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최근 벌어지는 정치적 역사 논쟁 우려

등록날짜 [ 2013-06-12 10:06:26 ]

일본 식민지 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정당하지 않아
모든 과거사를 좌우 이념 대립으로 보는 건 잘못

역사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새삼 번지고 있다. 한국현대사학회가 주축이 되어 집필한 한국사 교과서가 교육부 검정심의를 통과하자 논란이 본격화되었다. 아직 교과서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말하기가 조심스럽지만, 일부 집필자가 언론에서 밝힌 내용을 보면 우려되는 바가 크다.

특히 필자 중 한 사람이 인터뷰에서 과거 일본의 조선 침략과 식민 정책에 협조한 친일 행위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친일파들의 공적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런 부분이 교과서에 실제로 서술되었다면 심각한 문제다. 아직 종군위안부 문제나 친일잔재청산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이웃 나라 일본이 점점 우경화하여 과거 태평양전쟁이나 식민통치를 정당화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내부까지 여기에 말려 들어가는 것 같아 뜻있는 사람들이 걱정을 많이 한다.

여기에 더하여 최근 인터넷에서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라는 사이트를 중심으로 정부도 공식 인정한 5·18 민주화 운동이 북한이 개입한 폭동이고 그것을 진압한 과거 대통령이 영웅이라는 주장이 확산해서 현대사 문제로도 시끄럽다. 특히 일베는 전문적인 학술적 연구나 자료에 근거하지 않고 과격한 감정적 언사로 5·18 운동을 전라도 지역 폭동으로 규정하고 당시 희생자들을 ‘홍어’라고 조롱하여 아직 고통을 겪는 유족들의 마음을 후비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공격적 행태를 유희의 일종이나 기성세대에 대한 솔직하고 당당한 저항과 새로운 도전인 것처럼 미화하고 있다.

학문적 차원에서 역사에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거나 잘못된 기존 역사 서술을 비판하는 것은 건강한 역사관 확립을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역사 논쟁에서 제일 걱정되는 점은 그것이 지나치게 이념적 차원과 정치적 의도 아래 진행된다는 점과 한국 근현대사를 잘 모르는 젊은 세대가 감정적으로 여기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해방 후 통일적 주권을 확립하지 못하고 6·25 전쟁을 겪으며 좌우 이념 대립이 심해져 모든 과거사를 이념적으로 바라보는 편향성이 커졌다. 역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좌파나 우파의 이데올로기를 통해 과거사를 바라보아서 역사에 대한 극단적 해석이 난무하게 된 것이다. 최근 교과서 논쟁도 자신의 주장을 학문적으로 제시하기보다는 과거 집필된 모든 교과서가 좌편향이기 때문에 다 바꾸어야 한다는 식으로 정치적 접근을 해서 문제가 된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과거에 필연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해서 그것을 정당화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일본의 식민통치가 한국의 근대화를 촉진했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은 오랜 이론적 뿌리를 지니고 있으며, 다소 복잡한 논점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백 번 양보해 일본의 식민통치가 한국을 어느 정도 개화했다고 인정하더라도 일제 36년 동안 벌어진 민족 차별과 문화말살 정책, 그리고 태평양전쟁을 벌이느라 한국인을 병역·노역·위안부로 동원하여 착취하고 가혹하게 수탈한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그리고 일제하에서 식민 지배에 협조하여 기득권을 누린 사람들이 교육이나 의료를 통해 당시 조선에 공헌했다고 해서 이들의 친일 행위를 역사의 필연처럼 긍정할 수는 없다.

나치 하에서 공무원이나 군인으로 복무한 사람들을 처벌한 독일이나 프랑스 사례도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다. 역사를 바로 평가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켜야 할 인류사적 가치를 염두에 두고 과거를 바라보는 것이다. 정치적 입장이나 결과와 상관없이 옳은 것은 옳은 것이고,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다.


/김 석 집사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現 건국대 자율전공학부 교수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34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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