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탈북자들이 겪는 고통과 애환
『천국의 국경을 넘다』를 읽고

등록날짜 [ 2012-05-01 13:23:23 ]

 
이학준 著/
청년정신

이 책은 조선일보 이학준 기자가 탈북자 현실을 고발한 취재 기록이다. 상상할 수도 없는 탈북자의 고통스러운 삶을 고스란히 기록한, 믿기에는 너무나 허구 같은 실화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스스로 또는 브로커에 의해 단돈 5000위안(70만 원 정도)에 중국인에게 팔려 가는 북한 여성들, 시베리아 벌목소에서 노예처럼 일하는 2만 명에 달하는 북한 남성, 중국 남자에게 팔렸다가 공안에 잡혀 강제북송당하거나 남한으로 도망간 탈북자 엄마 뒤에 남겨진 10만 명에 달하는 탈북 고아.

국경 지역에서 ‘인간 사파리’로 불리며 중국 사람들이 던져주는 소시지를 구걸하며 관광거리로 전락한 북한 주민.... 같은 민족, 아니 같은 인간으로서 그들이 겪는 고통을 모르고 걱정 없이 살고 있다는 것이 죄스러울 정도다.

‘천국’을 향해 생지옥 같은 북한을 뒤로하고 국경을 넘는 탈북자들, 그러나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삶은 천국이 아니었다. 중국에서도 공안과 특무(간첩), 이웃들의 신고가 두려워 하루하루 불안에 떨며 살다 잡혀서 강제북송당하면 더 끔찍한 수용소로 끌려간다.

같은 자세로 잠도 재우지 않고 온갖 고문을 가하며, 임신한 여자들 배에 독주사를 넣어 강제유산을 시킬 정도로 인권을 유린하는 수용소는 끔찍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토록 원하던 남한에 온다고 해도 차별과 부적응에 힘들어하며 무엇보다도 북에 두고 온 가족 걱정에 마음을 놓지 못하는 고단한 삶의 연속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혹독한 시련을 이기고 피어나는 희망의 꽃들을 발견할 수 있다. 미국으로 가 대학을 졸업해서 북한 사람을 돕는 큰 인물이 되겠다는 영미 씨, 탈북자들이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 걱정 때문에, 한국에서 힘든 삶을 살게 하지 않겠다’며 탈북자 입국 도우미를 자처하여 생명을 걸고 밀항선을 타는 성국 씨, 위암 투병 중이면서도 간호학교에 입학해 통일되면 북한에서 의료 활동을 하겠다는 수련 씨, 돈벌이하려고 탈북 브로커 일을 하다 잡혀 혹독한 북한 수용소 생활을 경험한 뒤로는 불쌍한 탈북자들을 돕겠다고 결심하고 생명을 살리고자 국경을 넘는 장룡길 선생, 그 밖에도 탈북자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여 돕는 많은 이가 있다.
 
특히 처음에는 특종을 캐내려고 취재를 시작하지만, 점차 탈북자들의 삶을 접하며 그들의 고통과 애환을 함께 느끼고 가슴 아파하다가 이제는 기사보다 세상에 탈북자들의 고통을 알리고자 애쓰는 저자의 모습에서도 또 다른 희망을 본다.

주님께서는 마태복음 25장에서 왼편에 있는 자들을 향해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하지 아니한 것 때문에 저주를 받아 심판을 받으리라 말씀하셨다. 이들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지극히 작은 자가 아니겠는가. 우리 그리스도인이 북한 동포의 고통을 외면하고 무관심하다면 그 심판을 면치 못하리라 생각한다.

끝으로 책 속에 소개한, 중국 남자에게 팔려가 살고 있는 한 탈북 여성의 말을 적어 본다.

“내 소원, 내 소원은 조국이 빨리 어떻게 통일이 되든가 아니면 어떻게 대책이 있어서 우리 북한 사람들이, 이 중국에서 제일 못 사는 나만큼이라도 살았으면 하는 것입니다. 우리 북한 사람들이 지금 중국 땅에서 제일 가난하고 제일 정말 곤란하게 사는 내 생활 절반만큼이라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북한 사람들이....”                               

글/ 이연희

위 글은 교회신문 <287호> 기사입니다.


    아이디 로그인

    아이디 회원가입을 하시겠습니까?
    회원가입 바로가기

    아이디/비번 찾기

    소셜 로그인

    연세광장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