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음악으로 묘사한 ‘천국과 지옥’
클래식 친해지기

등록날짜 [ 2011-03-23 17:23:40 ]

서양음악 여러 작품 중에도 천국과 지옥을 묘사한 것들이 있다. 우선 가장 먼저 내 머리에 떠오른 것은 독일 태생 오페라 작곡가 오펜바흐(Jacques Offenbach, 1819~1880)가 작곡한 오페레타 ‘천국과 지옥’이다.

내가 독일로 유학을 떠나 처음 거주한 곳이 프랑크푸르트(Frankfurt am Main) 인근 도시 오펜바흐(Offenbach am Main, ‘마인 강의 오펜바흐’라는 뜻으로, 독일에서는 같은 지명이 있을 때 가까운 강 이름을 붙여 구별한다)라는 지역이어서 오펜바흐 하면 내게는 유학 초기 추억이 떠오르는 이름이기도 하다. 그런데 작곡가 오펜바흐는 본명이 ‘Jacob Levy Eberst’인데 바로 이 오펜바흐 출신이어서 자크 오펜바흐로 부른다.

오페레타(Operetta)란 희가극 또는 경가극으로 번역하는데, 쉽게 얘기하자면 가벼운 오페라로서 희극적 내용이 강하고 풍자적인 표현을 즐기는 오페라다. 오펜바흐(Jacques Offenbach) 작 ‘천국과 지옥’은 가장 유명한 오페레타 중 하나다.

특히 이 작품에는 ‘캉캉’이 나오는데, 보통 ‘캉캉’하면 누구나 한 번 들어봤을 유명한 관현악곡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오펜바흐의 ‘천국과 지옥’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이야기를 다룬 것으로, 원작 이름은 ‘지옥의 오르페우스’(Orphée aux enfers)로 내가 찾고자 한 천국과 지옥을 표현한 음악으로는 적당치 않은 작품이다.

다음으로, 내가 찾은 작가는 프랑스 작곡가 베를리오즈(Louis-Hector Berlioz, 1803 ~1869)다. 그는 표제 음악을 창시한 사람인데, 표제 음악이란 음악을 한 편의 드라마처럼 줄거리가 있게 표현한 것이다.

그의 대표 작품인 ‘환상교향곡’도 표제 음악으로서 악장마다 줄거리가 있는데, 마지막 악장은 지옥 모습을 표현한 듯하다. 단두대로 행진, 마녀들의 춤, 비명 같은 목관악기의 고음, 용광로가 끓어오르는 듯한 큰 북을 비롯한 여러 타악기 연주 등 이 곡을 들으면 마치 지옥의 문턱에 발을 들여놓은 듯한 환상을 갖게 된다. 베를리오즈는 또 오페라 파우스트의 겁벌(劫罰, La Damnation de Faust) 마지막 장면에서 파우스트가 지옥으로 떨어지는 장면을 묘사했다.


<사진설명> 프랑스 작곡가 베를리오즈<사진>는 ‘환상교향곡’을 통해 마지막 악장에서 지옥을 묘사했다. 서양음악을 조사해보면 지옥을 표현한 곡은 많으나 아쉽게도 천국을 표현한 곡은 별로 없다. 아마도 아무리 달콤하게 음악을 만들어도 천국과는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그에게 음악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은 헝가리 피아니스트 출신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는 단테 『신곡』을 관현악으로 묘사한 단테 교향곡을 썼다. 단테 교향곡 1악장은 9개 층으로 나뉘어 있는 지옥에 들어가서 목격한 내용이다. 다양한 죄목으로 분류된 사람들이 벌 받는 참혹한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부분마다 섬뜩한 관현악으로 나타나며 템포를 빨리해서 조바심마저 느끼게 한다.

원래 리스트는 천국을 마지막 악장으로 해서 마무리하려 했지만, 그의 사위 바그너(Wilhelm Richard Wagner, 1813~1883)가 천국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하나님을 모독할 수 있다고 한 충고를 받아들여 쓰지 않고 2악장에서 여성합창을 통해 천국의 문으로 이끄는 소리로 마무리했다.

실제로 다른 작곡가들도 지옥을 표현한 적은 많이 있으나 천국을 나타낸 작곡가는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아무리 달콤한 음악으로도, 아무리 사랑스러운 음악으로도, 아무리 아름다운 음악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천국이어서가 아닐까.

위 글은 교회신문 <23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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