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하나님을 사랑한 귀공자 멘델스존
‘클래식과 친해지기’

등록날짜 [ 2017-06-20 13:51:13 ]

부유한 집안에서 유복하게 자랐지만
거만하지 않은 성품으로
당대 많은 가난한 음악가들 지원해

유대인이었지만 기독교 개종 후
작품마다 하나님 사랑하는 마음 담아
평생 믿음 안에 음악활동 해


유복했지만 이른 시기에 요절한


<사진설명> 멘델스존의 초상화(게묄리데 폰 에두아르드 마그누스 作, 1846년).

펠릭스 멘델스존(Jakob Ludwig Felix Mendelss-ohn Bartholdy, 1809~1847)은 초기 낭만파 시대 음악가로서 독일의 작곡가이자 지휘자이며 피아니스트다.

멘델스존은 독일 북부 함부르크의 명망 높은 유대인 가문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독일 계몽시대 철학자이자 라이프니츠-볼프 학파인 모세스 멘델스존이었고, 아버지는 독일 유수의 ‘멘델스존 은행’ 은행장인 아브라함 멘델스존이었다. 할머니와 어머니도 음악에 관심이 많은 애호가였고, 당대 최고 문호인 괴테가 그의 집에 드나들었다. 멘델스존의 이름 ‘펠릭스’가 독일어로 ‘행운아’인 것처럼 여느 음악가들과 달리 유복한 환경에서 남 부러울 것 없이 살았다. 은행장인 아버지가 생일선물로 아들을 악장으로 세운 오케스트라까지 만들어 주었으니 얼마나 잘 살았는지 알 수 있다.

유복한 환경에 더해 멘델스존은 빛나는 음악 재능을 가지고 많은 명곡을 지었고 독일 음악계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 멘델스존이 남긴 가장 유명한 작품은 ‘핑갈의 동굴’과 ‘한여름 밤의 꿈’이다. ‘한여름 밤의 꿈’은 결혼식장에서 신랑·신부가 퇴장할 때 쓰이는 ‘행진곡’으로 멘델스존이 열일곱 살에 작곡했다.

또 멘델스존은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라이프치히 음악학교’를 설립했다. 슈만의 곡들을 지휘하면서 슈만을 알렸고, 형편이 어려운 음악가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특히 바흐 사후 약 80년 지난 1829년, 바흐의 악보를 거액을 들여 수집해 ‘마태수난곡’을 복원했고, 바흐의 음악을 세상에 널리 알렸다. 이는 바흐를 지금의 ‘음악의 아버지’로 만들어 주는 데 일조했다.

멘델스존과 바흐 악보에 얽힌 재밌는 이야기가 있다. 멘델스존과 하인이 푸줏간에 가서 고기를 샀는데 고기를 싸 주던 포장지가 바흐의 ‘마태수난곡’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한다. 이를 발견한 멘델스존이 그 악보를 모두 수집해 세상에 알렸다고 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지나친 가설이라 평가받는다. 대신 그의 이모할머니가 바흐의 장남 프리데만에게 음악을 배웠는데, 멘델스존에게 ‘마태수난곡’을 생일선물로 줬다는 설이 더 신빙성 있어 보인다.

독일 음악계에서 불꽃 같은 생애를 산 멘델스존은 38세 나이에 뇌졸중으로 생을 마감한다.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아직도 수많은 이에게 기억될 만한 많은 작품을 남겼다.

작품마다 자기 신앙 고백 담아
멘델스존은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가 일곱 살 때 아버지인 아브라함 멘델스존은 유대교를 포기하고 개신교로 개종했다. 1816년에 침례를 받은 후 야콥 루트비히란 이름이 더해졌고 가족 이름을 바르톨리로 정해 할아버지 대까지 이어 온 유대교 전통을 끊었다.

멘델스존은 기독교로 개종한 후 평생 강한 믿음 속에서 음악 활동을 펼쳐 나갔다. 그는 ‘사도바울’ ‘엘리야’ 같은 대작을 쓰는 등 기독교 음악을 많이 작곡했고,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초연해 신앙과 음악의 접목에 힘썼다.

교향곡 5번 ‘종교개혁’은 멘델스존이 스무 살 때 루터의 종교개혁 300주년을 기념하려고 작곡했다. 당시 가톨릭교회가 완강하게 반대해 공연하지 못했지만, 멘델스존 사후에 발견돼 초연됐다. 그런 까닭에 멘델스존의 작품 목록 중 가장 마지막 번호인 5번이 붙여졌다.

교향곡 5번 ‘종교개혁’의 특징을 살펴보면, 1악장에서 드레스덴 궁정교회에서 사용하던 찬송가 ‘드레스덴 아멘(Dresden Amen)’을 삽입해 도입부로 활용했다. 4악장에서는 마르틴 루터가 작사·작곡한 찬송가 585장 ‘내 주는 강한 성이요’를 모티브로 삼아 생동감 있게 각색하고 효과적인 악기를 사용했다. 또 치밀한 대위법, 강력한 금관의 포효가 이어지는 등 다양하게 변형된 변주곡을 만들었다. 바흐의 칸타타와 그 바탕이 된 코랄(전통 찬송가 선율)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애정이 멘델스존의 신앙적 교향곡들의 밑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교향곡 2번인 ‘찬양의 노래(Lobgesa-ng)’(1840)는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 400주년을 기리고자 작곡했다. 1부는 기존 교향곡의 1~3악장에 해당하는 ‘신포니아’로, 2부는 번호 9개가 붙은 합창곡으로 구성된, 교향곡과 칸타타를 혼합한 작품이다. 2부 8번곡으로는 루터교의 유명한 코랄 ‘마음과 입과 손으로 하나님께 감사하자’를 사용하고 있다. 1부 첫머리의 전곡을 지배하는 인상 깊은 트롬본 선율은 멘델스존 자신의 것으로 2부 시작의 합창 선율 ‘숨 쉬는 만물은 주를 찬양하라’에 반복된다.

멘델스존은 작곡하는 곡마다 자신의 신앙 고백을 넣었다. 자신의 달란트로 많은 업적을 남기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 멘델스존. 누구나 가난에 시달리던 당대 음악가들에게 부러움과 시기와 질투를 한 몸에 받았던 그는 세상에 치우치지 않고 자신만의 고백들을 곡으로 전했고, 후에 우리에게까지 들려주고 있다.

세상 노래는 내 육체와 귀를 즐겁게 하지만, 찬양은 내 영혼을 살게 하고 숨 쉬게 한다. 직업이 무엇이든 내가 주님께 어떤 달란트를 받았든, “숨 쉬는 만물은 모두 주를 찬양하라”는 멘델스존의 고백처럼 오늘도 내가 가진 달란트로 부끄럽지만 순수한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주님 앞에 사랑을 전해 본다.







멘델스존의 교향곡 5번
‘종교개혁’




/이현주
독일 라이프치히 국립음대 석사 졸
현) 모스틀리 필하모닉 부수석
연세중앙교회 오케스트라

 



 

위 글은 교회신문 <532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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