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요통치는 동북아… 한국의 선택은?

등록날짜 [ 2014-07-08 00:40:17 ]

중국 시진핑 주석 북한 제치고 한국 먼저 방문한 사례 처음

일본 우경화, 북 핵실험 등 전략적 협력 관계 지속될지 주목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이 지난 3일과 4일 한국을 국빈 방문하고 돌아갔다. 영부인까지 대동한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의 한국 방문은 1992년 한·중 수교에 버금가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중국 최고 지도자가 북한을 놔두고 한국을 먼저 방문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 언론들은 다른 나라를 함께 방문하는 순방이 아닌 한국만을 단독 방문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한·중 두 정상은 한반도에서 진행하는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문구를 처음으로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북한은 예민하게 반응하며 불편한 속내를 내보였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북한은 지난달 하순부터 동해상에 미사일과 단거리 발사체를 연이어 발사했다. 노동신문은 “대국주의자들의 압력도 인민을 굴복시킬 수 없으며, 핵 포기는 실현될 수 없는 개꿈”이라며 한·중이 다룰 북핵 문제에 대해 불쾌하게 반응했다.
 

여기서 대국주의자들은 물론 미국과 중국이다. 중국과 전략적 관계가 예전과 다르고 불편해지면서 북한은 러시아와 일본에서 탈출구를 찾고 있다. 러시아는 북한에 대해 채무 100억 달러를 탕감해 주었으며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대표단을 러시아에 보내 양국 간 현안을 논의했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성의를 보이지 않는 이상 김정은의 중국 방문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 역시 꽉 막힌 남북관계와 악화된 대중관계의 출구전략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북·일 양측은 5월 29일 일본인 납치 문제 재조사에 합의한 ‘스톡홀름 합의’를 전격 발표했다. 일본은 이후 납치 문제에 대해 북한이 구성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의미 있다고 판단해 8년 만에 대북 제재 일부를 해제했다. 해제 분야는 북·일 간 인적 왕래와 대북 송금, 인도적 목적의 북한 선박 입항 등 3가지다.

북·일 양측의 급속한 접근이 국교정상화 협상으로까지 이어질지는 더 두고 봐야 하지만 북한이나 일본에게 관계 개선은 절박한 상황이다. 일본 역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노출돼 있으며 미국에 안보를 전적으로 맡기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팽창까지 견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은 안보 불안을 더는 중요한 포석이다.
 

소원해지는 북·중과 긴밀해진 한·중 관계, 급속히 접근하고 있는 북·일과 북·러 관계가 동북아 질서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게는 핵심 당사자로서 전략적 지혜가 요구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으로 한·중 관계는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지만 중국이 노리는 것은 한·미·일 공조체제의 균열이다. 한국을 이 공조체제에서 떼어 놓음으로써 ‘아시아 재균형’ 정책으로 대변되는 미국의 포위망을 뚫고 일본을 견제하려는 계산이다. 시 주석의 방한이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통과시키고 미국의 환영 발표가 있던 다음 날에 이뤄진 점은 공교롭지 않을 수 없다.
 

한국으로서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인 중국과 동맹인 미국과의 관계가 충돌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가까워진 한·중 관계가 한·미동맹에 거스르는 것이 아님을 보여 주어야 한다. 하나는 중시하고 하나는 소홀히 하거나, 하나는 버리고 하나는 취하는 식의 선택은 악몽이 될 확률이 높다. 일본과의 관계 역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라는 측면에서 어떤 식으로든 돌파구가 마련되어야 한다.
 

변화하는 동북아의 세력 균형 속에서 한국은 미국과 중국, 일본과 러시아의 힘을 이용해 북한 문제를 해결하고 통일로 나아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우리의 뼈 아픈 과거 역사는 실리가 아닌 이념이나 사상에 몰두해 균형 감각을 상실할 경우 소용돌이치는 동북아 국제 정세에서 자칫 운명을 그르칠 수도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북한부 팀장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392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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