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노동의 기쁨에서 발견하는 하나님의 질서

등록날짜 [ 2013-08-20 17:18:16 ]

정직히 노력하면 정당한 결과를 얻게 되는 것
말씀대로 순종하면 영원한 행복 누릴 수 있어

우이동에 살고 계신 부모님을 찾아뵙고 올 때면 미나리, 쑥갓, 상추 등 텃밭에서 손수 재배하신 채소들을 한 보따리씩 싸주신다. 부모님께서 텃밭을 가꾸신 지는 20년이 더 된 듯하다. 처음에는 뭐하러 사서 고생하시나 생각했는데, 지금은 소일거리라고 하기에는 전문가 수준의 경지에 이르신 듯하다. 오랜 세월 체득한 재배 기법으로 품목도 다양하고 품질도 좋다. 이제는 농사짓는 재미와 더불어 지인들에게 나눠주는 재미가 더 좋으시다고 한다.

우리 동네에도 몇 년 전부터인가 텃밭을 분양하는 곳이 생겼다. 서울시가 이런 텃밭을 분양한 것은 2000년부터인데, 최근 직장인들이 그룹을 짜서 함께 공동체 농업을 하는 경우가 크게 늘면서 2011년부터 그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고 한다.

매일 의자에 앉아서 정신노동에 시달리던 직장인들이 텃밭에서 땀을 흘리고 농사를 지으며 기대 이상의 힐링(Healing) 효과를 느끼면서 텃밭 농사뿐 아니라 목공, 공예, 제빵 등 땀 흘리는 노동에 푹 빠져 그 안에서 위안을 받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정신노동에 지친 몸과 마음을 제대로 된 ‘온몸 노동’으로 달래보려고 하는 것을 ‘노동 세러피(therapy)’라고 부른다.

머리를 쓰는 현대인들이 온몸으로 하는 노동으로 위안을 받으려는 이런 노동 세러피 현상은 도시문명과 소비문화, 디지털 네트워크라는 가상현실 속에서 찾지 못했던 자신의 근원과 본질을 찾고 싶어 하는 욕구 때문이라고 전문가는 말한다.

노동 세러피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회사에서는 아무리 땀 흘려 일해도 그 결과물이 자신의 것이 아니기에 성취감이 적은 반면, 텃밭을 가꾸는 노동은 경쟁을 위한 모략이나 처세 없이도 자기가 시간을 들인 만큼 정직한 결실이 있기 때문에 손을 쓰고, 흙을 밟고, 함께 얻은 결과물을 나누는 과정에서 삶의 주체로서의 자신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은 대로 거두는 하나님의 법칙에서 현대인들이 큰 위로를 받는다는 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그 대가가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는 세상에서 받은 상처가 너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작은 수고에서 의미를 느끼는 현대인들을 보면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들에 핀 백합화를 놓고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솔로몬의 모든 영광으로도 입은 것이 이 꽃 하나만 같지 못하였느니라”(눅12:27).

인간으로서 가능한 모든 부귀영화를 누린 솔로몬 왕을 들꽃보다 못하다고 하신 것은 우선 인간의 육신의 때는 유한하나 하나님 말씀은 영원하다는 것을, 또 한편으로는 하나님의 질서에서 벗어난 인간의 모습을 깨닫게 하기 위함이다.

지금 이 순간 자연을 보라. 어느 것 하나 정해진 하나님의 질서에서 벗어난 것이 있는가? 각자 자기 자리를 정직하게 지키며 하나님께서 운행하시는 질서 안에서 순응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인간만은 그렇지 않다. 하나님과 대적하며 질서의 파괴자로 자신들의 지위를 지키지 않고 곧 무너져 영원한 멸망을 가져다 줄 죄악의 바벨탑을 쌓고 있으니 하나님 보시기에 안타까우신 것이다.

뿌린 씨가 싹이 나고 열매를 맺는 작은 결실을 경험하게 하시는 것은 모든 사람이 그 속에서 하나님을 발견하고 그 사랑의 품으로 돌아와 그 질서 안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기를 기대하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지우는 들풀도 하나님이 이렇게 입히시거든 하물며 너희일까보냐 믿음이 적은 자들아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하여 구하지 말며 근심하지도 말라 이 모든 것은 세상 백성들이 구하는 것이라 너희 아버지께서 이런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될 줄을 아시느니라 오직 너희는 그의 나라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런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고 하셨다(눅12:28~31).

이 말씀이 지친 현대인들에게 복된 음성으로 들려졌으면 한다.


/장항진 목사(도서출판국장)

위 글은 교회신문 <35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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