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나로호와 은하 2호의 차이

등록날짜 [ 2013-02-05 10:15:34 ]

나로호 발사 성공으로 한국은 본격적인 우주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1단 발사체가 러시아제라는 점 때문에 스페이스 클럽 가입 여부는 논란으로 남았지만, 2단 추진체와 과학위성을 자체 제작해 궤도에 올린 점은 높이 살 만하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중국 등 우주 선진국들이 수십 번 혹은 수백 번의 시험 발사와 실패를 겪은 후에 성공한 점을 고려하면 나로호 발사 성공은 2차례 실패에도 그 의미를 평가하기에 충분하다. 어느 나라도 처음부터 완벽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에 남은 과제는 한국형 발사체 개발에 있다. 자체 제작한 발사체로 위성을 쏘아 올리는 날, 비로소 진정한 의미에서 우주 강국 대열에 합류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로호 발사 성공은 동시에 북한과의 로켓 개발 경쟁에 불을 댕겼다. 남북 간 로켓 개발 경쟁은 출발에서 1960년대 미소(美蘇) 경쟁과 닮았다. 당시 소련 스푸트니크 발사 성공으로 충격을 받은 미국이 우주 개발에 매진해 아폴로 계획에 성공했듯, 북한 은하 2호의 성공은 나로호 연구진에게 강한 압박요인으로 작용했다. 아폴로 발사 성공 이후 미국은 우주 개발에서 소련과 격차를 크게 벌렸고 그 격차는 소련이 붕괴할 때까지 좁혀지지 않았다. 남북 간 경제력 격차를 볼 때 남북 간 우주 경쟁은 미소 간 경쟁의 축소판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남북한 로켓 개발 경쟁은 과거 미소 경쟁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성격 때문이다. 북한은 40여 년 전 개발 초기부터 위성발사용 로켓이 아닌, 미사일용 로켓을 개발했다. 은하 2호 1단 추진체는 노동 미사일 추진체 4개를 묶은 것이다. 또 서해에서 인양한 은하 2호 발사체 조사에서 드러났듯, 북한이 사용한 연료나 산화제 등은 군사용에 더 적합하다. 더구나 북한은 3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장거리 미사일에 탑재 가능한 핵탄두 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

일부에서는 북한도 우주 로켓을 쏘아 올리는 것이 법적으로 무슨 문제냐고 반문하지만, 북한이 쏘아 올렸다는 위성이 위성으로서 기능을 하지 않고 있는 점, 3차 핵실험 강행을 재차 확인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북한의 은하 2호는 우주 발사체보다는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탄(ICBM) 개발이 목표인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북한이 로켓 개발을 하는 것에 정당성을 두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로켓의 성격이 군사용과 민수용의 구분이 모호한 데 원인이 있다. 마치 집에서 과일 깎는 데 쓰는 과도가 무기일까 아닐까, 과도를 무기로 쓰면 공격용일까 방어용일까를 두고 다투는 것과 같다. 결국 대부분 물건이나 무기는 가진 자의 의도가 중요하다.

북한은 이 점을 노리고 핵 개발 과정에서 그랬듯이 ICBM 제작에서도 의도를 숨기며 모호성 전략을 쓰고 있다. 은하 2호가 우주 발사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이 그것이다. 북한은 2차 북핵 위기에서 같은 전략을 쓴 전력이 있다. 2002년 10월 미국 켈리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평양을 방문해 우라늄 농축 의혹을 제기했을 때 북한은 이를 완강히 부인했다. 이후 8년 동안 북한은 우라늄 농축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자신들은 우라늄 농축을 아는 과학자도, 기술자도 없으며, 그럴 의지도 없다고 강력하고 일관하게 부인했다. 북한의 완강한 부인에 국제사회는 논란에 휩싸였고, 북한은 그 사이 시간을 벌며 우라늄 농축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치고 2009년 농축에 착수한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연이은 핵실험 등 정황적 증거는 ICBM 개발이 확실시되지만, 북한은 개발의도가 우주 발사체임을 강력히 주장하다가 핵탄두 경량화와 탑재에 성공하고 실전배치까지 가능해지면 핵미사일의 성공적 개발을 전격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북한을 효과적으로 저지할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3차 핵실험 징조가 임박해지면서 중국이 과거와 달리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핵실험 중단 요구를 북한이 수용할지는 두고 봐야 알 수 있다. 나로호 발사 성공은 남북 관계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북한은 남한과 본격적으로 로켓 개발 경쟁을 벌여야 할지도 모른다. 허약한 경제력으로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을 견디며 천문학적 자금과 인력, 산업기반이 필요한 로켓 개발 경쟁에 북한이 어떻게 대처하고 나올지도 관심사다.


/이웅수  집사
KBS 기자(네트워크팀장)
신문발행국 

위 글은 교회신문 <32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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