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지휘자의 역할은 무엇일까
클래식 친해지기

등록날짜 [ 2011-01-19 11:39:29 ]

지휘를 통해 관객과 연주자를 섬기는 자리
자기 자랑보다 음악을 더 빛나게 만들어야

음악을 꽤 좋아하는 사람도 브람스와 바그너는 알아도 한스 폰 뷜로(Hans von Buelow, 1830~1893)는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한스 폰 뷜로는 브람스와 바그너가 활동하던 시대에 가장 유명한 전문 지휘자였으며, 지휘자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낸 최초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인상은 요즘까지도 이어지고 있는데 쉽게 생각하면 ‘베토벤 바이러스’의 주인공 역을 한 김명민 씨의 연기에도 한스 폰 뷜로의 모습이 녹아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당대를 풍미한 대(大)지휘자지만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지휘자의 명성은 작곡가를 따라가지 못했다.

하지만 요즈음은 어떠한가. 당대 최고 작곡가를 누구라고 가려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유명한 작곡가 이름을 대라면 펜데르스키(Pendersky 1933~현재, 폴란드), 리게티(Ligeti 1923~2006, 루마니아), 슈톡하우젠 (K.Stockhausen 1928~2007, 독일) 등을 열거할 것이다. 하지만 카라얀(Herbert von Karajan), 아바도(Claudio Abbado), 사이먼 래틀(Simon Rattle), 정명훈 등 지휘자보다 더 유명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시대를 풍미한 위대한 작곡가도 지휘자만큼 유명하지는 못한 것이다. 바야흐로 요즘은 지휘자 시대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지휘자가 되려면 무엇을 공부해야 하며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고, 또 지휘자는 어떤 생각들을 할까?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들을 중심으로 지휘자에 대해 몇 자 적어볼까 한다.

피아노 반주부터 배우는 지휘자
독일을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는 도시마다 오페라 하우스가 있어서 시민들이 그곳에서 오페라를 비롯한 연극, 무용, 음악회 등 각종 공연 예술을 즐긴다. 그리고 대개는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음악대학이 있어서 연주자와 성악 지망생들을 가르친다. 또 거기서 배출한 졸업생들은 오페라하우스의 오케스트라, 합창단과 성악가로 들어가 음악가의 길을 간다.

지휘자도 마찬가지로 이곳에서 일하도록 학교에서 훈련을 받는다. 그러나 처음부터 지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처음은 그저 피아노 반주와 더불어 성악가들의 노래를 가르치고 가끔 합창도 가르쳐야 한다. 그래서 학창시절에는 피아노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피아노를 치면서 상대방이 부르는 노래를 정확히 듣고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때로는 피아노 전공자들보다 더 많은 연습과 노력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남을 가르치는 일이다 보니 남들보다 더 많이 알아야 하고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어야 하며 남들보다 더 잘 듣기 위해서 청음(음을 듣고 맞추는 훈련) 능력도 더 뛰어나야 한다. 화성학을 비롯한 작곡에 관한 지식과 능력도 겸비하여 작곡가의 의도를 남들보다 더 빨리 파악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훈련한 후 처음 초보지휘자로 오페라하우스에 들어가서 우선은 피아노 반주자로 활동하면서 오페라에 관한 견문도 넓히고 때로는 선배 지휘자가 지휘하는 모습을 보며 경험을 쌓아간다.

그러다가 오케스트라 연습 때 비로소 연습지휘자로 지휘하게 되고, 어쩌다가 지휘자가 약속을 어기면 자신이 지휘대에 오르기도 한다. 그렇게 연륜이 쌓이면서 조금씩 큰 무대에 서고 계속 관객과 오케스트라에 호평(好評)을 받으면 부상임 지휘자를 거쳐 상임 지휘자가 된다. 그리고 어느덧 자신이 바라보던 선배 지휘자의 모습이 되어 있고, 예전의 자기처럼 후배 지휘자가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지휘는 음악으로 섬기는 것
요즘은 지휘 콩쿠르가 많이 생겨서 공부가 채 끝나지도 않은 지휘자들이 너도나도 콩쿠르를 통해 일약 지휘자로 올라서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들에게 지휘자란 그저 ‘스타’일 뿐이다. 훌륭한 연주 뒤에 있는 모든 오케스트라 단원의 땀과 노력을 자신의 인사로 독차지하는 그런 종류의 사람들말이다.

지휘자란, 음악의 리더라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리더는 섬기는 사람이다. 남들보다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은 능력을 갖추려 하는 것도 그것을 자랑으로 삼으려 해서가 아니라, 그런 지식과 능력을 통해 음악을 더 깊이 이해해서 음악을 통해 연주자를 섬기고 또 그것을 통해 듣는 청중을 섬기는 것이 아닐까 싶다. 섬김을 받아야 마땅할 주님이 죽기까지 우리를 섬기신 모습, 그것이 진정 지휘자가 본받아야 할 모습이 아닐까.

위 글은 교회신문 <22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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