끄러웠다. 아이들에게도 미안하고, 엄마께도 미안하고, 예수님께도 미안했다. ‘예수님 잘못 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그러던 어느 날, 꿈을 꾸었다. 꿈에서 아이들이 끝이 보이지 않는 지하 동굴로 들어가는 나선형 계단에 끝없이 줄지어 서 있었다. 위험하고 어두운 지하 동굴이었다. 그런데 나는 맨 위에 있는 아이에게 거기에서 나오라고 태평하게 달래듯 말하고 있었다.

꿈에서 깬 후 마음이 아려왔다. 둔한 나도 무슨 꿈인지 알 수 있었다. 불 속에라도 들어가서 지옥 가는 영혼을 살리려는 것이 주님 마음임을 알면서도 그 마음을 시원하게 해 드리지 못하는 내 모습이 꿈에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그 동굴로 뛰어들어가 아이들을 건져오는 것이 참교사일 텐데.... 예수님 마음은 그게 아닐 텐데....

2012년은 교사를 지원한 지 3년째 되는 해다. 그런데 올해 하나님께서는 교사 직분에 더해 교사 지역장이라는 직분을 주셨다. 교회 인근 지역을 여럿으로 나누어 유아유치부 교사들이 팀을 이뤄 전도하는데, 그 중 한 지역을 교사들이 전도하도록 주선하는 직분이다.

지역장이 되니 전도자의 사명과 책임감 등 직분자가 지녀야 할 것들이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매 순간 깨어 어린이 영혼을 관리해야 하고, 이젠 남에게 전도를 미룰 수도 없고, 맡겨주신 영혼을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자리임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처음엔 마음이 무거웠다. 토요일마다 전도는 빠질 수 없는 필수 코스여서, 나의 자유를 억압하는 끈으로만 느껴졌다. 지금껏 자유롭게 살아왔는데, 이젠 그 자유가 사라지는 것 같아 한숨도 났다.

하지만 전도하러 나갔다가 다른 교사들이 유치부 때 맡은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는데도 계속 돌보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요즘은 교사와 지역장 직분을 감당하면서 육신의 희락보다 영혼 살리는 일의 가치를 알게 해주신 주님께 감사한다.

지금의 내 모습은 너무나도 부족하지만, 주님이 붙드시기에 내 영혼이 산다. 

위 글은 교회신문 <28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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