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주님이 부어 주시는 은혜

등록날짜 [ 2015-01-12 11:52:43 ]

2015년 교회 기관 개편이 가까울 즈음, 교사로 아이들을 섬기고 싶어졌다. 청년회 때 부원을 섬기던 기억이 떠올라 올해에는 무엇보다 영혼을 섬기는 직분을 맡고 싶었다. 하지만 선뜻 지원할 자신이 서지 않았다. 그러던 중 마침 중등부 교사가 권면해 지원했다.

자격 없는 내가 어떻게 주님의 귀한 직분을 감당할까?’ 지원 후에도 고민은 계속됐다. 그런데 교사가 되고 맞은 첫 주일 오후, 내가 담당하게 될 반 아이를 한 명 한 명 보니 그리 반갑고 사랑스러울 수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나를 반기기보다는 지난해 정든 선생님과 이별한 것이 못내 아쉬운 듯 밝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런데 그다음 날, 우리 반 아이들 모습이 온종일 아른거렸다. 아마도 이 마음이 우리 아이들을 기대하시고 사랑하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심정인가 싶었다. 담임목사님께서 멀리 해외성회를 떠나시면 왜 그리 성도들을 보고 싶어 하시는지 조금이나마 짐작이 갔다.

올해 내가 담임하는 아이들은 중학교 3학년, 한창 사춘기다. 사춘기에는 아이들이 어른들의 말을 듣기 싫어한다. 예배시간에 자세를 바로 취하라고 꾸중이라도 하면, 선생님의 사랑과 권면을 간섭으로 여겨 어긋나게 행동하기도 한다. 벌써 힘겹다 싶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나도 사춘기 시절에 어른들에게 반항기가 있었다. 남들보다 아픈 시기를 겪어서일 것이다. 부모님이 열한 살 때 헤어지셔서 조부모님 손에 컸다.

시골이라 하교 후에는 늘 농사일과 가축 돌보는 일을 해야 했다. 공부는 곧잘 했지만 분기별 수업료를 내지 못해 학생과나 서무과에 늘 불려 다녔었다. 농촌은 가을 추수 때 외에는 딱히 돈 생길 일이 없으니. 경제적으로 어렵고 마음도 늘 외로웠지만, 어긋난 길로 가지 않고 결혼하여 행복한 가정을 꾸려 살고 있는 것은 하나님의 보살핌이었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주일마다 교회에 꼭꼭 갔고, 하나님 말씀을 듣고 자랐다. 연세중앙교회에 온 것도 주님께서 이끌어 주신 덕분이다.

올해 내가 맡은 3학년 5반 아이들을 보니, 나처럼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도 몇몇 보인다. 내가 어려운 사춘기를 보내서인지 한부모 가정 아이나 집안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마음이 많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기도와 사랑으로 아이들을 살갑게 대해 주는 것 외에 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봤다. 중등부에서 겨울방학을 이용해 예수 캠프공부 지도 프로그램을 3주간 운영할 계획이라고 하기에 나도 강사로 나서기로 했다.

119일부터 시작하는 이 프로그램은 국어, 영어, 수학, 과학, 한국사 5개 주요 과목을 가르친다. 과외 교사 경력을 살려 수학을 담당하기로 했다. 나를 비롯해 몇몇 교사들은 아이들의 학업뿐 아니라 신앙생활 전반을 이끌어 줄 계획이다.

교사로서 몇 주간 지내지 않았지만, 하나님께서 교사에게 부어 주시는 은혜를 벌써 경험한다. 하나님께서는 영혼을 사랑하시기에 영혼을 맡은 자에게 하나님과 같은 마음을 부어 주신다. 또 아이들을 이끌고 갈 사명이 있기에 영적으로 더 경성하고 하나님 말씀대로 살고자 힘쓰게 된다.


/강환민 교사

2중등부

위 글은 교회신문 <418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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