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

등록날짜 [ 2012-11-06 15:28:22 ]

2년간 미국에서 연수하며 생활한 개인적인 경험을 중심으로 대표적인 문제점 3가지 정도만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첫째, 미국의 초중등 교육 문제다. 연수받는 2년간 아이들을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에 보내면서 느낀 점은 미국 초중등 교육이 심각하게 질이 낮다는 것이다. 살던 곳이 미국에서 공립교육 시스템이 가장 잘돼 있다는 페어팩스 지역인데도 특정 과목은 한국 수준과 차이가 너무 많이 났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초등학교 4학년이 배우는 내용을 미국 초등학교에서는 6학년 때 배우는 식이었다. 이 때문에 한국에 돌아와야 하는 상사 주재원이나 대사관 직원 등은 자녀에게 미국 학교 공부를 시키면서 한국 교육을 따라잡느라고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또 학교 수업은 통제가 거의 안 되고 있었다. 사립학교는 조금 다르지만, 공립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지 못했다. 엄격한 체벌금지, 학생들의 철저한 법적 권리 보장은 좋았지만, 심각한 부작용도 따르고 있었다.

또 학교와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선생님들 전문성이 한국 학교와 비교하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선생님들 근무 여건도 좋지 않았다. 박봉과 무급 방학 때문에 선생님들은 과외가 합법화되어 있었으며, 학교의 해당 과목 선생님에게 방과 후 집으로 찾아가서 과외를 받는 학생들도 보았다. 미국식 교육이 창의적이라는 세간의 인식은 인정하기 어려웠다. 다만 과거 풍요로움이 자유로운 사고와 창의성의 밑거름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의료비 문제다. 둘째 아이가 치과에 가서 이를 뽑았는데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모두 210달러를 계산했다. 한국에서라면 돈 만 원도 안 들어갈 문제지만 이 하나 뽑고 20만 원 넘게 내야 하니 아프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이런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했더니 더 충격적인 이야기들을 해주었다. 미국 시민권자인 한국인 한 분은 매달 의료보험료로 1000달러, 우리 돈으로 120만 원 정도를 낸다고 했다. 가족 중 한 명이 코피가 지혈되지 않아 병원 응급실에 가서 간단한 레이저 수술을 받고 하루 입원하고 나왔는데, 병원비가 무려 1만 8000달러, 우리 돈으로 2000만 원 가까이 나왔다고 했다.

도저히 믿기 어려워서 몇 번 되물었는데 분명히 1만 8000달러라고 했다. 다행히 보험 혜택을 받아 3000달러 정도만 냈다고 했다. 3000달러는 우리 돈 300만 원이 넘는 돈이다. 미국에서 구급차를 한 번 부르면 1500달러, 150만 원 정도를 내야 한다. 응급 헬리콥터가 뜨면 믿기 어렵지만 5만 달러, 5000~6000만 원을 내야 한다. 미국 생활을 하는 내내 가족들이 아프지 않을까 마음을 들고 살았다. 미국에서 가족 중 한 명이라도 중병이 들면 가세가 기운다.
 
셋째, 치솟는 기름값이다. 미국에서 배럴당 3달러에서 4달러 사이다. 한국으로 치면 리터당 천 원 정도 되는 셈이다. 액면으로만 보면 한국 기름값 절반밖에 안 되는 것 같지만, 미국은 주행거리가 길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출퇴근하거나 간단한 먹을거리 등 쇼핑만 해도 1주일에 주행거리가 보통 100킬로미터를 넘는다.

뉴욕 등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고 거리가 먼 데다 대중교통이 형편없어서 현관문을 나서면 예외 없이 운전석에 앉아야 한다. 한국에서는 불편하더라도 마음먹기에 따라 자가용 운행을 자제할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외출하면 무조건 차를 타고 나가야 한다. 그 때문에 기름값이 서울에서보다 더 들어간다. 참고로 미국은 세계에서 기름을 운송이나 이동에 소비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기름값 상승은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불러온다.

이외에도 미국 사회가 과거에는 없던 많은 병폐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지만 여기에 다 쓸 수 없다. 어느 사회학자가 오랜 미국 생활 끝에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란 책을 냈는데 이 책이 가장 최근의 미국 상황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또 미국 생활의 개인적인 경험을 반추하면서, 슬그머니 고개를 드는 생각이 있었다. 바로 한국이 여러 가지 면에서 점점 미국을 닮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만큼 넓지도 않고 자원도 없으며, 인구도 적고 농사지을 경지도 형편없이 적다. 20~30년 후 한국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위 글은 교회신문 <312호> 기사입니다.


    아이디 로그인

    아이디 회원가입을 하시겠습니까?
    회원가입 바로가기

    아이디/비번 찾기

    소셜 로그인

    연세광장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