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더 아쉽고 눈물이 나는 이유

등록날짜 [ 2015-05-26 10:01:29 ]

중등부 교사로 학생들을 섬긴 지 올해로 9년째. 이십 대 청년 시절을 중등부 학생들과 동고동락한 셈이다.

처음 중등부 신입반 교사로 임명받던 날, 중학생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아이들이 자기감정을 직선적으로 표출해 매우 당황스럽고 화가 날 때도 있었다. 청년회 부장으로 섬길 때는 동년배 회원들과 진지하고 깊이 있게 대화하며 심방했는데, 천방지축인 중학생 친구들과는 소통하기가 어려웠다. 아이들을 변하게 할 분은 하나님이신데도 내 힘으로 어떻게든 해 보려 했다. 그렇게 중등부 교사로 한 해 두 해 충성하다 보니 아이들의 영혼을 섬기기보다 교회에 오는지 안 오는지 출석에만 신경 쓰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런 나를 하나님께서는 얼마나 안타깝게 바라보셨을까.

한번은 흰돌산수양관 중·고등부 성회를 앞두고 가출 청소년들을 취재한 신문 기사를 보았다. 잠잘 곳이 없어 빌라 옥상에서 새우잠을 자고, 먹고 쓸 돈을 마련하려고 성매매를 일삼으며, 가출 사이트에서 알게 된 학생들끼리 무리 지어 일탈을 일삼는다는 내용이었다. 기사를 보면서 인격을 성장시킬 가장 중요한 시기에 마귀에게 이끌려 몸과 마음을 망가뜨리는 아이들이 심히 안타까웠다.

가출 학생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잠잘 곳과 먹을 것이 필요할 터. 아이들을 흰돌산수양관 중고등부 성회에 참석시키고 싶은 마음에 가출 사이트에 글을 남겼다. “34일 동안 재워 주고 먹을 것도 제공할게. 연락 주라.”

그러자 대구에서 가출해 서울로 온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이 연락을 해 왔다. 만나서 밥을 사 주고 찜질방에서 씻고 하룻밤을 자라고 돈을 쥐여 주면서 내일 주일예배에 와라고 했다. 다음 날 교회에 온 그 아이를 만나 가출한 사정을 들어주고, 고민도 상담해 주었다. 주님의 은혜로 그다음 날부터 진행된 중고등부 성회에 데려가서 34일 동안 챙겨 주었다. 그 아이는 담임목사님이 전하신 설교 말씀을 듣고 조금이나마 예수 그리스도를 알게 되었다.

성회가 끝난 후, 대구에 내려가 무사히 가족의 품에 안겼다는 연락을 받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한편으로는 우리 교회 중등부 학생들에게 소망과 기대가 샘솟았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사춘기 시절부터 성회에 참석해 인생을 바꾸고 왕성하게 성장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행복한 환경인가 싶기도 했다. ‘교사인 내가 예수를 심어 주고, 조금이라도 예수를 알게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면서 아이들을 향한 사랑과 애착이 커졌다.

매년 말, 만남과 헤어짐이 있는 기관 개편의 시기가 다가오면 교사로 계속 남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그런데 요 몇 년간 학생들이 마냥 예뻐서 주저 없이 교사로 충성하기로 결정하고 있다. 여전히 말 안 듣고, 사고 쳐서 교사를 힘들게 하는 아이들인데도 예뻐 보인다.

1년 동안 함께 울고 웃고 부대끼며 사랑으로 품은 중등부 아이들이 고등부에 등반할 때면 평생 안 볼 것도 아닌데 눈물이 나고, 아쉽고, 더 품고 기도해 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

교사로 충성하기에는 부족정도가 아니라 전혀할 수 없는 자에게 힘 주셔서 아이들을 사랑하게 하시고, 품고 기도하게 하시고, ‘네가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테니 너는 말씀에 순종하라는 주님께 모든 감사와 영광을 올려 드린다.


/정수정 교사

2중등부

위 글은 교회신문 <43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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