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사과와 책임은 지도자의 덕목

등록날짜 [ 2010-06-28 23:33:16 ]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은 위대한 일
진정한 리더는 잘못을 반성하고 사과해야

구약성경의 여러 인물 중 다윗은 가장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으며, 위대한 영웅이지만 평생 시련 속에 고단한 생을 마감한 사람이다. 소년 시절에 이미 물맷돌로 골리앗을 혼자 대적해 죽였으며, 왕의 사위가 되어 많은 전공을 세웠는데도 오히려 자신을 죽이려는 사울 왕을 피해 도망 다녀야 했다. 왕이 된 후에는 자신의 적통을 인정하지 않고 사울의 집안을 따르는 북이스라엘 지파와 내전을 벌여야 했다. 급기야는 자신의 친아들 압살롬의 반란으로 허겁지겁 도망가며 크게 통곡하기도 했다.

성경의 예언대로 평생 칼이 다윗을 떠나지 아니하였고, 아히도벨처럼 심복들이 배신하기도 했다. 영토의 규모나 왕이 누렸던 영화로 보면 아들 솔로몬의 치세에 비해 초라하기조차 하다. 하지만 다윗은 이스라엘과 유다의 그 많은 왕 중에 가장 위대한 왕으로 인정받으며, 통일 왕국의 초석을 굳건히 하여 솔로몬의 태평성대의 기초를 닦은 인물로 기록되어 있다. 성경의 묘사를 보면 다윗은 압살롬처럼 용모가 준수하지도 않았고, 솔로몬처럼 탁월한 지혜나 통치감각이 있었던 것이 아니며 오히려 많은 실수를 범한 인물이기도 하다. 우리야를 죽이고 아내를 빼앗은 것이나, 인구조사를 감행하여 하나님의 징계를 받은 것이 다윗의 실정을 잘 보여준다. 그러면 무엇이 다윗을 위대한 인물로 만들었을까?

다윗은 위기의 순간에 자신의 문제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돌이킬 줄 알았는데 나단 선지자의 질책을 받자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로 회개한 것이 그 예이다. 사실 한 나라의 왕으로 부하의 소유물을 취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거나 아니면 왕의 체면을 내세워 정치적 해결을 도모할 수도 있었지만 다윗은 자신이 실수했음을 알았을 때 이를 인정할 줄 알았는데 이것이 다윗의 가장 큰 장점이다. 한 인물의 됨됨이는 일이 잘될 때보다 위기의 순간에 진면목이 보이는 법이며, 실수했을 때의 태도가 지도자의 그릇을 보여준다.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 링컨은 따뜻한 마음과 배려의 리더십을 통해 화합을 도모하고 정적까지도 자신의 편으로 만든 사람으로 유명하다. 남북전쟁 당시 일화다. 수도방위경비를 담당하던 스콧 대령의 부인이 남편을 면회하고 돌아가던 중 사고로 사망했다. 대령은 부인의 장례를 치르고 아이들을 위로하고자 국방장관에게 휴가를 요청했으나 전쟁의 긴박함을 이유로 거절당했다. 이에 스콧 대령은 군 통수권자인 링컨 대통령에게 접견을 요청했고, 접견이 이루어지자 대통령에게 자신이 정상적인 지휘계통을 무시하고 대통령에게 휴가를 요청하게 된 사연을 설명했다. 복잡한 잡무로 몹시 머리가 아팠던 링컨 대통령은 일개 대령이 자신을 찾아와 휴가를 부탁하는 것에 불같이 화를 내었다. 그리고 인사과에 찾아가 해결하고 안 되거든 전쟁이니 휴가를 가지 말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실의에 빠진 스콧 대령은 쓸쓸히 원대복귀를 했는데 다음날 새벽 자신의 막사를 찾아온 대통령의 깜짝 방문을 받는다. 링컨은 스콧 대령의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

“어제는 너무 심신이 지쳐 있었네. 그렇다고 해도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아내를 잃어 실의에 빠진 사람을 그렇게 험하게 대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는데. 밤새 후회하면서 뒤척이다가 용서를 청하러 이렇게 왔네.”

링컨은 대령에게 진심으로 사과했을 뿐 아니라 스콧 대령이 부인의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해주었다. 사실 남북전쟁이라는 중대한 국면에서 군 통수권자인 링컨이 스콧 대령의 청을 거절한 행동은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할 수 있다. 산적한 현안을 처리하며 전쟁을 지휘해야 하는 대통령이 일개 군인의 휴가문제를 신경 쓰는 것이 난센스처럼 보일 수도 있고, 대의를 위해 소의를 희생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전쟁을 수행하다 사랑하는 부인을 잃은 부하의 아픔과 인간적 고민을 헤아리지 못한 것을 반성하며 한참 아래의 군인에게 진솔하게 사과한 모습은 왜 미국인들이 링컨을 좋아하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천안함이 서해에서 침몰하고 46명의 꽃다운 장병이 산화한 지도 석 달이 되어 가지만 아직도 천안함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천안함 사고에 대한 군의 대응과 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감사원 보고에 군 지휘부가 발끈하여 격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처럼 중대한 사고를 당하고 안보상황에 많은 허점이 있었음이 명백한데도 지휘부 중 누구 하나 진심으로 책임을 지거나 사과하는 사람이 없다. 비단 천안함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 사회의 큰 문제점 중 하나는 국가운영이나 사업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것을 담당한 최고 책임자들이 잘못을 시인하고 수습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사고가 날 때마다 인재라고 비판받지만 소수 사람들에게 징계가 내려질 뿐 지도자들이 ‘내 탓이오’라고 몸소 나서는 경우가 거의 없다. 부정부패에 연루한 사람들도 전혀 반성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과는 그 사람을 패배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크고 존경스럽게 만든다. 문제가 생기면 인정하고 반성하며, 돌이키는 것이 진정한 리더의 자세다. 성경은 말한다. “누구든지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마23:12).

위 글은 교회신문 <198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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