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북한 비핵화에 관한 중국의 태도

등록날짜 [ 2013-07-02 11:04:31 ]

우리 측의 비핵화 조치라는 큰 틀에는 합의했으나
구체적 사안에는 별 언급 없어경과를 좀 더 지켜봐야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한중 관계뿐 아니라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 관계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 틀림없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 대통령들의 관례를 깨고 파격적으로 취임 후 첫 순방지로 미국과 일본이 아닌 중국을 택한 것은 그만큼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 안정에 중국의 역할을 과거보다 비중 있게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라는 점에서 중국의 역할을 평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 역시 북한에 대한 입장이 예전과 같지 않게 한국의 입장에 상당히 접근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5년 전 이명박 대통령과 당시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우리 정부의 강력한 바람에도 북핵 폐기를 위한 건설적인 노력을 한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 표명에 그쳤을 뿐 더 이상의 합의는 피했다.

그러나 이번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할 수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공동성명으로 이를 명문화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뿐만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규정한 9.19 공동성명 이행을 재확인하면서 6자 회담 재개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북핵 불용’이라는 한국의 입장에 공감한 점, 9.19 공동성명 이행을 강조하면서 북핵 포기를 촉구한 점은 북한에게도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점에서 보면 북한 핵 문제는 중국의 태도 변화와 함께 한국에 상당히 유리하게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 변화가 얼마나 근본적인 것인지는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속내는 6월 7~8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엿볼 수가 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합의한 것은 비핵화에 대한 기본 원칙과 목표였다.

큰 틀에서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의견 일치를 본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안에 들어가면 미국과 중국의 입장차는 뚜렷했다. 정상회담이 끝난 후 양측의 브리핑에서 이 같은 입장차가 드러났다.

두 나라가 북한 문제에서 원칙적인 입장과 목표에서는 일치한 것으로 설명했지만 중국은 북한 문제를 거론도 하지 않았다. 미국은 북한의 진정성과 비핵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중국은 큰 틀에서 합의만 이야기했다. 결국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확인된 셈이었다.
 
중국이 미중 정상회담, 한중 정상회담에서 원론적인 수준에서라도 비핵화에 합의한 점은 고무적이지만 이를 유의미한 변화로 보기에는 성급한 측면이 있다.

이번에도 시진핑 국가주석은 ‘북핵 불용’이라는 말을 직접 입에 올리기를 꺼려했으며, 우리 측이 ‘북핵 불용’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을 묵인하는 수준이었다. 결국 향후 북한의 행보에 따라 중국의 움직임도 달라지겠지만 섣부른 기대는 금물인 듯하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네트워크부 팀장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34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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