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사회 정의는 청렴 회복부터

등록날짜 [ 2013-11-12 15:45:32 ]

사적 이익은 곧 국가적 피해
진정한 법치국가 완성을 위해
사회정의 회복부터 실현해야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개인과 국가가 서로 비슷한 구조와 원리를 가진다고 생각했다. 플라톤에 따르면 인간은 머리에 속하는 지혜, 가슴에 담겨 있는 용기, 배에 자리 잡은 욕망이 있으며 세 부분이 조화를 이루어야 성숙한 인간이다.

마찬가지로 국가도 머리 역할을 하는 통치자, 나라를 지키고 보위하는 전사, 노동하면서 생산에 종사하는 생산자 계급으로 이루어진다. 각자는 주어진 역할과 영역이 있으며, 각자의 몫과 사명을 다 하면서 협력할 때가 바로 정의의 실현이라고 플라톤은 말했다. 보통 사회정의론에서는 분배를 둘러싼 평등과 자유의 관계가 중요하다면 플라톤은 상호조화와 협력을 통해 공동체의 선을 도모하는 상태가 정의라고 말한다.

그런데 플라톤의 국가론에서 재미있는 점은 통치자와 전사계급이 사유재산을 절대 가져서는 안 되고 모든 것을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플라톤은 통치 계급은 절대 사유재산을 가져서는 안 되고 심지어는 부인과 자식까지 공유해야 한다고 엉뚱한 주장을 하였다. 몹시 황당해 보이지만 플라톤은 몽상적으로 이런 주장을 펼친 것이 아니라 철학자답게 나름의 원칙과 생각이 있었다.

플라톤은 통치 계급은 힘이 세고, 사회를 움직이는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사적 재산을 가지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플라톤은 대신 생산자 계급이 열심히 일해 통치 계급을 부양하면 이들은 통치에만 전념하고 생산자 계급을 지켜주면서 국가의 선을 함께 도모할 수 있다고 믿었다. 통치자들이 우선시할 것은 사적 이익이나 가족이 아니고 국가의 선이다. 만일 통치자들이 재물을 탐하면 재물로 인해 영혼이 타락하게 되고 그 피해는 사회 구성원 전체에게 돌아간다.

플라톤의 생각은 오늘날 국가의 녹을 먹고 공공 업무에 복무하는 공직자들에게 교훈하는 바가 크다. 공직자들은 대중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접하고 권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사적으로 자신의 지위를 활용하면 공동체에 큰 손해를 끼친다. 예를 들어, 각종 인허가 업무를 담당하거나 세무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가 뇌물을 받고 자신의 권한을 남용한다고 가정하면 국가적으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겠지만 당사자는 쉽게 부를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도 각종 사업에 대한 조사와 국정 감사를 통해 적지 않은 부정사례가 계속 적발되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 입찰 담합과 정관계 로비자금,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가 많이 밝혀졌다. 국민 혈세가 얼마나 사라졌는지 모르는 상황이다. 또 인사청문회에서 보듯 고위 공직자가 사사로이 권력을 남용해 자식들을 취직시키거나 이중 국적으로 병역을 면제받는 일 등도 자주 언론에 보도된다.

사회 기강이 바로 서고, 법치가 통하려면 무엇보다 권력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청렴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법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없어질 것이고 사회정의가 회복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능력도 아주 많으면서 비리 혐의가 없고 성품도 곧은 공직자 후보를 찾는 것이 어려워졌는데 이것은 절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성경은 부패하고 가증한 악을 일삼는 자들이 하나님을 인정하지 않는 어리석은 자들(시53:1)이라고 단죄한다. 법치국가 질서도 중요하지만 가장 기초적인 청렴 질서의 회복부터 다시 시작해야 대한민국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진정한 법치주의를 위해 모두가 지지하는 정의부터 세우자.

 
/김 석 집사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現 건국대 자율전공학부 교수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36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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