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훌] 2011년 한반도 전쟁과 평화

등록날짜 [ 2011-01-05 13:54:22 ]

북한은 동북아 신(新)냉전기 조성에 혈안
여전한 도발 상황에 만반의 준비 갖춰야

지난해 11월 22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충격적이면서도 혼란스러웠다. 남북관계를 최악으로 몰아넣었던 3월 26일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 출구 전략 논의 분위기가 확산하고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대북 인도적 지원이 제한적으로 이뤄졌던 터라 여기에 종지부를 찍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의도를 짐작하기 어렵게 했다. 더구나 남한에 대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집요하게 요구하던 상황이어서 더 그랬다.

6.25사변 이후 처음으로 육상 목표물에 포격을 가하고 민간인을 살상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전쟁 행위였고 이명박 정부하에서 관계개선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도 접겠다는 의도로 보였다. 연평도 포격을 남북관계 측면에서만 들여다보면 혼란스럽지만 북미.북중관계로 시야를 넓히면 그림이 보이기 시작한다.

출범 전부터 북미관계 개선의 기대감이 컸던 미국 오바마 정부는 출범 2년이 다 돼가도록 북한에 대한 주목할 만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에도 불구하고 미국 조야에서는 본격적인 북미 대화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연평도 포격 사건 10일 전인 11월 12일 북한은 미국 스탠퍼드대 지그프리드 해커(Sigfried S. Hacker) 박사팀에게 영변의 핵시설 단지 내에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했지만 미국의 반응은 북한의 기대치 이하다. 북한이 대화를 원한다는 신호로 해석은 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대화 분위기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경기침체와 경제위기, 이란 핵 문제에 발목이 잡힌 오바마 정부는 북한 핵 문제에 쏟을 여력이 많아 보이지 않는데다 과거 클린턴과 부시가 그랬듯 오바마 정부도 임기 말에나 외교적 성과의 하나로 북한 문제를 끄집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중관계도 외부에서 보는 것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중국과 북한이 중요한 전략적 관계임에는 분명하지만 통제 범위를 벗어나 있는 북한은 중국에 큰 부담이기도 하다. 북한 역시 불만이 커 보인다. 천안함 사건 이후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 5월 베이징과 창춘에서 두 차례나 후진타오 주석과 회담을 했지만 얻어낸 것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 위원장은 4년 만의 방중에서 군사적, 경제적으로 막대한 원조를 끌어내려 했지만 소득은 없던 것으로 전해진다. 오히려 김정일 위원장은 중국 측으로부터 13억 인민도 굶지 않는데 2000만 명도 못 먹여 살리느냐는 훈계만 들었다는 말만 전해진다.

김정일 위원장이 빈손으로 돌아온 지 한 달여 만인 9월 28일 북한은 정치.경제.군사적으로 크게 어려운 상황에서 당대표자 회의를 열었고 김정은을 후계자로 선출했다. 미국과 중국의 외면과 알맹이 없는 립서비스 이후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라는 강수를 또 두었지만 수십 년에 걸친 북한의 위협은 식상하다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연평도 포격은 서해가 군사적으로 대단히 불안정한 지역임과 동시에 한반도는 여전히 전쟁 상태임을 세계에 주지시키며 중국과 미국을 동시에 압박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연평도 포격의 가장 큰 피해자는 남한이지만 중국 또한 크게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서해를 중심으로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 군사적 대치를 촉발시키고 있는 북한은 중국으로부터는 군사적, 경제적 원조를, 미국으로부터는 직접 대화를 끌어낼 심사인 듯하다. 과거 중소 분쟁에서 등거리 외교로, 또 냉전기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로 지원을 끌어낸 솜씨를 발휘했던 북한은 동북아 신(新)냉전기를 조성하며 다시 한 번 예전 솜씨를 뽐내려 하고 있다.

신묘년 새해가 밝았다. 북한은 자기 수가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또다시 절묘한 타이밍에 예측 불가능한 방법으로 허를 찌르는 도발을 감행하려 할 것이다. 새해는 한반도 전쟁과 평화의 또 다른 분수령을 예고하고 있다.

위 글은 교회신문 <22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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