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수많은 희생, 되풀이하지 않기를

등록날짜 [ 2013-11-05 11:30:29 ]

“임진년 이후로 5~6년간 왜적들이 감히 충청·전라도 지방에 침입하지 못한 것은 오직 우리 수군이 적의 해상 진출을 성공적으로 차단했기 때문입니다. 신에게는 아직도 싸울 전함이 12척이나 있으니, 죽을 각오로 싸우면 능히 승산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만일 우리 수군을 전폐한다면 이는 오히려 왜적들이 원하는 바가 될 것이며, 적은 호남 연안에서 한강까지 단숨에 북상할 것입니다. 이것이 신이 가장 걱정하는 바입니다. 전함 수가 비록 적으나 보잘것없는 신이 아직 죽지 않고 있으니, 왜적이 감히 우리를 가볍게 여기지 못할 것입니다.”

1597년 7월 이순신 장군은, 수군을 폐지하고 자신을 육군 지휘관에 복직시켜 전투에 내보내려는 조정에 이렇게 장계를 올린다. 전임 삼도수군통제사 원균, 지금으로 말하면 해군 총사령관이 칠천량 해전에서 왜군에게 대패하고 겨우 남은 전함 12척으로 200척이 넘는 왜의 수군을 상대하겠다는 말이니 이를 두고 어떤 정치적 논란이 일어났을지 짐작이 간다. 동인과 서인으로 나뉘어 수백 년간 당파싸움을 하는 조선의 정세는 이순신 같은 영웅을 감옥에 가두기도 하고 지휘권을 박탈해 백의종군을 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왜군에 밀려 국가가 멸망할 위기에 놓이자 왕은 이순신에게 조선 수군 지휘권을 다시 쥐여준다. 몇 달 후 이순신 장군은 남은 군비를 최대한 활용해 철저한 작전 준비와 완벽한 지략, 탁월한 리더십으로 남해 울돌목에서 왜군을 멸절하고 꺼져 가는 조선의 역사를 다시 쓴다. 이것이 바로 세계 해전사에 길이 남을 명량대첩의 배경이다.

그로부터 350여 년 세월이 흐른 1950년 6월. 신생 독립국 대한민국은 공산주의 무력 때문에 풍전등화에 놓인다. 소련이 한반도 북쪽에 세운 괴뢰집단의 수장 김일성은 미리 지원받은 탱크 수백 대와 전투기 같은 최신무기를 앞세워 기습 남침했다. 이에 대한민국은 두 달 만에 낙동강 하구만 남기고 포위당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다.

그때 이승만 대통령이 친미외교를 통해서 세계정세에 기적같은 반전이 일어난다. UN군이 파병되고, 우리 국군이 목숨을 내걸고 저항하여 두어 달을 버텼다. 또다시 바다에서 대승을 이루고 대반격을 실시하여 한반도 남쪽을 지켜 냈다. 이것이 바로 연합군 총사령관 맥아더 장군이 주도한 인천상륙작전이다. 수많은 희생을 치르고 되찾은 자유 대한민국이 있기에 우리는 지금도 이 땅에서 인간답게 살고 있다.

다시 6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북한 핵무기와 생화학 무기, 일본 제국주의 추종세력이 주축이 된 역사왜곡과 자위권 확대, 중국의 막대한 군비 증강과 영유권 확장 시도라는 심각한 안보위협에 놓였다. 이 모든 요소는 모두 경제와 연결돼 있어 자칫 군사적인 충돌이 일어나면 대한민국이 파산하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국가 여론이 하나 되어 대한민국을 지켜야 할 상황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 대선에 영향을 줬다며 인터넷 댓글을 꼬투리 잡아 결과에 불복하려는 정치세력, 북한의 대남 공격 시 전국적 소요사태를 일으켜 혼란을 가중하려는 세력, 수많은 희생을 치르고 지켜낸 서해 접경 NLL을 북한과 공동으로 사용하자는 명분하에 굴욕적으로 대화한 과거 정권의 정상회담, 하루빨리 전시작전통제권을 우리가 단독 행사하자며 북한과 똑같은 주장을 하는 세력 등은 우리나라가 어떻게 이 나라를 지켜 왔는지 역사 교육을 다시 받아야 할 듯하다.

몸에 염증이 생기면 아프더라도 고름을 짜내야 한다. 그래야 독이 빠져 나가고 새로운 세포가 돋아난다. 이것이 생명의 이치다. 무조건적인 민족애를 앞세워 독버섯과 같은 세력을 내버려둔 채 우방을 배척하다가는 월남처럼 패망하고 말 것이다. 세계 지도에서 대한민국이 사라질 수도 있다.

국가적인 방심과 안일함으로 국난에 빠졌다가 기사회생하는 경우는 이제 더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떤 반국가세력도 안보를 넘볼 수 없도록 정치.경제.교육.문화 모든 면에서 한 목소리로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려 싸워야 한다. 대한민국에는 국민 과반수가 선택한 대통령이 있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 준비가 되어 있는 국군과 애국세력이 있다. 고름은 짜내고 상처는 치유하면서 목숨 바쳐 적과 싸워 이길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정신으로 우리는 미래를 준비해야만 한다.


/강승호 집사
국방부 근무
시온찬양대 실장

위 글은 교회신문 <36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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