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인생을 풍요롭게 사는 방법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을 읽고

등록날짜 [ 2014-07-01 13:35:48 ]


고미숙著 / 북드라망

‘동의보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라고 부제를 단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을 읽었다. 고전을 통해 사회 각종 현상을 비평하는 에세이다. 저자는 고려대 국문학 박사 출신으로 수많은 고전을 읽은 고전평론가로 인문학 내공이 깊은 작가다.

책은 여덟 개 장으로 되어 있다. 이 책의 키워드는 ‘몸과 우주’다. 몸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구체적인 현장이다. 몸에 대한 탐구, 몸을 둘러싼 여성, 사랑, 가족, 교육, 정치, 사회, 경제, 운명이라는 다양한 시각을 동의보감이라는 책 내용을 인용하면서 현대적으로 이야기한다. ‘동의보감으로 본 인생 지침서’라고도 부를 수 있다.

저자는 소유하되 많이 가지지 말기를 권한다. 특히 가구와 물건을 줄이면 두 가지 길이 열린다. 첫째 집이 한결 넓어져서 이웃과 친지를 초대하고 싶어진다. 사람과 소통이 비로소 시작된다. 나아가 집이 더는 크지 않아도 된다고 느낀다. 그러면 더 많은 돈을 벌 이유도, 집을 사려고 엄청난 빚을 져야 할 이유도 사라져 좀 더 풍요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브리콜라주 경제학-백수의 생존법이다. 브리콜라주란, 주어진 재료를 가지고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인디언의 기술이다. 시간이 많으니 배우고, 여러 사람과 대화하여 인맥을 쌓고 재능을 나누고, 봉사활동도 하며 인생을 풍요롭게 살 수 있다.

또 주변 공공시설을 적극 활용하여 도서관과 문화센터, 시민공원에서 최고의 문화생활을 공짜로 누릴 수 있다. 친환경적 시설에서 책을 보고 음악을 듣고 수준 높은 인문학 특강도 듣고 억대 연봉의 정규직도 감히 바라기 어려운 생활방식을 누린다. 이동은 당연히 걸어서 한다. 교통비를 절감할 수 있다. 걷기를 일상화하면 헬스장에 따로 갈 필요가 없고, 잡념과 번뇌가 사라지면서 집중력도 높아진다.

공부는 모든 세대를 망라할뿐더러 나이가 들수록 더 잘 어울린다. 60대 이후면 한편으로는 자유롭고 다른 한편으로는 재충전이 필요한 시점이니, 공부하기에 가장 좋은 때라 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나눠 주는 선순환의 삶을 살면 돈이 없어도 오히려 행복하다.

내면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늘 느낀다. 돈이나 외모, 권세를 자랑하는 낮은 차원의 삶이 아니라 정직, 성실, 인내, 인간다움을 소중히 여기는 인문학의 즐거움에 빠지면 스스로 행복해진다.

신앙생활은 영원한 삶을 위한 것이다. 외적인 것에 파묻히지 말고 세상에 속지 말고 나의 본질적인 영혼의 문제를 중요시하며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이 책을 통해 내적인 가치를 생각하고 믿음을 소중히 여기며 눈에 보이는 세상 유혹을 마귀의 장난으로 치부할 수 있는 굳센 영적인 사람이 되어 삶과 죽음을 기쁘게 맞이하고 하늘의 소망으로 충만하길 바란다.

/오태영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39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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