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연주와 기도의 공통점과 차이점
교회음악과 자녀교육

등록날짜 [ 2010-06-28 23:31:58 ]

‘꾸준함’이 있어야 ‘성취감’도 크다는 공통점 있으나
악기는 나이 어릴수록 유리한 반면 기도는 상관없어


악기는 어린 나이에 꾸준히 연습할수록 손에 익어 나이가 들어도 다루는 법을 잊지 않는다.
기도도 꾸준히 해야 하나님과 깊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피아노 연습하라” 말씀하시면 마음속으로 은근히 짜증을 냈는데, 어느새 나도 일곱 살짜리 딸아이가 피아노를 혼자서 연습하는 걸 보는 나이가 되었다. 내가 벌써 그때 우리 어머니 나이가 되었구나 하는 감상에 젖는다.

나이가 들어서 무언가를 새로 배울 때 좋은 점은 이해가 빠르다는 것이지만, 힘든 점은 어느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는 상당히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목표는 더욱 분명한데도 말이다. 아마도 잔소리(?) 하시는 어머니가 곁에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연습에서 찾는 성취감의 기쁨
한 가지 악기를 능숙하게 다루려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악기를 잘 다루는 데 걸리는 시간에 대해 학술적으로 구체적인 근거를 마련해 두지는 않았지만-누군가 이러한 주제로 연구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주위 친구들과 선후배, 제자들을 보면 피아노는 취학 전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현악기 중에서도 바이올린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첼로도 대개 초등학교 때 시작한다. 그나마 트럼펫을 비롯한 금관악기와 타악기, 또는 특수 악기들은 고등학교 때에 시작하기도 한다.

대학교에 입학해서 바이올린을 부전공 악기로 선택해 몇 년 동안 교습을 받았는데 지금도 나는 근사한 소리를 내지 못한다. 결혼한 후, 남편이 대학 시절에 현악기를 전공했으니 좀 배울 수 있으려니 했지만 시도도 해보지 못했다.

그나마 내가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악기는 피아노다. 나는 말을 하듯, 노래하듯, 콧노래를 부르듯 자유롭게 눈을 감고도 피아노를 칠 수 있다. 그렇다고 그것이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런 사람은 많으니까.

남편 역시 피아노를 그렇게 다루다 보니 딸아이는 짐짓 약이 오르는지 처음에는 답답해하며 피아노 치기를 좋아하지 않더니, 얼마 전 유아유치부에서 개최한 달란트대회를 계기로 재미를 붙여 이제는 제법 궤도에 들어선 듯하다.

나름대로 연습에서 재미를 느끼고 연습하면 되는 것에 뿌듯해하며 성취감에 즐거워하는 모습이 나에게도 기쁨이다. 매일 조금씩 실력이 느는 것을 본인이 아는 걸까, 아니면 연습 자체가 그냥 즐거운 걸까.

어린아이처럼 꾸준히 기도해야
예전에 어떤 작가가 종교와 예술이 비슷한 점을 논한 글을 읽고 큰 공감을 하지 못했는데, 50일 작정 기도를 시작하면서 나도 모르게 기도와 악기 연습의 비슷한 점을 많이 발견한다.

한 가지씩 비교해 가며 설명할 수 있는 기도의 경지에 이르지 않아 섣불리 말하긴 조심스럽지만, 악기를 연습할 때 느꼈던, 지금 내 딸아이가 느끼고 있을 그 성취감과 뿌듯함을 요즘 매일 저녁 기도회 때 느끼고 있다. 기도하라는 목사님의 말씀이 피아노 연습하라는 어머니의 그리운 잔소리 같기도 하다. 기도가 호흡과도 같이 자연스러워졌을 때, 지금 어머니의 잔소리가 그립고 고마운 것처럼, 머지않아 목사님의 외침이 고맙고 그리워질 것 같다.

꾸준한 연습을 통해 음악의 크고 작은 문제들을 차츰차츰 해결하는 것처럼, 또 때론 집중적인 연습이 짧은 시간에 음악의 어떠한 문제를 매듭지어 주듯이, 기도가 크고 작은 문제들을 여러 가지 모양으로 해결해 주는 확실한 열쇠가 될 것이다.

음악을 위한 연습에는 나이가 어린 것이 유리하지만, 기도는 나이가 많아도 고민할 필요가 없다. 예수님에 비하면 우리는 어린아이일 테니 아이의 꾸준함으로 기도할 수 있다. 게다가 마음껏 기도할 수 있는 우리 교회의 환경이 금상첨화(錦上添花)니, 더할 나위가 없다. 예수님처럼 기도할 수 있는 그날까지 기도의 기쁨을 만끽하자.

위 글은 교회신문 <198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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