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장성택, 최룡해, 황병서… 2인자들의 운명

등록날짜 [ 2014-05-06 15:58:55 ]

1인자 뜻에 벗어나면 2인자도 목숨 부지할 수 없는 북한
젊고 혈기 넘치는 지도자 아래서 또 누가 희생될련지...

황병서 북한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인민군 총정치국장 자리에 올라 북한의 제2인자로 떠올랐다. 지난달 20일 대장으로 승진한 뒤 10여 일 만에 차수로 초고속 승진하더니 인민군 총정치국장에 임명되었다고 확인됐다. 당뇨를 앓는다고 알려진 최룡해는 신병 치료차 일선에서 물러났다는 관측과 함께 실각설이 돌고 있다. 장성택을 능가하는 2인자로 평가되던 최룡해의 퇴장과 함께 등장한 황병서가 2인자 자리에 얼마나 머물고, 어떻게 물러날지에 벌써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령절대주의체제에서 권력 2인자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과거 북한 정권의 역사가 이를 말해 준다. 김일성과 함께 항일 빨치산 투쟁을 한 갑산파 박금철도 김일성 우상화에 반대하고 자기 세력을 키우려다 1967년 숙청당했다. 김일성의 동생 김영주 역시 김일성의 ‘후계자’로 거론될 만큼 2인자로서 실권과 지위를 누렸지만 김정일 후계체제 과정에서 축출돼 1973년 산간오지로 추방당하며 권력에서 밀려났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은 자기 사람이라도 위상이 올라가고 세력이 커지는 듯하면 차근차근 숙청하거나 제거했다.

장성택의 비참한 말로는 김정은 체제에서 2인자가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말해 준다. 지난해 말 처형당하기까지 40년간 2인자로 군림하던 장성택은 부침을 거듭했지만 김정일 위원장 다음가는 실세로 비쳤다. 이 때문에 장성택 주변에는 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장성택이 세력화하는 기미를 보일 때마다 김정일 위원장은 철저히 견제했다. 1970년대와 2004년 김정일은 장성택이 측근들을 규합하려 할 때마다 실각시킨 뒤 측근들을 좌천시켜 무력화했다. 장성택의 복권은 김정일 위원장의 동생인 김경희가 입김을 작용했기에 가능한 일종의 혜택이었다.

장성택이 누린 2인자 지위는 김정일이 용납하는 한에서만 가능했다. 권력의 냉혹함을 맛본 장성택은 김정일 위원장 체제 아래서 몸을 사렸다. 하지만 장성택은 김정일 사망과 김정은 후계체제를 이끄는 와중에 방심한 듯하다. 당과 군부 요직에 최룡해와 리영호라는 측근들을 포진해 본격적으로 자기 세력을 키워 나갔고 조카 김정은 앞에서 언행이 오만불손했다. 그 와중에 장성택은 군부, 당 조직지도부 등과 갈등을 빚었고, 결국 반당 혁명 종파분자로 낙인찍혀 무대에서 비참하게 사라졌다.

최룡해도 장성택의 사람이었다. 김일성 사회주의 청년동맹 제1비서를 역임한 최룡해는 수십 년간 장성택과 긴밀한 관계였지만 김정은은 장성택을 제거하려고 최룡해를 발탁했다. 장성택을 처단하고 2인자 자리에 오른 최룡해는 심중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병으로 일선에서 물러났다고 북한 소식통들이 전하지만 필자는 영악한 최룡해가 병을 핑계로 2인자 자리에서 내려와 목숨을 보전하려 했다고 생각한다. 최룡해는 총정치국장 자리는 내주었지만 노동당 비서직을 유지하여 여전히 권부에 남아있으리라고 한 북한 소식통은 전하고 있다.

황병서 역시 장성택 처형에 앞장서던 인물이다. 사실상 북한을 움직인다는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제1부부장으로서 황병서는 북한 권력의 속성, 그리고 2인자의 처신과 운명을 누구보다 절절히 깨닫고 있을 것이다. 최룡해는 신병을 핑계로 황병서에 자리를 내주고 살얼음판에서 한 발 뺐지만 황병서가 언제, 어떻게 퇴장할지 궁금하다.

젊고 혈기 넘치는 1인자 아래서 늘 의심과 경계의 대상으로 무한 충성을 바쳐야 하는 2인자는 고달플 수밖에 없다.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는 숙청하더라도 혈육이라면 목숨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하지만 고모부라 할지라도 2인자로서 순순히 따르지 않으면 목숨을 부지할 수 없다는 것이 장성택을 통해 증명되었다. 김정은 체제에서 2인자는 실권도 없으면서 자칫 목숨마저 걸어야 하는 판이다. 황병서 다음 2인자는 누가 될지 벌써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북한부 팀장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38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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