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쇼팽과 그의 연인 조르즈 상드
클래식 친해지기

등록날짜 [ 2010-10-04 23:13:53 ]

음악 생애 전체에 영감을 주었던 사랑

낭만주의 시기에 혁명적인 존재였던 쇼팽과 남장을 한 혁신적인 여성 조르즈 상드와의 만남은 당시 대단한 스캔들이었다.

여류작가인 조르즈 상드는 삶의 수단으로 남장한 혁신적인 신(新)여성 이었는데, 결혼에 한 번 실패한 이후 그녀는 자립해서 살아가야 했다. 상드는 그녀 어머니에게 경제적인 부분을 의논하였는데 이때 남자 복장을 하도록 권유받는다. 오히려 남장을 함으로써 조르즈 상드의 파리 생활은 음악회, 연극 공연, 오페라 하우스, 카페 등을 자유롭게 드나들었는데 나약한 쇼팽에겐 너무나 매력 넘치는 여자로 보였고 그들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쇼팽과 조르즈 상드는 1838년 6월경부터 점점 친밀해진다. 그러나 늘 병약한 쇼팽의 건강은 악화할 징조를 보여 그들은 파리의 시끄럽고 화려한 삶을 피하여 지중해 마요르카 섬으로 떠난다. 본래 그 섬은 따뜻한 기후와 맑은 공기, 올리브 숲과 풍차가 돌아가는 목가적인 경치, 이슬람 유적들을 찾아서 유럽 부자들이 모여들던 곳이었다.

쇼팽이 있던 시기에 마요르카는 비가 많이 와 갑자기 비가 창을 때리듯 하는 등 매우 일기가 좋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은 쇼팽의 건강상태에 악영향을 주었고 그의 건강은 날로 더 악화했다. 하지만 쇼팽은 그곳에서 낡은 피아노로 작곡을 시작했는데, 날씨와 그의 나약한 육체로 인해 대부분 우울하고 슬픈 분위기의 작품이 주를 이루었다. 대표적으로 마주르카 마단조 작품 41의 2와 프렐류드 작품 28의 2번과 4번, 유명한 15번(빗방울 전주곡)이 마요르카 섬에서 작곡되었다.

1839년 쇼팽은 조르즈 상드의 고향인 노앙으로 거처를 옮겼다. 아름다운 2층 저택은 매우 넓은 뜰에 여름에는 나무가 울창했다. 마을에는 14세기에 세워졌다는 작고 소박한 교회가 있어 시골다운 정서를 풍겼다. 그곳에서 건강이 좋아진 쇼팽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피아노를 쳤다. 그는 피아노 소나타 내림 나단조, 녹턴, 마주르카 3번을 작곡했다.

쇼팽의 피아노 소리에서 상드는 쇼팽의 내면, 막연할 수밖에 없는 그의 정신세계, 언제나 감추어진 쇼팽의 생활을 더듬어 갈 수가 있었다. 그만큼 상드의 음악 감식력은 쇼팽에게 매우 귀중한 것이 되었고 그녀는 예민한 감상자였다. 상드는 쇼팽 자신 만큼이나 쇼팽을 알고 있었다.

같은 해 그들은 다시 파리로 돌아왔다. 그가 돌아오자 그를 사사(師事)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모여들었고 1841년 쇼팽은 오랜만에 연주회를 열게 된다. 25세 때에 이미 세계적 무대인 파리에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로서 최고의 명성을 얻은 쇼팽은 귀족이나 부호의 대저택에서 열리는 음악회에 많은 초청을 받게 된다.

쇼팽과 상드의 사이엔 어떠한 장애물도 넘지 못할 것이 없을 정도로 두 사람 사이의 애정은 견고했다. 쇼팽은 상드를 사랑했고 상드는 쇼팽에게 어머니와 같은 따뜻한 애정을 갖고 대했다. 그녀는 음악가의 천재성을 찬양했고 쇼팽은 위대한 여류작가로 상드를 존경했다.

그러나 쇼팽은 극도로 강한 감수성 탓에 상드의 애정을 독점해야 했고 상드는 언제나 아이들과 친구들에게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상반되는 성격으로 인해 그들은 서로 사랑함에도 결국 파국을 맞는다.

두 사람 사이에 교환한 편지들이 거의 모두 파기되었기에 상드와 쇼팽의 이별 사정은 지금도 불명확하다. 단지 그들의 사랑 방식엔 쇼팽을 지탱해줄 모성적인 역할을 상드가 수행한다는 전제가 있었는데, 그녀가 그것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쇼팽은 그녀를 떠났다.

그 후, 조르즈 상드는 새로운 문학 장르를 펼친 여류작가로서, 당시 저널리즘의 새 개척자로 이름을 떨쳤다. 상드는 쇼팽의 인생과 그의 작품에 영향을 끼친 중요한 사람으로, 또 쇼팽이 피아노 시인으로 수많은 아름다운 곡을 작곡하는 데 구체적인 모델이기도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사랑은 끝내 파국을 맞았으니, 인간과 인간의 사랑은 결국 미완성일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남긴 예라 하겠다.

위 글은 교회신문 <21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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