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노인 학대의 슬픈 현실

등록날짜 [ 2013-05-14 15:49:27 ]

고령화 사회는 화살처럼 빠르게 다가오지만
우리의 효 가치관은 더디거나 뒤로 후퇴해

통계학적으로 65세 이상 노인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2년 노인인구 비율이 11.8%를 넘었으며, 2017년에는 14.5%로 고령사회에 접어들고, 2026년이면 20%를 넘어 초(超)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고 출산율이 떨어져서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학령기 아동 인원이 감소하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갈수록 사회구조가 경쟁체제로 굳어지고, 경기침체가 지속하여 이제 노인 문제가 사회적인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복지시스템과 사회 원조가 취약한 우리나라에서 이미 노인자살률도 경제협력기구(OECD) 국가 중 최고이며, 소외된 노인 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부모를 모시지 않으려는 풍토가 짙어지고 있어 독거노인과 방치되어 고통받는 노인이 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노인을 학대하거나 노인을 표적으로 삼는 범죄도 증가하여 가정의 달 5월을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노인을 공경하고, 그들의 지혜를 소중히 생각하는 미풍양속이 있었지만, 사회가 불안정해지고 평균수명이 늘어나 이제 노인들은 쓸모없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최근 서울시 자료를 보면 전체 노인 13.8%가 학대받은 경험이 있다고 한다. 더 참담한 것은 노인 학대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가해자가 아들인 경우가 무려 42.1%나 된다고 한다. 이것은 공식 통계자료에 근거한 것이고, 실제로 가족 학대를 참고 신고하지 않는 일반적 경향을 고려하면 더 많은 노인 학대가 있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학대 유형도 다양한데 유기 3%, 신체적 학대 3.6%, 경제적 학대 4.3%, 방임 22.4%, 정서적 학대 66.7%로 나타났다.
 
신체적, 경제적 학대 같은 적극적 가해도 문제지만, 노인보호 시설에 맡기고 연락을 두절하거나 왕래하지 않는 유기, 보호와 원조가 필요한 노인을 방치하고 이들에게 필요한 수발이나 돌봄을 하지 않는 방임도 문제로 대두한다. 정서적 학대는 노인에게 고함을 지르거나 욕하기, 이들의 존재를 무시하기, 자신에 관한 주요 결정에서 소외하기 등으로 좌절을 주는 행위를 말한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대체로 은퇴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 경제적 여유가 없고, 자식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이러한 학대 행위는 사실상 삶의 의욕을 좌절시키고 죽으라고 떠미는 살인 행위와 마찬가지다.

실제로 한국은 65세 노인인구 10만 명당 자살 인구가 73.6명으로, 자살률이 가장 낮은 그리스의 13배나 된다. 특히 75세 이상 자살률은 더 높아서 인구 10만 명당 100명 이상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부모에게 직접 상해를 입히거나 살해하는 패륜범죄와 존속살해도 가파르게 증가하여 이제 더는 어느 영화 제목처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2013년 청소년 통계자료를 보면 부모의 부양을 가족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청소년이 고작 35.6%에 불과하다고 한다. 최근에는 노골적으로 부모를 욕하고 증오심을 표출하는 인터넷 사이트까지 등장할 정도로 이제 노인은 몹시 거추장스러운 짐으로 전락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소중히 해야 할 가치관을 잃어버리고 돈과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심을 당연시한 것이 이런 현상의 원인이 된다. 이제 노인 문제를 강 건너 불처럼 보지 말고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하나님은 명령하신다.

“너는 센 머리 앞에서 일어서고 노인의 얼굴을 공경하며 네 하나님을 경외하라”(레19:32).


/김 석 집사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現 건국대 자율전공학부 교수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33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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