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산책] 하나의 음악회가 만들어지기까지

등록날짜 [ 2013-10-15 13:20:40 ]

기획부터 섭외, 홍보에 이르기까지 인고의 노력 필요
결과에 집착하기보다 과정을 돌아보는 겸허함 있어야

음악회를 열 때면 항상 느끼는 바지만,  연주 첫 부분에서는 관객들이 지휘자인 나와 충남교향악단에 거리감을 두는 듯한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음악회가 중반을 넘어 절정에 치달을 때면 관객의 시선이 마치 연주자와 한 가족이 된 듯 따뜻하게 바뀌어 있는 모습을 본다.

그럴 때면, ‘오늘 음악회도 성공리에 끝이 났구나!’ 하는 안도감과 함께 감사한 마음이 몰려든다. 뭉클함마저 가슴속에 피어오른다. 이렇듯 지휘자는 음악회를 모두 끝마칠 때 가장 많은 박수를 받는다. 사실 이럴 때면 가끔 우쭐해지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음악회가 성공리에 열리려면 지휘자가 지닌 탁월한 능력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가장 근본적인 예산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성공적으로 음악회를 열려면 우선 곡 선정을 잘 해서 관객의 구미에 맞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좋은 프로그램이란 무엇인가? 아무리 몸에 좋고 맛있는 음식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먹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건강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고, 오히려 나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음악회도 듣는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그에 맞는 곡을 선정해서 프로그램을 짜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상임지휘자로 몸담고 있는 충남교향악단에서 음악회를 준비할 때면, 우선 기획팀과 회의를 연다. 음악회 관객 수준과 취향 그리고 전에 열린 음악회의 성공여부를 조사한 후 주제를 정하고 그에 어울리는 곡을 선정한다.

예를 들어 지난 10월 10일 충청남도 서천시에서 음악회를 열었는데 그 지역 사람들은 음악에 관심이 많은 편이지만 평소 들을 기회가 많지 않은 듯했다. 또 관객 분포도 다양했다. 그래서 요즘 언론이나 매스컴에서 자주 다루는 ‘힐링(치유)’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했더니 나이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연주를 감상하는 모습이었다.
 
이처럼 좋은 연주회를 개최하는 데에 좋은 프로그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익히 알기에 나는 기획팀을 비롯한 여러 사무직원의 노고에 참으로 감사한다.

다음은 섭외. 충남교향악단은 80여 명으로 구성된 도립 최고 교향악단이다. 하지만 연주에 필요한 모든 인원이 다 갖춰진 것은 아니다. 우선, 협주가 필요한 곡에는 수준 높은 전문 협연자를 섭외해야 한다. 이 부분은 음악회 성공여부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기에 매우 중요하다. 또 갑자기 아픈 단원이 생겼을 때는 외부에서 대체할 연주자를 섭외해야 한다. 곡에 따라 우리 교향악단에 없는 악기, 예컨대 베이스클라리넷, 잉글리시 혼, 하프, 피아노가 필요할 땐 그들을 섭외해야 한다.

이런 일들을 다 마무리하면 그제야 연습 스케줄을 짠다. 사무직원들은 연습을 몇 번 해야 이 연주에 적당한지, 언제 연습하는 것이 좋을지, 다른 스케줄과는 겹치지 않는지, 협연자의 스케줄과는 부딪히지 않는지를 살펴 연습에 지장이 없게 스케줄을 짜야 한다.

또 가장 중요하다고 할 홍보 문제가 남았다. 아무리 좋은 잔치도 사람이 채워지지 않으면 연주인들만의 잔치로 전락하게 된다. 그래서 홍보팀은 인터넷, 전단, 신문, 방송 같은 매체를 통해 일차 홍보를 한다. 이어 직접 연주할 지역을 찾아간다. 여러 사람을 만나 이번 연주가 지닌 좋은 점을 널리 알려 관객을 많이 확보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이런 모든 과정을 마치면 비로소 연주자들은 연습에 몰입한다. 그래서 좋은 연주를 준비할 수 있게 된다.

한국에서는 처음 공채로 충남교향악단 상임지휘자에 발탁된 후 첫 출근하기 전날, 담임목사님께서 신신당부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절대 교만해선 안 된다. 절대로....” 연주회가 끝나고 환호하는 관객의 박수를 받다 보면 솔직히 나도 모르게 의기양양해질 때가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연주회가 성공하기까지 거쳐야 하는 수많은 과정과 여러 사람의 수고를 잊은 채 말이다.

연주가 끝나면 박수는 지휘자인 내가 받지만, 정작 내가 하는 일은 수많은 과정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되새겨 본다. 담임목사님께서 신신당부하셨던 그 말씀이 나를 다시금 머리를 조아리게 한다. “절대 교만해선 안 된다.”


/윤승업
충남도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연세중앙교회 찬양대 상임지휘자

위 글은 교회신문 <35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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