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고비에 선 미국 이민 정책

등록날짜 [ 2011-04-06 09:27:38 ]

미국은 이민의 나라다. 각국에서 수많은 이민자를 받아들임으로써 인구 노령화를 막고 경제의 활력을 유지해왔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중국, 유럽 등 주요 나라들이 급속히 늙어가는 인구 때문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지만, 미국은 적극적인 이민정책으로 상대적으로 젊은 인구를 유지해 왔다. 특히 미국으로 모여든 전 세계 젊은 두뇌들은 오랫동안 미국을 각 분야 선도국가로 입지를 굳히게 해주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유례없이 불어 닥친 경기침체는 그동안 해온 이민정책에 중대한 고비를 안겨주고 있다.

전 세계를 금융위기로 빠뜨린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미국 의회는 2008년 가을에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이 투입되는 부실자산 구제 프로그램(TARP)을 통과시켰다. 이때 미 의회는 이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는 기업들이 전문직 취업비자(H-1B 비자) 소지자를 고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넣었다.

이 H-1B 비자는 미국 고용주들이 전문 분야에서 외국인 직원을 한시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서 이번 결정으로 외국인 전문가들의 미국 진출이 크게 제약당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미 이 비자로 미국에 와 일하던 많은 외국인 전문가도 체류 기간 연장이 어려워지면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 몰리자 빌 게이츠까지 의회에 나와 H-1B 비자 조항의 제한 완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문제는 또 있다. 미국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학생들의 경우, 과거에는 1년 동안 비자 유예기간이 있어 졸업 후 1년 안에 취업하면 미국에 계속 체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기한이 3개월로 크게 단축했고 이 때문에 외국인 졸업자들은 석 달 안에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예외 없이 미국을 떠나야 한다. 경기 침체로 미국 시민권자도 직장 구하기가 대단히 어려운데 외국인이 석 달 안에 직업을 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며 이는 가능한 한 빨리 미국을 떠나라는 의미로밖에 해석되지 않는 부분이다.

미국 정부의 이 같은 제한조치는 미국 내에서 이민정책에 대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정부의 주장은 고급 외국 인력을 받아들임으로써 얻는 이익보다는 무분별한 이민자들 때문에 일어날 국가 안보상의 손해가 더 크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 경우 테러와 음모에 문을 열어주는 결과를 가져오며, 특히 이슬람 테러리스트에게는 무방비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안보전문가를 비롯해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미국에서 출생한 사람일지라도 얼마든지 미국에 해를 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테러와 같은 비대칭 공격은 예측불가능성을 가장 큰 무기로 하는데 인위적인 장벽을 만들어 이를 막으려는 발상은 지나치게 순진하다고 반박한다.

또 이민 제한 정책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민자들로 인한 취업 경쟁과 일자리 박탈 그리고 불완전한 언어 소통과 상이한 가치관, 종교 차이 등에서 발생하는 사회.문화적 갈등과 충돌, 이민자들에게 드는 비용 부담 등이 더 큰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미 미국에는 미숙련 불법 노동자가 1000만 명에서 2000만 명 정도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이들을 더욱 강력히 단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반박하는 사람들은 고도로 숙련한 인력과 미숙련 인력을 구별해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계 최고 경쟁력을 유지하는 대학과 대학원을 찾아 미국으로 오는 전 세계 뛰어난 인재들이 미국 경제를 위해 일하게 함으로써 기술적 진보와 함께 젊은 노동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노동력은 앞으로도 공공연금 시스템을 지탱하는 결정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은 좀 더 파격적으로 미국 최상위 교육기관을 졸업한 외국인 학생들에게 아예 그린카드(Green Card, 영주권)를 줄 것을 제안했다. 미국에서 고도로 훈련받은 우수한 젊은이들이 미국을 떠나야 하는 실정에서 그들이 받은 고등교육 성과를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가 나눠 갖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이민 수용과 이민 억제 정책, 어느 것이 정답인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미국 경기 침체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미국 이민정책은 보호주의적인 색채를 더 강하게 띨 것으로 보인다.

위 글은 교회신문 <23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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