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전운이 감도는 중동

등록날짜 [ 2011-12-06 13:43:58 ]

이란 핵개발에 대응할 서방국가들의 진퇴양난
세계적인 핵 비확산 체제는 더욱 어두울 전망

중동에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사실상 핵무기 프로그램임이 공식화되면서 이란과 서방 국가들이 군사적 충돌을 향해 마주 달리고 있다.

지난 11월 8일 이란이 사실상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내용인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가 유엔 안보리에 제출된 이후 분위기가 더 험악해지고 있다. 이란 아흐마디 네자드 대통령은 IAEA 보고서를 강력히 비난했다. 핵 프로그램을 조금도 양보할 의사가 없다고 천명한 것은 물론이다.

서방측에서도 군사 공격 가능성이 점점 더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미 우드로 윌슨센터 중동 전문가 아론 데이비드 밀러는 미국의 공영라디오 방송 NPR에 출연해 제재, 외교적 노력, 사이버 공격, 군사적 행동이라는 4가지 대안 가운데 이란을 막을 수 있는 것은 군사적 행동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1월 29일, 이란 학생 수백 명이 대(對)이란 제재 강화에 항의해 영국 대사관에 난입했다. 화염병과 돌이 난무한 가운데 영국 국기가 불타고 시설들이 파괴됐다. 영국 정부는 다음 날 대사관 직원을 모두 철수시켰다. 1979년 이란 대학생들이 미국 대사관을 점거해 444일간 인질극을 한 악몽이 떠오르게 하는 사건이었다. 당시 점거 사건으로 미국과 이란은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는 원수가 됐다.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을 무력으로 타격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공습으로 핵 시설을 파괴해 이란의 핵 야망을 꺾을 수 있을까? 대답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핵개발 시기를 2~3년 정도 늦출 수는 있지만, 원점으로 돌릴 수는 없다는 것이 대다수 미국 내 중동 전문가의 견해다.

핵 시설을 찾아내 정밀 타격하는 것은 모래 더미에서 바늘 찾기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이란은 이라크보다 영토가 3배나 넓고 산악지형이 많다. 이란은 군사적 공격에 대비해 자신들의 넓은 국토에 핵 시설들을 분산해 놓았다. 1981년 이스라엘이 이라크의 오시라크 원전을 공습해 파괴할 당시 이라크는 핵 시설이 하나였고, 이란은 이라크의 패인을 염두에 두고 핵개발을 시작한 것이다.

또 군사적 행동으로 공습을 당한 이란은 가만히 있을까? 그럴 리 만무하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해 강력한 보복을 여러 차례 다짐한 바 있다. 이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저항세력을 지원함으로써 미국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으며,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가자지구의 하마스를 통해 대리전을 치르고 있는 이란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군사적 공격을 주저하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원유가격 급등이다. 원유 생산국인 이란을 공격함으로써 세계적으로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원유 가격은 사상 유례없이 급등할 것이고, 이는 이미 위기에 몰린 미국과 유럽 등 세계경제에 치명타를 안길 것이다.

마지막 군사적 조치도 대안이 아니라면 현 상황에서 수년 앞으로 예상되는 이란의 핵 무장을 확실하게 막을 방법은 없는가? 답은 ‘없다’.

워싱턴에서는 하루가 멀다고 이란 핵 관련 세미나와 토론회가 열리고 있지만 묘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워낙 상황이 막막하다 보니 핵보유국 이란을 받아들이는 것도 대안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을 막지 못한 미국과 국제사회가 또다시 이란에서 실패한다면, 아무리 낙관적으로 전망하더라도 세계적인 핵 비확산 체제에는 큰 구멍이 뚫리고 돌이키기 어려운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것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이란 핵에 관한 한 좋은 대안은 거의 없고, 그나마 나은 대안을 선택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그것은 자칫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위 글은 교회신문 <268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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