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중국에 흡수되나

등록날짜 [ 2006-09-13 10:13:11 ]

북한 경제의 대중국 의존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북한의 소비시장은 중국산이 이미 점령했으며 광물과 에너지 등 북한의 전략적 자원까지 중국의 손길이 뻗치고 있다. 중국은 몇년 전 평양 제1백화점 매장 임대와 운영권을 확보했고 ‘보통강수입물자교류시장’을 설치해 중국산 상품들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또 무산철광과 응등탄광, 혜산청년동광 등 북한의 지하 자원을 대상으로 한 중국 자본 투자는 공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북한 장마당의 물가는 중국에서 수입되는 공산품 가격과 연동되어 결정될 만큼 북한 경제에 대한 중국 자본의 공세는 전방위적이다. 중국의 대북한 투자는 2003년 130만 달러에서 2004년 1억 7350만 달러로 1년 사이에 무려 130배 이상 급증했다.
이러다가 북한이 중국의 동북 4성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다. 남북경제통합과 통일을 준비하는 우리로서는 중국의 대북한 투자가 북한의 개방과 개발이라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향후 남북한 통합과 통일에 치명적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고구려와 발해를 중국 고대의 지방정권으로 편입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올해 인민교육출판사가 발행한 새 학기 중·고교 역사 교과서에서는 전년도 교과서에 실렸던 고구려와 백제를 삭제하고 신라만을 기술하고 있다. 이젠 한강 이북까지가 중국 영토였다고 주장하고 나선다. 단군조선도 부정하고 중국인이 세운 나라가 한반도의 기원이라는 기자 조선설을 적극 제기하고 나섰다. 중국은 이미 서북공정을 통해 ‘티벳’을 흡수 통합한 바 있다. 그러면 아시아 패권은 물론 21세기 세계 패권을 꿈꾸는 동북공정의 목적은?
우리는 북한이 붕괴하면 남한이 북한 지역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데 대해 조금도 의문을 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견 당연해 보이는 이 가정은 현실과 다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중국이 북한의 흡수 통합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노골화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이 남한으로 흡수 통일되어 강력한 통일한국이 탄생하는 것은 물론이고 북한이라는 완충국가의 소멸로 미국과 정면 대치하는 상황을 결코 원치 않는다.
북한과 가장 유사한 현존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의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은 권력을 이미 동생 라울 카스트로에게 넘겼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소련의 갑작스런 붕괴처럼 북한 역시 갑작스럽게 붕괴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 남한이 북한을 흡수할지, 중국이 흡수할지, 아니면 남한은 배제된 채 미국과 일본, 중국이 나눠 먹을지 어떤 시나리오가 펼쳐질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
더구나 북한 인민들의 정서가 남한 보다는 중국에 더 가깝다는 점은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북한 인민들은 중국에 대해 같은 사회주의 국가이면서 생사고락을 같이해온 혈맹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지만 남한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해서는 적대감을 갖고 있다.
대한민국을 둘러싼 상황은 모든 게 불리하다. 언젠가 함께 살아야 할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무기로 사생결단하겠다고 벼르고 있고, 영토적 야심에 가득 찬 중국과 일본은 틈만 보이면 영토를 침탈할 태세이다. 과거 카쓰라 태프트 밀약에서 보듯 일본과 뒷거래해 우리를 일본 식민통치로 넘겨버린 전력이 있는 미국도 마냥 믿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 내부도 편치 못하다. 전시작전 통제권은 북한 지역에서 중대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우리 군의 독자적인 작전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지만 현재 이에 대한 논쟁은 본질에서 한참 벗어나 엉뚱하게 정치권의 세력다툼으로 이용되고 있다. 강력한 바로에 맞서 무기도 군대도 없이 하나님의 지원 아래 출애굽하던 이스라엘 민족이 자꾸 떠오른다.

위 글은 교회신문 <9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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