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아는 만큼 들리는 음악 감상법
클래식 음악 친해지기

등록날짜 [ 2010-09-20 23:57:59 ]

음악을 계속 듣다 보면 전체 구성까지 들려
깊어가는 가을, 풍성한 감성으로 살쪄봄이

음악을 구성하는 요소를 경제적인 관점에서 볼 때 크게 생산행위와 소비행위로 나눌 수 있다. 생산에 해당하는 행위가 작곡과 연주라면, 소비에 해당하는 것은 감상이다. 바르게 듣고 평가하고 즐기며 감상할 청중이 없다면 작곡과 연주의 생산행위는 무의미하다.

음악을 더 잘 감상하는 법이 있을까? 있다. 음악은 아는 만큼 들린다. 또 듣는 만큼 더 잘 알게 된다.

예전에 첼로를 전공한 친구와 함께 어떤 음악을 듣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친구는 저음 파트에 대한 얘기만 했다. 그의 귀에 익숙한 저음역(低音域) 악기와 소리만이 그의 주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이 멜로디와 흥겨운 리듬으로 이뤄진 총체적인 음악을 들을 때, 저음 악기인 첼로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그는 아쉽게도 낮은음만을 듣고 평가하는 것이었다. 또 한 친구는 오보에를 전공하는데 그 친구 또한 함께 교향곡을 듣고 나서 곡 중 오보에에 대해서만 논하는 것을 본 적도 있다.

이처럼 음악에는 매우 상대적인 부분이 존재한다. 아는 만큼 들리게 마련인 것이 음악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듣는 만큼 알게 되는 것이 음악이다. 처음에 음악에 입문(入門)하고자 할 때 막연하고 멀게만 느껴지는 음악을 가까이할 가장 좋은 방법은 한 음악을 무조건 계속해서 듣는 것이다.

처음에는 유려한 멜로디가 들어오고, 계속해서 들을수록 차츰 주선율 외에 대선율이 들리고, 음악을 꽉 채우고 있는 화성이 들려오며, 전체적인 구성이 보이고, 연주자의 실력이 가늠된다. 같은 곡을 연주하는 다른 음반을 들었을 때, 같은 곡을 다르게 해석하는 그 차이까지도 듣게 된다. 이쯤 되면 적어도 이 한 곡에 대해서는 제대로 감상하는 경지에 다다랐다 할 수 있다. 한 곡을 제대로 감상하게 된다면 그다음부터는 음악 감상이 막막하지 않다.

결국은 계속해서 듣는 것이 음악을 알게 하고, 많이 들어 많이 알수록 음악 감상의 달인이 된다는 것. 하지만 무작정 음악을 듣는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특별한 취미가 없는 한 아무리 좋은 음악이라도 나 싫다면 그만인 것. 음악이 익혀질 때까지 들을 수 있는 인내가 필요하다.

하지만 언제나 이렇게 공부하듯 음악을 접할 수는 없다. 우연한 기회에 스치듯 지나가는 어떤 멜로디가 마음을 사로잡기도 하고, 원치 않는 자리에 앉아 세 시간짜리 오페라를 봐야 할 일도 생긴다. 어떤 상황에서든 생소한 음악을 접하게 된다면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음악 듣기를 추천한다.

먼저, 멜로디를 따라가며 듣는다. 처음의 주제가 어떻게 발전하며 변화하고 절정으로 치닫다가 다시 돌아오는지를 음악을 들으며 느껴보자. 둘째, 연주자들의 음악성과 테크닉을 감상한다. 작곡가의 손을 떠난 곡이 연주자에 의해 재창조될 때 연주자의 실력과 감성을 통해 음악의 섬세한 면을 만나게 된다. 셋째, 문헌적인 지식이 음악 감상에 많은 도움이 된다. 그 곡이 작곡된 시대상과 음악 조류, 작곡가 생애 등을 알고 나면 더 쉽고 재미있게 음악을 즐길 수 있다.

나름대로 음악 감상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음악은 참 영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는 만큼 들리고 듣는 만큼 아는 것이 그렇고, 아무리 나에게 유익한 것이라도 나 싫다면 그만인 것이 그렇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음악의 아름다움을 하나씩 하나씩 놓치지 말고 나만의 감상법으로 정복해 가며 하늘이 높아지는 가을에 감성을 더욱 풍성히 살찌워보자.

위 글은 교회신문 <20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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