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훌]새로운 출발점에 선 새내기들에게

등록날짜 [ 2010-03-02 11:42:37 ]

젊음의 아름다움은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기에
자신을 아는 지혜로 미래에 대한 꿈을 키워나가야

입춘(立春), 우수(雨水)에도 좀처럼 풀리지 않던 매서운 겨울 날씨가 갑자기 꺾이면서 훈훈한 봄바람이 캠퍼스를 감싼다. 하지만 대학의 봄은 막 봉우리를 터트리는 봄꽃의 은은한 향기나 나른함이 살짝 배인 햇살보다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몰려다니는 새내기들의 북적거림과 더불어 시작된다.

개강을 앞두고 이제 막 대학에 발을 들여놓은 신입생들을 위한 예비대학, 오리엔테이션 등 새내기들을 맞는 분주한 행사들이 신학기가 되었음을 알린다. 필자가 소속된 학부도 지난주에 경기도 모처로 신입생오리엔테이션을 다녀왔다. 첫 만남에서 늘 느끼지만 어색함과 기대감이 가득한 채 다소 흥분한 얼굴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고 열심인 새내기들의 모습은 서툴지만 참 신선하다. 대부분 아직 앳된 얼굴이고, 어딘가 좀 촌스러워 보이지만 미래에 대한 기대와 도전의식으로 그들이 내뿜는 참신함의 열기는 젊음이 발산하는 파동처럼 느껴진다. 캠퍼스의 3월은 그래서 늘 소란스러우면서도 새로운 생기가 돈다.

하지만 모든 새내기가 다 그렇게 활기차게 대학생활을 시작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적성과 상관없는 학과를 선택했거나, 원하는 학교에 가지 못해 고민하다가 재수의 길을 선택하면서 떨어져 나가는 학생들도 있다. 어떤 친구들은 갑자기 주어진 자유로움을 주체 못하고 학교생활보다 놀이나 다른 활동에 골몰하면서 헛되이 시간을 낭비하기도 한다.

이러 저러한 이유로 언제나 제3자처럼 주변을 맴돌면서 적응하지 못하다 낙오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 4월쯤 되면 출석부에서 이름이 지워지거나 별다른 이유 없이 결석을 계속해 경고를 받는 경우도 생기고, 어떤 학생들은 중간고사 때 나타나 통사정을 하면서 구제를 부탁하기도 한다. 또 수업에 꼬박꼬박 들어오기는 하지만 항상 졸거나 정신이 딴 데 가있는 경우도 가끔 있다. 작년에 필자의 수업을 들었던 한 학생은 1년의 세월을 방황하며 수업에 소홀하더니 끝내 좋지 않은 성적으로 1학년을 마쳤다. 그리고 군대에 가면서 나중에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하면 열심히 할 것이라고 뒤늦은 소회를 밝히기도 하였다.

젊음이 아름다운 것은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고, 모든 것에 도전할 수 있는 넘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20대 초반의 시기는 아직은 인생을 위해 많은 것을 꿈꾸고 새롭게 도전해 볼 수 있는 나이이다. 발달심리학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성인기 초반 단계인 이 시기가 지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가장 왕성한 나이이고, 본격적인 사회생활 준비가 과업으로 주어지는 때이다. 발달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은 10대가 아직 성장 중이며 자아 정체성의 위기를 겪는 위태로운 시기라면, 20대는 지적 역량과 신체적 성숙이 최고이며, 많은 사회적 상호작용이 발생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창의성이나 지적 순발력이 절정에 있는 때가 20대이기에 외국어 같이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한 공부는 이 시기를 놓치면 힘들어진다. 나이가 들면 이해력이 깊어지고, 사태를 종합적으로 보는 판단력은 무르익지만 기억력이나 번뜩이는 재치는 뒤떨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직 삶의 연륜이 짧고, 지혜가 부족하다 보니 넘치는 에너지를 엉뚱한 곳에 소진하면서 이 귀중한 시기를 헛되이 보내는 경우도 종종 있다. 많은 오류를 범하고, 뒤늦게 깨달았을 때는 이미 인생의 진로를 되돌리기엔 늦게 된다.

늘 학생들과 만나는 인생의 선배로서, 젊음의 시기를 소중하게 가꾸기 위해서 두 가지만 당부하고 싶다. 하나는 젊음은 가능성의 시기이기에 장래에 대한 비전을 키우라는 것이다. 농사에 비유하면 청년기는 밭을 갈고, 씨를 뿌리면서 가을의 풍성한 수확을 준비하는 첫 단계이다.

윌리엄 클라크는 “젊은이여 야망을 가져라!(Boys, be ambitious!)”라는 유명한 말을 했는데 금전이나 명예 등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마땅히 도달해야 할 것을 위해 꿈을 가지라고 이 말을 했다고 한다. 젊음의 특권은 꿈을 꾼다는 것이고, 이를 실행할 힘을 가진다는 것이다. 풍요로운 결실을 위해 농부가 김매기를 하고, 잘 자랄 수 있는 종자를 선택하듯 청년의 시기에 자신의 미래를 위한 자신만의 꿈을 키워야 한다. 요셉이나 다니엘은 늘 꿈을 가지고 미래를 준비하던 청년들이었다.

다음으로, 현명한 삶을 위해서 진지한 탐구와 자신을 아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특히 오늘날처럼 세계화, 정보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정보가 홍수처럼 넘치는 매스미디어의 시기에 자신에게 맞는 삶을 준비하기 위해 현명한 성찰이 필요하다. 많은 정보를 접하고, 미래를 준비하고 투자하는 노력을 하기 전에 효율적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분별하는 지혜와 진지함이 필요하다.

가장 어려운 것은 남을 아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누구인지를 아는 것이다. 젊은이들의 방황은 현재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데서 오는 경우가 많다. 혈기를 발산하고, 세상의 관심사에 눈을 돌리기 전에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자. 청년의 시기는 그래서 더욱 경건한 영적 체험과 깨달음이 절실할 수 있다. 세월은 정말 빠르게 흘러간다.

위 글은 교회신문 <182호> 기사입니다.


    아이디 로그인

    아이디 회원가입을 하시겠습니까?
    회원가입 바로가기

    아이디/비번 찾기

    소셜 로그인

    연세광장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