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소중한 자녀를 맡겨 주신 은혜

등록날짜 [ 2014-12-22 11:48:19 ]

사회에서 동호회 활동을 할 때 장애인들을 돌보아 준 적이 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장애 아이들이나,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돌봐 드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후 연세중앙교회에 다니게 됐고, 청년회에서 활동하다가 우연히 장애인 부서인 교회복지부를 알게 돼 교사로 지원했다.

성인 지적 장애인 예배부서인 소망실 교사가 되자 처음엔 두려움이 앞섰다. ‘저 애가 언제 어디로 튈까?’ ‘혹시나 나를 때리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3년 세월이 흐른 지금, 소망부 장애인 지체들을 바라볼 때마다 대견스러워 미소가 번진다. 내가 이곳에 온 것 분명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다.

소망실에서 2년간 시내’(33)라는 자매를 섬겼다. 시내는 뇌 발달효소를 만들어 내는 기능이 약해 페닐케톤뇨증(PKU)’이라는 병을 앓아 정신지체가 됐다. 2~3세 어린아이의 지능 수준이다. 주일 낮예배가 끝나면 바로 교회에서 5분 거리인 시내 집에 가서 교회로 데리고 오고, 예배 후에는 데려다 준다. 때로는 번거롭게 느껴지지만, “시내야, 교회 가자고 할 때 폴짝폴짝 뛰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조금 전까지 품은 마음이 싹 사라진다.

말이 거의 통하지 않는 사내에게 과연 무엇을 알려 줘야 할지 고민도 많았다. 그래도 예배 때마다 시내의 귀에 대고 기도해 주며, 주님의 사랑을 전했다. 그러던 어느 예배시간, “시내야, ‘아멘해야지하자 뜻밖에도 시내가 우렁찬 목소리로 ~!” 하는 것이 아닌가! 평소 말도, 표현도 제대로 못했던 시내의 반응에 어찌나 감동이 밀려오던지. 하나님이 일하고 계심을 체험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교사로서, 장애인이라고 무조건 이해하고 감싸 주지는 않는다. 잘못했는데 그냥 넘어가면 또다시 잘못을 반복한다. 적절하게 주의하라고 하면서 다시 잘못하지 않게 가르치는 것이 교사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야단치고 혼을 낼 때는 마음이 아프지만 하나님 말씀으로 가르쳐 그 영혼을 살려 내려는 교사의 심정을 부모님도 이해하시리라 믿는다.

소망부 교사를 하면서부터 사소한 일에도 감사 기도를 하게 됐고, 하나님을 위해 사는 일이 무엇일지 생각하며, 매일매일 은혜 속에 살아가고 있다. 과거에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를 항상 걱정하던 내가 이제는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6:33)는 말씀을 조금이나마 알아가고 있으니, 그것만도 얼마나 큰 은혜인가?

영혼을 담당하는 소망부 교사로서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지만, 하나님께서 지체들을 위해 기도할 때 주님 심정을 주셔서 눈물이 흐르게 하시고, 맡은 아이들에게 주님 마음을 전해 줄 때 행복을 느끼게 하신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인데도, 그들이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이 나를 기쁘게 한다. 나처럼 부족한 자도 그들의 변화에 이렇게 감동하는데, 하늘에 계신 아버지는 어떠하실까? 분명 이들이 사랑스러우셔서 이 땅의 것들보다 더욱 값진 것들을 하늘에 준비하시리라 믿는다.

부족한 내가 주님의 소중한 자녀를 맡아, 내 입술로 주님의 말씀을 전하게 하시고, 사랑하는 마음과 섬기는 마음을 채워 주셨다. 내가 섬기는 장애지체들도 주님 마음을 알고 앞으로 이들도 주님의 일을 하는 지체로 성장하길 소망한다. 쉬지 않고 기도하며 하나님의 계명을 잘 지키며 살아가고 싶다.


/이은랑 교사

교회복지부

위 글은 교회신문 <41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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