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건반 아래 담긴 옛이야기들
『위대한 피아니스트』를 읽고

등록날짜 [ 2013-09-11 09:14:40 ]


쉰베르크 著 / 나남출판사

악기마다 만들어진 시기가 다르다. 따라서 악기별로 유행한 시기도 다르다. 대표적 건반악기인 피아노는 고전시대를 중심으로 비수기와 성수기로 나뉜다. 건반악기는 고전시대 이전에는 현악기나 목관악기를 반주하는 악기로만 알려졌다. 단순히 한 번에 여러 음을 내는 악기 정도로 취급했다.

모차르트, 베토벤이 활동한 고전시대에는 피아노를 개량해 건반음악이 발전했다. 건반악기를 개량하자 기악곡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는데, 그 변화에 맞추어 음악계는 유명한 피아니스트들을 배출했다.

『위대한 피아니스트』에는 학교 음악 시간에 배워 익히 알던 연주가나 작곡가 이야기와 함께, 한 시대를 풍미한 수많은 음악가 이야기가 담겨있다.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리스트 같은 유명한 음악가뿐만 아니라 후학양성에 열심을 낸 체르니 같은 음악가를 소개하고 일화를 전한다.

모차르트는 성년이 되어 마주한 개량 피아노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부자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도 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내 개량 피아노가 지닌 장점을 줄줄 써내려 간 점으로 보아 얼마나 획기적인 일이었는지 알 수 있다. 악성 베토벤이 칭찬을 아끼지 않은 피아니스트 이야기도 소개했다. 베토벤이 지은 음악을 담장을 넘어 침입해 들어와 표절한 음악가 이야기도 나온다.

또 음악가들이 서로 비평한 내용도 담았다. 쇼팽과 리스트는 동시대를 살며 라이벌로서 서로 음악을 평가해 주는 친구였다. 쇼팽은 왜소한 외모와 여성 같은 심성으로 우수에 찬 음악을 작곡하였고, 리스트는 수려한 외모에 남성적 심성으로 화려하고 강렬한 곡을 많이 썼다. 쇼팽은 리스트의 화려한 여성편력을 흉보면서도 남성적인 음악성을 부러워했다. 리스트도 우수에 찬 음악을 작곡하는 쇼팽의 감성을 부러워했다.

현대 피아니스트들이 연주하기 어렵다고 평하는 라흐마니노프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라흐마니노프가 지은 곡이 연주하기 어려운 이유는 그가 유난히 큰 손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라흐마니노프는 음악 해석에서 직감을 배제했다. 그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로서 연구하고 형식과 감정이라는 본질적 음악구조를 파고들었다.

또 라흐마니노프는 비범한 테크닉을 지녔으나 전시효과만을 위해서는 기교를 사용하지 않던 낭만파 피아니스트며, 자연스러운 큰 스타일과 활기, 절로 우러나오는 시상을 지닌 원만한 인간이자 유순한 연주가라고 적혀 있다.

이 책에서는 피아니스트로 활동한 연주가들을 중심으로 시대와 음악 계보에 따라 소개하였다. 또 시대적으로 여성의 지위가 높지 않던 시대였지만, 한 챕터에 여성 연주가들을 다뤘다는 의의도 지닌다.

이 책에는 간간이 학문적인 내용이 나와 조금은 딱딱할 수 있다. 그런 반면에 진실인지 그저 풍문을 정리해 놓은 것인지 모르지만, 음악가들의 숨겨진 일화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글/ 오소현

위 글은 교회신문 <35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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