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주님께서 하시도록 나를 비우며

등록날짜 [ 2015-09-14 18:10:33 ]

평소 아이들을 무척 좋아해서 언젠가는 주일학교 교사가 되고 싶었다. 그 사모함대로 2년 전, 고등부를 졸업하자마자 요셉부(초등2) 교사로 지원했다.

처음 만난 열 살 남짓한 아이들은 매우 예쁘고 귀여웠다. 아이들이 예배시간에 진실하게 찬양하는 목소리와 순수한 마음으로 눈물 흘리며 기도하는 모습에 크게 감동했다. 하지만 은혜로 시작한 교사생활이 대학생활을 하며 세상에 물들자 점점 힘겨워졌다.

한번은 내가 지은 죄로 정죄받아 염려·근심·걱정·낙망으로 나 자신을 추스르기도 힘든 날이 찾아왔다. 침체한 상태로 일주일을 보낸 후, 주일에 우리 반 아이들을 교회에서 만났다. “선생님~!” 하며 아이들이 환하게 웃으며 뛰어와 품에 안겼다. 예배가 끝날 무렵에는 아이들이 애절하게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다. 그런 모습을 보자 교사로서 아이들을 위해 더 기도해 주지 못하고 사랑해 주지 못한 미안함에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그렇게 주일에 아이들을 보며 힘내서 기도하며 대학생활을 바로 하게 됐다.

올해는 신입반 교사에 임명됐다. 천왕지역 아이들을 전도하고 심방하는 게 주된 일이다. 학교 수업이 없는 금요일마다 담당전도사님과 함께 천왕초등학교 앞으로 가서 아이들을 만나 전도한다. 토요일에는 지난주에 온 아이들을 심방하며 편지와 선물을 전해 준다. 금요일에 미처 만나지 못한 아이들을 만나기도 한다.

아이들을 전도하는 일은 무척 힘겹다. 학교 앞에서 만나 전도할 땐 주일에 꼭 교회에 오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막상 주일이 되면 환경이 여의치 않아 교회에 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게다가 약속한 장소로 데리러 가면, 도망치는 아이도 있다. 주일에는 집 앞에서 30분 이상 실랑이를 할 때도 있다. 그럴 때면 회의가 들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것 맞아?’

마치 혼자서 높고 두꺼운 벽을 치는 기분이었다. 학교로 전도 가는 일이 점점 부담스러워졌고, 토요일에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것도 힘에 버거웠다.

그러던 중, 50일 작정 기도회와 하계성회에서 은혜받자 깨달은 바가 있었다. 내가 담임한 아이들을 사랑한다고 했지만, 그 사랑은 인본주의적인 사랑이었음을. 또 아이들의 영혼을 진짜 사랑해서 지옥 가면 안 돼!’ 하며 애절하게 매달려 그 영혼을 돌보는 주님 심정이 내게 없다는 것을.

내게 우리 반 아이들을 맡겨 주신 분도, 천왕 지역을 맡겨 주신 분도 예수님이시다. 심방하라고 나를 아이들에게 보내신 분도 예수님이시다. 그런데도 예수님께 모두 맡기지 못하고 내 힘으로 하려고 했던 교만한 모습을 회개했다. 하나님 은혜로 내 잘못을 깨닫고 회개하고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고 기도했다. 그러자 상황이 달라졌다. 다시 전도하고 심방하는 일을 사모하게 됐다. 심방 갈 때마다 환경이 열려 담대함으로 아이들에게 하나님 말씀도 전할 수 있게 됐다.

정말 부족하기만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런 나를 아시고 작은 신음에도 응답해 주셨다. 필요할 때마다 채워 주시고 알게 해 주셨다.
 
벌레보다 못한 부족한 죄인을 불러 주셔서 교사 직분 맡겨 주신 주님께, 지금까지 충성하게 해 주시고 또 앞으로도 나를 쓰실 주님께, 모든 영광과 감사를 올려 드린다.


/전혜린 교사

요셉부

위 글은 교회신문 <45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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