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하나님을 만난 러시아 작곡가 스트라빈스키
‘클래식과 친해지기’

등록날짜 [ 2017-06-08 18:10:11 ]

스트라빈스키 ‘시편 교향곡’

인간이 제아무리 위대해 보여도 하나님을 떠나면 모진 시련과 역경 앞에 나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하나님께서는 성경 속 많은 사건을 통해 죄인인 인간이 예수 피의 공로가 없으면 얼마나 초라한지를 알려 주시고 창조주 하나님께로 돌아오기를 바라신다.

러시아 신고전주의 작곡가 이고리 페도로비치 스트라빈스키(Igor’ Fedorovich Stravinsky, 1882~1971)는 창조주 하나님의 도움 없이 인류가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를 깨달은 후 믿음을 갖게 됐고, 그 믿음을 표현하는 곡을 많이 썼다. 스트라빈스키가 작곡한 「시편 교향곡(Symphony of Psalms)」은 구약 성경 시편을 택해 하나님의 ‘부르심’에 찬양으로 ‘응답’하는 기도의 목적을 제시하고, 구약시대 믿음의 선진들을 음악 측면에서 새롭게 조명했다.


하나님을 찬양하는 시편 150수
시편은 성경 전체를 통틀어 가장 길고, 신약 성경에도 가장 많이 인용된다. 히브리어 제목은 ‘테힐림(Tehillim)’인데 ‘찬가(讚歌)’라는 뜻이다. 시편에 실린 시들은 여러 가지 주제를 담고 있어 ‘찬가’라는 제목만으로 전체를 아우를 수 없지만, 그 다양한 내용 덕분에 오래도록 널리 읽힌다.

150수로 구성된 시편은 신앙을 조명한 시와 노래를 담고 있다. 찬양, 좌절, 희망, 탄원, 환희, 심지어 복수와 독설로 가득한 편도 있다. 1500년대에 종교개혁 지도자 마르틴 루터는 시편을 ‘성경의 축소판’이라고 불렀다. 시편은 오랜 세월에 걸쳐 지어졌다. 그중 다윗왕이 73편을 썼고 솔로몬, 모세 같은 유명한 인물들의 작품도 있다. 시편 119편은 성경 중 가장 긴 176절인데 모세의 율법을 찬양한다.

시편 교향곡 소개
이고리 페도로비치 스트라빈스키는 러시아 정교회의 독실한 신자를 아내로 맞았다. 그녀가 결핵에 걸리자 정성껏 돌보다 그 자신도 믿음을 가졌다. 1925년 스트라빈스키는 손가락에 생긴 종기를 기적적으로 치유받자 믿음이 급성장했다. 1930년 1월 착수해 같은 해 8월 15일 완성한 「시편 교향곡」은 스트라빈스키가 믿음을 고백하는 첫 작품이다.

「시편 교향곡」은 세 악장인데 모두 다윗 시편(38편, 39편, 150편)에서 발췌해 작곡했다. 세 악장은 갈수록 길어진다. 첫 악장은 하나님 은혜를 간구하는 죄인의 애절한 기도, 둘째 악장은 응답하신 하나님께 감사, 마지막 악장은 시편 150편 찬가를 절묘하게 담았다.

스트라빈스키는 평소 수단의 최소화를 추구해 「시편 교향곡」의 표현 기교도 간결하다. 그렇다고 단순하지 않다는 점은 두 음만을 조심스럽게 부르는 합창 첫 도입부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1악장에서는 곡 시작에 관악기의 불협화음을 사용해 긴장감을 점점 고조하고, 진중한 합창으로 절규에 가까운 죄인의 기도를 표현한다.

2악장 도입부에 울리는 가냘픈 오보에 음향은 불안감과 동요를 일으키지만, 이후 시원시원하면서도 거세지 않은 노랫소리와 잘 어우러진다. 마지막 3악장에서는 부드러운 낭만풍 멜로디를 삽입해 깊은 감흥을 주는 동시에, 중간마다 합창과 오케스트라가 교대로 대조하면서 역동성 에너지를 발산한다.

시편 교향곡 작품 표지에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이 교향곡을 작곡했다”고 기록됐다. 또 스트라빈스키는 「시편 교향곡」을 소개하면서 “시편 가사로 만든 교향곡이 아니라 교향곡으로 만든 시편 노래”라고 말했다. 평소 “음악은 본질상 어떤 감정, 태도, 심리상태, 자연 현상을 표현할 수 없다고 본다”라고 주장한 작곡자의 예술론을 고려하면 엄청난 변화다. 스트라빈스키는 믿음을 갖자 음악 철학을 바꿀 만큼 자신의 믿음을 음악에 담아 고백한 것이다. 마지막 3악장 알레그로 대목을 “엘리야의 마차가 천국으로 올라가는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아서 썼다고 스트라빈스키는 밝혔다.

합창의 가사
1악장은 시편 38편 13~14절 내용을, 2악장은 시편 39편 2~4절 내용을, 3악장은 시편 150편 내용을 가사에 담았다. 가사는 5세기경 성경의 풍미를 내려고 라틴어 가사를 사용했다.

“주여, 나의 기도를 들어주소서”로 시작하는, 시편 38편에 기초한 첫 악장의 짧은 도입은 긴 길이로 된 나머지 두 악장의 전주곡 기능을 한다. 처음에 목관 독주들이 나오는데, 오케스트라가 스타카토 화음을 반복해서 연주해 박절감(拍節感, 일정한 박자가 주기로 반복되는 느낌)을 강조한다. 흔히 볼 수 있는 E단3화음이지만, 새롭게 음을 배치하고 관현악 편성도 신선해 독특한 개성을 발휘한다. 오케스트라의 도입에 이어 등장하는 합창의 알토 성부에서는 한두 음이 교대하는 성가풍 선율을 노래한다.

이 성가풍 주제는 목관 그룹이 오스티나토(어떤 일정한 음형을 악곡 전체에 걸쳐 같은 성부에서 같은 음고(音高)로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것)를 한다. 이 악장 첫 부분은 스타카토 화음과 목관 간주, 짧은 합창 그리고 오케스트라 악구 사이 급작스러운 대조가 특징이다. 둘째 부분은 좀 더 연속적이어서, 합창과 오케스트라가 거의 언제나 함께 들린다. 이 악장은 G장3화음이 지속하는 가운데 화려하게 끝맺고 이때 G장3화음은 이 악장에서 사용된 유일한 장화음이어서 깊은 인상을 남긴다. 특히 이 화음은 앞선 스타카토 단3화음과 좋은 대비를 이룬다.

여호와여 나의 기도를 들으시며
나의 부르짖음에 귀를 기울이소서
내가 눈물 흘릴 때 잠잠하지 마옵소서

대저 나는 주께 객이 되고
거류자가 됨이
나의 모든 열조 같으니이다
주는 나를 용서하사

내가 떠나
없어지기 전에
나의 건강을 회복시키소서




<함께 들어요>
스트라빈스키 ‘시편 교향곡’








/박은혜
연세중앙교회 오케스트라 바이올리니스트

 

 

위 글은 교회신문 <53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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