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기도 속에 감추어진 행복

등록날짜 [ 2013-04-23 10:39:38 ]

기도할 때는 주문을 외우듯 중얼거리지 말고
분명한 대상에게 정확히 구해야 응답받는다


인생은 B(Birth)로 시작해서 D(Death)로 끝난다고 한다. 그런데 알파벳 B와 D 사이에 C가 늘 존재하는데 이 C가 바로 ‘Choice’, 즉 선택이다.

‘짜장이냐? 짬뽕이냐?’라는 사소한 메뉴 선택에서 인생의 중대한 문제까지,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선택하며, 올바른 선택이 곧 행복과 직결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올바른 선택을 하려고 많은 정보를 수집하지만, 정보만 있다고 좋은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또 매사에 운(運)이 따른다고 믿기에 점집을 찾아가 미래를 묻기도 하고, 자신이 선택한 일에 신념을 불어넣고자 자기 최면을 걸거나 뜻 모를 주문을 외우기도 한다.

요즘 흔히 쓰는 ‘아브라카다브라’라는 주문도 원래 아람어로 ‘내가 말한 대로 될지어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렇게 인간의 마음은 주문이라도 외워 선택에 대한 확신을 얻고 싶어한다.

그리스도인은 인생의 선택 문제에서 하나님께 ‘기도’할 수 있어 유리하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하는 기도를 만사형통하도록 복을 비는 주문처럼 오해한다. 주문을 외우면서 자신을 흥분시켜 열광적인 분위기를 고조하면 신이 내려와 자기를 돕는다고 믿는 강신술(降神術)이 기도인 줄 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기도는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말씀대로 구하는 자에게 응답해 주시는 인격적인 커뮤니케이션이다.

예수께서는 이런 기도를 직접 우리에게 가르쳐 주셨는데 그것이 ‘주기도문’이다. 당시 유대교인들은 물론 침례 요한의 제자들까지 자기들 나름대로 ‘모범 기도문’이 있었다. 제자들이 주님께 “우리도 그럴듯한 기도문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요청하여 주님께서 알려 주신 기도 방법이 주기도문이다(눅11:1).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당시 유대인은 랍비가 써준 모범 기도문을 형식적으로 읽는 것을 기도로 알았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그런 행위가 우상을 섬기는 이방인이 중얼거리는 주문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셨다. 중언부언 주문을 외우듯 기도하지 말고 분명한 목적과 대상을 향해 기도하라며 가르쳐 주신 기도가 바로 주기도문이다(마6:7~13).

그러므로 주기도문은 많이 외우거나 읽는다고 응답을 받는 것이 아니다. 믿는 이들조차 주기도문을 모임의 마침용으로만 사용하는 우를 범한다. 주기도문을 자세히 보면, 이 땅에서 먹고사는 일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이라고는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라는 부분밖에 없다.

이왕이면 “평생 넉넉히 사용할 양식을 구하라”고 하셨으면 좋았을 텐데 단 하루 먹을 양식만 구하라고 하시니, 한마디로 무엇을 먹고 입을까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왜 이런 기도를 주님께서 강조하신 것일까? 그것은 그리스도인의 삶이 세상 사람들처럼 B로 시작해서 D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E, 즉 영생(Eternal life)으로 영원히 연결되기에 그 수준에 맞는 것을 구하라는 것이다. 땅에 있으나 하늘에 속한 자로서, 육신의 제한된 시간 속에 살고 있으나 동시에 영원한 시간 속에 사는 하나님의 자녀로서 영원한 가치가 있는 것을 구하라는 말이다.

그래서 신앙이 성장하면 가장 먼저 기도하는 내용이 달라진다. “이것 주세요, 저것 주세요!”하며 자기 유익만을 두고 기도하던 자들에게 영생의 믿음이 생기면 “하나님의 뜻이 어디 있는가?” 하는 것이 모든 선택의 기준이 되며, 기도로 하나님 뜻에 자신을 맞추려고 한다.

그때부터 “그러므로 염려하여 이르기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6:31~33)는 말씀을 주님이 왜 하셨는지도 알게 된다. 기도가 주는 참행복을 맛보는 것도 바로 이때부터다.


/장항진 목사
도서출판국장

위 글은 교회신문 <33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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