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미국과 이란 핵 협상 급물살 타다

등록날짜 [ 2013-10-08 11:04:49 ]

지난 9월 27일 34년 만에 이뤄진 역사적인 미-이란 정상간 대화로 이란 핵 문제 해결 가능성에 관한 국제 사회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유엔 총회에 참석 후 귀국하려고 케네디 공항으로 가던 로하니 이란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 핵 문제에 관해 포괄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고, 로하니 대통령은 “핵 이슈를 신속하게 풀기 위한 정치적 의지를 서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 간 대화의 요지는 이란 핵 문제를 조속한 시일에 대화로 해결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는 점이다.

이에 앞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26일 이란과 장관급 접촉을 하고 “이란과 1년 안에 핵 협상을 타결키로 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미국을 대신해 이란과 핵 협상을 해 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즉 P5+1은 이달 15일과 16일에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란과 핵 협상을 재개한다. 한때 이란 핵 시설에 대한 공습설까지 나오던 미국과 이란 관계가 급속한 해빙 무드를 맞고 있다.

핵을 개발 중인 이란과 달리 핵보유국을 자처하는 북한도 미국을 상대로 대화 공세를 펴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18일 중국 외교부 산하 국제문제연구소가 주최한 ‘회고와 전망-6자 회담 10년’ 심포지엄에서 전제조건 없는 6자 회담의 즉각적인 재개를 요구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리용호.최선희 부상 등 6자 회담 핵심 라인이 모두 참석했고, 중국도 북한을 적극적으로 거들었다. 북한은 이후 베를린과 런던에서 열린 북핵 관련 반관반민 회의에서도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미국의 반응은 냉담하기 그지없다. 지난달 24일 오바마 대통령은 유엔 총회 연설에서 이란을 26번이나 언급하면서도 북한은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또 박길연 외무성 부상이 지난 1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핵 군축 협상의 조속한 개시를 요구했지만, 미국은 이에 대해서 일절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이란 핵 문제 역시 몇 달 혹은 몇 년 안에 대화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은 미국이나 이란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당장 대화로 해결할 것처럼 두 나라 간에 급속한 유화 모드가 전개되는 배경은 무엇인가?

오바마 대통령과 로하니 대통령이 처한 국내외적 상황에 답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대(對)이란 관계개선에 성공한다면 대단한 외교적 업적이 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란 핵 문제의 심각성은 북한 핵에 비할 바가 아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번 제68차 유엔 총회 마지막 기조연설자로 나와 “중동에서 핵 무장한 이란은 또 다른 북한이 아니라 50개의 북한이 있는 상황과 마찬가지”라고 역설한 점이 이를 잘 말해 준다.

과거 클린턴 대통령이나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임기 말에 외교적 성과를 얻으려고 북미 관계를 급진전시킨 적이 있다. 지난 8월 취임한 중도 성향의 로하니 대통령에게는 미국이 내린 경제제재를 해제하도록 유도하고 파탄 난 경제를 살려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있다. 미국과 관계개선을 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목표다. 이 때문에 로하니는 취임한 지 두 달도 안 돼 미국을 향해 적극적인 화해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두 정상 간의 이해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시점이다.

하지만 이란이 궁극적으로 핵 개발을 포기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이란은  AFP 통신을 통해 우라늄 농축 작업을 일부 중단할 의사도 흘렸지만, 핵 개발 포기 의사를 밝힌 적은 없다. 더구나 이란 국내적으로 이란 핵 프로그램의 목표가 핵무기 보유라는 점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또 이란 입장에서는 최악의 경우 미국과 협상해서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사태가 오더라도 북한과 협력해서 이를 보완할 수 있다.

북한이 지난 1994년 10월 북미 제네바 합의로 플루토늄 핵 개발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진 이후 이란과 협력해서 우라늄 핵 개발을 계속했던 방식인 북-이란 간 상호협력도 예상할 수 있다. 결국 미-이란 간 핵 협상이 오바마와 로하니의 치적용으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에서 북-미국 간 핵 협상과 어떻게 다른 경로를 걸을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국제부 팀장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35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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