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국면전환 나선 북한, 성공할까?

등록날짜 [ 2013-05-28 14:30:28 ]

중국, 일본과 대화 시도하며 길을 모색하나
한-미-중-일 공조를 깨기에는 힘들어 보여

북한이 경색국면을 타개하려고 국면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3차 핵실험 이후 악화한 중국과  관계를 복원하고 일본과 관계개선도 노리고 있다. 이는 북한의 거침없는 도발로 체면을 손상한 중국과 최근 잇따른 망언으로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는 일본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이기도 하다.

연일 쏟아지는 일본의 망언에도 북한은 일본 정부 인사의 방북을 전격적으로 받아들였다. 일본의 이지마 이사오 특명 담당 내각관방 참여는 지난 14일 고려항공편으로 평양에 도착해 3박 4일간 방북 일정을 소화하면서 북한 서열 2위인 김영남 최고인민회 상임위원장과도 면담했다.

이지마 참여는 일본인 납북자 문제, 식민지 배상을 포함한 북일 국교정상화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보더라도 불편한 방문이었지만 이는 북한과 일본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아베를 비롯해 이시하라, 하시모토로 이어지는 망언들로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는 일본과 3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도발로 궁지에 몰린 북한이 위기 탈출을 위해 손을 맞잡은 것이다.

동시에 북한은 이지마 이사오 일행이 도착한 다음 날, 노동신문 개인 필명인 글을 통해 일본이 국가적 범죄를 사죄하고 보상해야 했었다며 과거 청산을 거듭 강조하고 앞으로 예상되는 북일 수교 교섭에 대비하는 모습도 보였다.

북한은 중국에도 손을 내밀었다.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23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전격 방문한 것이다. 김정은이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아닌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특사로 보낸 것은 3차 핵실험 이후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중국과 관계복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군복을 입고 중국을 방문한 최룡해는 김정은의 친서를 가지고 있으며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나면 북중 관계복원 의사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룡해는 류윈산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6자 회담 재개 촉구에 관해 중국의 건의를 받아들여 관련국들과 대화를 원한다고 대답했다. 최룡해의 발언은 김정은의 의중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대화의 실마리를 풀어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이 이렇게 긴박하게 중국, 일본과 관계 복원을 시도하는 것은 6월 7, 8일로 예정돼 있는 미·중 정상회담과 다음 달 말 한·중 정상회담과 관련이 크다는 것이 대체로 일치된 분석이다. 두 정상회담에 앞서 한·미·중·일 공조에 균열을 일으키고 한국과 미국에 자신의 의사를 확고하게 전달해 관철하려는 의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교도통신은 글린 데이비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한·중·일 순방과 때를 맞추어 북한이 일본 정부 인사를 받아들인 것도 공조 흔들기의 예로 보았다.

하지만 북한의 국면전환 시도는 기대하는 성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북일 수교 교섭은 수교를 위한 목적보다는 아베 정부가 북한과 납북자 문제에서 진전을 이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려는 포석의 성격이 강하다. 그 때문에 수교 협상이 성사되더라도 지금까지처럼 지루하게 협상을 위한 협상만이 계속되다 중단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한·미·일 공조만 흔들릴 우려가 있다.

중국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의 반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북한 특사가 방문했더라도 중국이 불필요한 양보를 해서는 안 된다며 선을 그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냉정해졌다는 방증이다.

3차 핵실험 이후 중국도 북한의 핵무력 증강이 대만의 핵 보유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안보위협으로 여기기 시작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냉랭해진 중국, 호락호락하지 않은 일본 사이에서 북한이 가는 길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네트워크부 팀장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33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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