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음악이야기]함께 들을 수 있는 찬양의 기쁨
‘클라리넷’ 연주의 독일영화 <침묵의 저편에서> 보며

등록날짜 [ 2010-02-08 14:15:21 ]

악기 통해 각양 소리 듣지만 ‘진짜 음악’도 깨닫게 돼



독일영화 '침묵의 저편에서(Beyond Silence)'는 클라리넷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 악기를 통한 각종 소리를 들으며 입으로 전달되는 '진짜 음악'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며칠 전, 어느 결혼식장에 갔었다. 뜻밖에도, 그 결혼식의 신랑 신부와 대부분의 하객은 음악을 전혀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이었다. 그들은 결혼식 순서에 따라 성악가가 신랑 신부에게 ‘하나님의 은혜’를 축가로 불러줄 때 그저 앞에서 손으로 통역해주는 것만 볼 뿐이었다.
그들은 음악이 주는 아름다움과, 하나님이 우리를 찬양의 도구로 사용하시며   음악 안에서 축복하길 원하신다는 걸 알고 있을까? 성악가의 아름다운 찬양을 듣지 못하고 함께 노래하지 못한다는 안타까움과 함께, 마음 한편으론 ‘그분들은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기에 내가 일상 속에서 늘 저지르는 ‘입술로 짓는 죄가  없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결혼식이 끝나고 새삼, 독일에서 보았던 ‘침묵의 저편에서-Beyond Silence’(German: Jenseits der Stille 1996)라는 독일영화가 생각났다. 이 영화는 영화가 먼저 흥행하고 책으로 출판된 보기 드문 경우인데, 이 영화는 실화를 배경으로 만들어졌으며, 베를린 음대를 다닌 어느 여주인공의 삶을 다루었다.
영화의 주인공 이름은 ‘라라’. 그녀의 부모님은 모두 청각장애인이다. 그녀는 가족 중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또한 부모님을 위해 일상 속에서 그들과 연관되는 모든 세상 속의 필요한 소리를 통역한다.
어느 날, 라라는 아버지의 여동생인 클라리사를 통해 클라리넷이라는 악기를 알게 되고 음악을 경험하고 침묵 저편에 다른 세상을 발견하게 된다. 음악을 공부하게 되면서 아버지와의 갈등을 겪고 사랑하는 엄마를 교통사고로 잃게 되지만 끝내 독일의 유명한 베를린 음대 시험을 치르게 되는 감동적인 내용의 영화이다.
영화 안에서 라라는 많은 소리를 부모님께 통역했다. 예를 들어 눈이 오는 소리, 눈이 땅에 닿을 때 나는 소리, 해가 뜰 때 나는 소리, 바람 부는 소리, 음식을 먹을 때 나는 소리, 눈 발자국 소리 등등….
그러나 아쉽게도 그 소리에 가까울 정도의 생각은 부여할 수 있으나 그것들은 진짜가 아니었다. 인간의 감정이 들어 있는 기쁨의 소리, 찬양의 소리, 애통해하는 슬픈 소리, 내면의 소리가 진짜 음악이 아닐까!
이 영화는 보는 내내 아름다운 선율의 클라리넷 음악이 주를 이룬다. 특별히 따뜻한 인간미가 스며 있는 클라리넷 소리는 이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더 많은 애정을 갖게 한다. 라라가 아버지와 수화로 이야기할 때 슬며시 흘러나오는 영화주제 음악은 그야말로 절묘하다.
이 영화의 배경으로 사용된 음악은 니키 라이저(Niki Reiser)와 클레즈머(Klezmer)의 연주가 주를 이룬다. 그 외에 ‘I'll Survive’라는 유명한 팝송은 라라가 어느 청각장애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와 사랑에 빠져 데이트하는 장면에 나오는데, 특이하게도 노래 가사를 수화로 마치 춤추는 듯 표현한 것이 매우 유쾌하여 배우고 싶은 충동까지 느끼게 한다.
‘침묵을 넘어’의 전반부에 흘러나오는 주제음악인 ‘Jenseits der Stille Theme Clarinet’도 니키 라이저의 클라리넷으로 연주되는데, 갈등과 슬픔이 교차하는,  그러나 희망이 묻어 있는 곡이며 라라의 멜로디(Laras Melodie) 또한 많은 독일 사람들이 기억하여 지금도 연주할 정도로 유명하다.

위 글은 교회신문 <178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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