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사랑해 주지 못한 점 반성하며

등록날짜 [ 2013-08-20 17:15:03 ]

2011년 회계연도를 마칠 당시, 결혼을 앞두고 있던 나는 새 회계연도를 맞아 새로운 기관으로 가려 했다. 아내 될 자매는 복지실로, 나는 남전도회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내가 남전도회에 가지 못하자 아내를 따라 복지실로 지원했다. 이는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섭리였다.

복지실 교사들은 대개 지체장애 아동을 일대일로 섬긴다. 나는 복지실 사랑부 소속으로 동욱이를 맡았다. 말은 못하지만 사랑부에서 제일 잘생기고 한없이 착한 아이다. 동욱이를 처음 만나자 호감이 갔다. 장애 아동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서 친해지는 데에만 많은 시간을 들였다. 반년이 지나서야 이 아이에게 무엇을 해 줘야 하는지를 조금씩 깨달았다.

사랑부에서 예배드린 첫날은 엉망이었다. 동욱이는 예배 시간 내내 바닥에 드러눕고 일어섰다를 반복했다. 그런 산만한 아이를 예배드리게 하는 일로 진이 빠졌다. 동욱이는 말할 수도, 들을 수도 없으니 짐작으로만 대할 수밖에 없었다. 대화를 못 하면 얼마나 답답한지 처음 알았다. 한편으로는 ‘내가 불순종할 때 하나님께서도 이렇게 답답하시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츰 동욱이가 나를 따랐지만 이번에는 다른 문제가 생겼다. 동욱이는 예배 시간에 말씀을 전하는 전도사님을 보지 않고, 나만 쳐다 봤다. 예배를 드리게 하려고 무진 애썼으나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2012년을 마감했다. 여러모로 아쉬웠지만 딱히 무엇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올해는 복지실 소망부 교사가 돼 준호라는 학생을 맡았다. 준호 생일을 맞아 옷을 선물했다. 준호도 매주 예배에 올 때마다 “옷 사준 선생님이세요?” 하고 물으며 인사했다. 처음엔 ‘매주 보면서 내 얼굴을 기억하지도 못하나?’ 싶어 서운했다. 나중에야 그런 인사가 준호가 내게 관심을 표현하는 방식인 줄 알아 감사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준호가 다른 교회로 옮겼다.

이런 일이 생기다 보니 사실 마음이 아팠다. 아이들에게 좀 더 관심을 표현하지 못하고 사랑해 주지 못한 점을 반성했다. ‘내가 교사 자격을 갖춘 사람인가?’ 되돌아보았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낙심한 나를 위로하시고 복지실에서 많이 배우고 깨닫게 하신다. 아마도 복지실 아이들을 보며 깨닫는 일이 없었다면, 계속 충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매주 아이들을 섬기러 교회에 올 때마다 내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아이들을 보며 깨닫는다. 어찌 보면 아이들과 지내며 하나님의 뜻을 알아 가며 살아 있는 설교 한 편을 매주 접하는 셈이다.

이곳 복지실에서 매주 하나님께서 내게 표현하시는 많은 메시지를 보고 듣는다. 하나님이 깨닫게 하시는 음성을 들을 때면 정말 즐겁고 기쁘다. 그 말씀에 따르지 못할 때는 너무 죄송하다. 언젠가 그 말씀에 전적으로 순종하길 소원한다. 하나님께서 나를 통해 이루실 뜻을 기대하며 오늘도 하나님께 나아간다.


/박승희 교사
교회복지실 소망부

위 글은 교회신문 <35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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